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시대의 불합리, 그리고 회복>
대한민국의 의료는 위기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의사들은 현대의료기기의 사용을 원하고,
조무사들은 간호사의 업무를 원하며,
약사들은 의사와 수의사의 처방권을 원하고 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말기 암 환자들을 현혹하여 산삼 약침과 같은 고가의 불법의료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고 이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에도 당국의 단속은 전무하고 환자들은 수천만 원의 돈을 ‘용하다’ 는 치료에 지불하고 가산을 탕진하는 참혹한 현실을 보면, 위기의 시대는 이미 우리 안에 있는 것 같습니다.
심장이 멎은 환자를 알리는 ‘코드블루(Code blue)’에 가장 먼저 땀 흘리며 달려가는 내과 전공의로서, 합리가 사라지고 국민건강이라는 대의가 소멸된, 결국 의료정책이 집단의 이익과 정치적 계산에 의해 결정되어버리고 마는 작금의 ‘야만성’을 그저 바라만 볼 수 없습니다.
한의사들은 환자를 위해 X-ray를 사용하면 환자들에게도 좋은 것 아니냐며 현대의료기기의 사용을 주장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에는 현대의료기기의 ‘사용’ 만 있을 뿐, 기기의 사용에 필수적인 ‘기본소양’ 과 검사결과에 대한 ‘책임’은 들어있지 않습니다. 의료기기의 사용은 그렇게 무책임한,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X-ray 검사를 시행하려면 의대에 입학하여 기본적인 현대의학의 도구(수학, 물리, 생물)를 익힌 후, 생물, 생리, 해부, 조직학 등을 통한 정상 인체에 대한 생물학적인 이해 위에 병리, 영상의학, 각 임상과목 학습 및 2년간의 병원실습으로 환자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의사고시를 통과하여야 비로소 진료 중 적절한 시기에 환자에게 해가 될 수도 있는 영상검사의 시행을 최소한의 방사선이 사용되는 한에서 결정하고 그에 따른 치료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하지만 '한의사' 는 질병에 대한 이론적 기반이 현대의학과 전혀 다릅니다. 그들은 현대의학에 대한 적절한 교육, 실습을 받지 않았으며 따라서 검사 결과에 따른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지 않았습니다.
X-ray 에 대한 교육을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X-ray 시행의 의미는 원하는 진료에 도움이 되는 것만 보고 나머지는 무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X-ray의 시행은 검사 결과를 환자의 임상양상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그 결과에 적절히 대처하여 진료에 활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등 쪽의 통증이 있어 정형외과 진료를 본다고 해도 X-ray 에서 기흉이 발견된다면 즉시 또는 전원하고, 환자 컨디션상 당장 기도삽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즉각적으로 적합한 대처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임상적인 판단 및 대처는 단순히 기계의 사용법에 대한 숙지로는 다가갈 수 없는 굉장히 어렵고 복잡한 문제입니다. 의사인 히포크라테스는 ‘인생(life)은 짧고, 예술(art)은 길다.’ 라는 말을 통해 환자의 ‘생명(life)’은 경각에 달려있는데 의사가 ‘의술(art)’을 익히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림을 표현한 바 있습니다. 흉부 X-ray 를 수십 년간 봐 오신 호흡기내과 교수님들도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때론 영상의학과의 협진을 통해 진료를 보고 계십니다. 그런데 몇 시간, 많아야 과목 몇 개를 수강하는 것 정도로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소양을 갖출 수 있다니...이것은 지나친 자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욕심에서 기인한 자만은 한의원에서 어린이 대상 불법 성장판 측정 기계사용, 가임기 여성을 대상으로 한 초음파 기계사용 등을 통해 이미 언론에 조명되었으며 불법적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결국에는 고가의 한약 판매로 귀결되는 민낯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환자 개개인의 금전적 손실, 의료재정의 고갈도 큰 문제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태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불법적이고 부정확한 의료기기 사용에 의해 질환이 없는데도 한약이 투여되거나 검사를 받고도 오진으로 소중한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어설픈 영상소견을 앞세워 전 세계 어느 학회에서도 발표된 적 없는 엄청난 암 치료 성적을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넷으로 홍보하고 있는 한의원들은 환자의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늦춰 고통속의 환자들을 두 번 죽이는 것입니다.
