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시행 2개월 앞둔 RMP 제도, 곳곳에 보완·개선 필요

산업계 등 기존 재심사 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시각
규제기관, 추가적인 약물감시 방법에 대한 의문 
연구방법 다양성 및 신뢰성 확보로 제도 실효성 높여야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4-12-20 05:56

사진=조해진 기자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의약품 안전성 및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실시됐던 재심사 제도가 폐지되고, 위해성관리계획(Risk Management Plan, RMP) 제도로 통합 운영된다. RMP 제도는 2025년 2월부터 공식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해 산업계, 학계, 기관 등에서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9일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 혜화관에서 한국보건사회약료경영학회(회장 권경희) 주관으로 개최된 '한국보건사회약료경영학회 후기학술대회'에서는 보다 나은 RMP 제도 개선 방안을 찾기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이날 RMP 제도 도입과 관련해 신주영 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와 바이엘코리아의 정진아 박사는 각각 'RMP 제도 도입 배경과 제도 고찰', 'RMP 제도 적용현황'을 주제로 발표했다. 
(왼쪽부터) 신주영 성균관대 교수, 정진아 바이엘코리아 박사. 사진=조해진 기자
신주영 교수는 "우리나라는 지난 30년동안 의약품 안전성 및 유효성 검증을 위해 사용성적조사(PMS) 방식으로 재심사 제도를 실시해왔다"면서 "그러나 PMS 방식은 희귀의약품 등 증례수가 부족한 경우가 많고, 많은 조사 비용 대비 결과의 통계적 가치가 낮아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지속 제기됐다"고 밝혔다. 

이에 재심사 제도 대신 의약품이 시장에 존재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안전성과 위해성을 관리하는 RMP 제도 도입이 추진됐다. 한동안 재심사 제도와 중복 운영 되고 있었으나 2025년부터는 RMP 제도로 통합 운영되는 것이다. 

한국이 도입한 RMP 제도는 미국보다 유럽식에 가깝다. 이상사례 정보를 신속하게 보고하고, 유익성과 위해성 균형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해 그 결과를 연간 보고서로 제출하는 일반적 약물 감시 활동과, 특별한 안전성 문제 혹은 규명된 위해성이나 잠재적 위해성, 부족한 정보가 발생하는 등의 상황에서는 추가적인 약물 감시를 해야 한다. 

이에 대해 산업계는 RMP에 대해 이름만 변경됐을 뿐 과거 재심사 가이드라인과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근본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반면, 규제기관에서는 추가적인 약물감시 방법에 대한 불확실성 등에 대한 의문이 존재하고, 제약사들의 성실한 수행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의견이 있는 상황이다. 

신 교수는 RMP 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재심사·사용성적조사·시판 후 안전관리·RMP 등 혼재된 용어 및 개념과 방법 정비 ▲이상사례 수집 포함한 약물감시 실태조사 도입 등 데이터 신뢰성 향상 및 고도화 ▲추가적인 모니터링 방법에 대한 시놉과 프로토콜 제출 시기 연장 ▲다양한 안전성 모니터링 방법 및 지침 제공 ▲추가적인 약물감시 방법 결정을 위한 공공기관 상담 기능 제공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진아 박사는 RMP 제도 적용으로 인해 바뀐 가이드라인과 약사법 부분을 꼼꼼히 짚은 뒤, 신약 허가 신청(NDA) 시 위해성 관리를 위한 RMP 패키지를 함께 제출해야 하는데, 지금은 NDA 약 2년 전부터 RMP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2년간 시장의 변화, 비용 등에 대한 부담이 있어 선뜻 손이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내 제약사의 경우는 비용, 시간적 부담, 레지스트리 구축의 어려움 등으로 실행에 한계가 있고, 글로벌 연구 기준과 한국의 연구 기준, 이상 사례 보고 기준 등이 달라 나타나게 되는 데이터 호환성 문제와 추가적인 업무 부담 등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박사는 RMP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빅데이터 활용 ▲전자의무기록 기반 CDM(공통 데이터 모델) 개방성 강화 등을 통해 데이터 기반 약물 감시 체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약사가 데이터 접근 및 활용을 더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관찰 연구와 시판 후 조사를 통합해 비용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진=조해진 기자
이어진 토론에서도 제도 개선이 요구됐다.

나규환 한미 PMS 그룹장은 국내 제약사 관점에서 기존 재심사와 RMP 제도가 많은 부분 중복 연구를 요구해 비용과 시간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어, 더 효율적이고 다양한 연구 방법을 통한 통합적인 데이터 활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식약처에 직접 연구 디자인을 제안하는 등 변화하는 제도에 맞춘 실질적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성민 HnL 법률사무소 변호사도 약사법 개정을 통해 재심사와 관련된 용어 및 체계가 정리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재심사와 자료 보호 기간이 혼재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며, RMP 제도가 현실적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기존 PMS가 새로운 제도 하에서 실질적인 변화 없이 운영될 가능성을 지적하며, 연구 방법의 다양성과 신뢰성 확보를 통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계 토론자로 나선 최남경 이화여자대학교 융합보건학과 교수는 RMP 도입이 기존 재심사 제도의 연장선상에서 효과적인 데이터 수집과 안전성 관리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우리나라가 과학적 근거를 생성하고 전 세계와 공유할 수 있는 선도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데이터 활용의 유연성을 높이고, 규제적 행동을 위한 실질적 근거를 축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건당국에서도 아직까진 제도 내에 일부 한계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김소희 식품의약품안전처 과장은 PMS가 재심사와 동일시되는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약물 특성과 질병 특성에 맞는 연구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데이터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인 데이터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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