"리베이트 내몰려도 의사 윤리 지키면서 수가 개선 요구해야"

2일 의료윤리연구회 개최
"저수가 및 의료체계 개선 등 근본적이고 현실적 해법 필요"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4-12-03 05:55

(왼쪽부터) 대한의사협회 강대식 상근부회장, 고려대의대 안덕선 명예교수, 의료윤리연구회 문지호 회장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의료계가 '임상적 자율'과 '자율 규제' 도입을 통해 의료 남용 및 오용을 방지하고, 의료 과소비를 방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계의 윤리적 민감도를 높여야 하지만 제약회사 리베이트 등 불법적 상황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초저수가 및 의료체계 개선 등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2일 대한의사협회 회의실과 줌(ZOOM)으로 동시에 열린 의료윤리연구회 간담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의견들을 공유했다.

연자로 참석한 안덕선 고려대의대 명예교수는 '임상적 자율권과 윤리'를 발제로, "임상적 자율은 의사가 외부의 압력 없이 환자의 이익을 위해서 독립적이고 근거 기반에 의한 결정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조직 의료에서 질과 비용 효율성의 핵심 요소다. 또 강력한 임상적 자율권은 의료의 남용, 오용의 압력에 대해 저항하는 것이고 의료 과소비를 방지하는 것이다. 이것은 전문직업성의 초석으로서 의사가 윤리적으로 건전한 판단을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자율 규제와 임상적 자율은 상호 보완적이다. 자율 규제라는 것은 확립된 기준 준수, 그러니까 스탠더드를 준수함으로써 의사결정에서 외부 간섭을 배제한 것이다. 의사결정의 신뢰성과 전문성 확보로 임상적 자유를 지원하고, 자율 규제 능력에 의존한다. 즉 상호보완적이다. 그런데 전제조건은 의사가 외부의 관리 없이도 윤리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의료 윤리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리베이트 등 불법적인 상황에 내몰리지 않도록 정책적 뒷받침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안덕선 교수는 "사실, 우리나라도 분명히 의료 윤리 이슈가 있다. 제약회사 리베이트, 비과학적 진료, 수가 분할, 자율성 침해와 인센티브 등을 꼽을 수 있다"며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의사 면허 정지 현황을 보면 1828건이었는데, 유형별로는 리베이트가 42.1%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 뒤로 진료기록부 부정, 진료비 거짓청구, 진단서·처방전 부정 등의 순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5년간(2019년부터 2023년 6월간) 리베이트로 인한 처분은 224건으로 줄어들었지만 같은 기간 면허취소 23건, 자격정지 147건, 경고 54건이었다"고 했다.  

이같은 연자 발표에 대해 청중에서는 사뭇 다른 의견이 나왔다. 이번 연구회에 참석한 한 A의사는 "리베이트에 눈을 돌리지 않게 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수가를 충분히 받게 해주면 그것에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며 "아무리 리베이트가 있더라도 환자 치료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으면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중소기업 제약회사 약을 써줘야지 발전하는 것도 있다. 그런 걸 자꾸 억제하다 보면 중소기업 제약회사는 살 수가 없다. 그래서 리베이트에 걸리면 나쁜 놈이라고 하기 보다는 리베이트를 어느 정도는 활성화시키는 것도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대식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그것은 자기 변명으로 들릴 수 있다. 우리가 제약회사 입장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건 그쪽에서 알아서 할 일이고,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다. 우리가 리베이트를 받고 중소기업 약을 쓰고 안 쓰고 한다고 제약회사가 육성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우리는 전문가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서 약을 쓰는 것이 아니라, 환자한테 해가 없으면 내가 어떤 약을 선택하든 그것은 의사의 전문성이다. 리베이트는 일단 받지 말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리베이트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수가 향상을 요구해야 한다, 받는 상태에서 내가 안 받을 테니까 수가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안 된다. 의료 재정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의사들의 윤리적 민감도는 더 높아지게 돼 있다. 아울러, 환자를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로 인해 때로는 불편할 수도 있고 힘들 수도 있지만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지호 의료윤리연구회 회장도 이에 동의를 나타내면서 "적어도 리베이트로 겨우겨우 영업을 해야 살 수 있는 병원이라면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수가를 올려줘도 리베이트 받는 버릇이 있는 의사들은 수가와 상관없이 계속 리베이트를 받으면서 생활할 수 있다고 본다"며 보다 근본적인 의료계의 자정 노력 필요성을 시사했다.

A의사는 보다 현실적인 대안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A의사는 "환자 중에는 실비보험을 가지고 있으니 쓰고 싶다. 그러니 영양제를 맞게 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저는 그런 사람에게 맞을 필요 없으니까 가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경우 저처럼 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가 의료윤리를 말하고 있지만 다들 어렵다"며 "전문적으로, 양심적으로 살면 좋겠다고 자꾸 그것만 내세우지 말고 조금 더 현실적인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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