생명을 다루는 일은 이렇게 쉽지 않고 엄중한 일이기에 면허를 통해 관리하고 있으며, 이것은 쉽게들 말하는 밥그릇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닌 사회의 약속이자 일종의 안전망입니다. 이 안전망에 사람의 죽고 사는 것이 달려있기에 면허는 소중히 다뤄져야 합니다. ‘구당 김남수 선생이 한국의 화타라고 불리며 침을 아무리 잘 놓는다 해도 무분별한 진료권의 확대가 가져올 부작용을 막기 위해 진료는 안 된다.‘가 한의사들의 공식입장이며 최근의 대법원 판결인데, 이와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침에 대해서는 비전문가인 우리 의사들이 침을 놓을 수 없는 것과도 같은 이치입니다. 따라서 우리 내과전공의들은 더 이상 면허를 통한 안전망의 훼손을 바라보지 않을 것입니다.
한 명의 환자라도 더 살리기 위해 우리나라 의료의 일선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우리 내과 전공의들은 더 이상의 혼란은 불가피한 희생양을 낳을 것이며 이는 죄 없는 우리의 환자들이 될 것이 자명하다는 것에 동의하며 이를 묵과할 수 없다는 공통의 의견에 도달하였습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성분 표기도 되어있지 않은 산삼약침이 전국의 한의원에 유통되어 정맥에 주사되고 있음이 지적된 바 있으며 이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산삼약침에 대한 전수조사와 성분 분석을 시행하겠다고 한 바 있습니다.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가능케 하기 위해 국회 보건복지위에 발의된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 과정에서 억대의 한의사협회 자금이 흘러들어간 정황이 검찰에 포착되어 계좌추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의 의료는 이미 많은 상처를 받아왔습니다.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환자들의 상처에 모래를 부비는 일이며 걷잡을 수 없는 재앙을 야기할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리는 행위입니다.
왜곡된 의료시스템으로 우리의 상처 입은 의료는 지성과 이성, 합리성을 통해 회복해야 합니다. 올바른 정책과 함께 의사는 의사로서, 한의사는 한의사로서, 간호사는 간호사로서 각자의 영역에서 국민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할 때 국민, 그리고 사회가 건강해질 것입니다. 건강한 의료 환경이 이루어질 때까지 우리 젊은 내과 전공의들은 무거운 사명감으로 국민과 함께 할 것입니다.
2017년 11월 8일
대한민국 내과 전공의 일동 올림
가천대학교 길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박주환 외 전공의 29명 일동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김광모 외 전공의 2명 일동
강남세브란스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권다은 외 전공의 30명 일동
건국대학교 충주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김문준 외 전공의 4명 일동
건국대학교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양호준 외 전공의 25명 일동
건양대학교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강상록 외 전공의 12명 일동
경북대학교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권오성 외 전공의 45명 일동
경상대학교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김혜리 외 전공의 21명 일동
경희대학교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한승우 외 전공의 30명 일동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신경인 외 전공의 21명 일동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김원식 외 전공의 29명 일동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임정택 외 전공의 18명 일동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이지원 외 전공의 34명 일동
고신대학교 복음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김상빈 외 전공의 19명 일동
광명성애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김원철 외 전공의 5명 일동
광주기독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박준석 외 전공의 7명 일동
광주보훈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정유철 외 전공의 10명 일동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이준석 외 전공의 23명 일동
대구파티마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장지훈 외 전공의 9명 일동
대전선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이신희 외 전공의 7명 일동
동국대학교 경주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이진석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염성진 외 전공의 13병 일동
동아대학교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안정탁 외 전공의 22명 일동
명지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임규민 외 전공의 11명 일동
부산광역시의료원 내과 전공의 대표 박기범 외 전공의 7명 일동
부산대학교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송보혜 외 전공의 25명 일동
분당제생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김고을 외 전공의 13명 일동
분당차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이민형 외 전공의 27명 일동
서울대학교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김영찬 외 전공의 67명 일동
서울아산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박정하 외 전공의 98명 일동
서울의료원 내과 전공의 대표 강형목 외 전공의 12명 일동
성가롤로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이윤호 외 전공의 7명 일동
세브란스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성민동 외 전공의 109명 일동
세종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양진선 외 전공의 12명 일동
순천향대학교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한재준 외 65명 일동
아주대학교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김지원 외 전공의 35명 일동
양산부산대학교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예병민 외 전공의 16명 일동
영남대학교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이윤수 외 전공의 19명 일동
예수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주현권 외 전공의 15명 일동
울산대학교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이소영 외 전공의 20명 일동
원광대학교 산본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김현기 외 전공의 7명 일동
원광대학교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최인홍 외 전공의 9명 일동
원자력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조희준 외 전공의 11명 일동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박순민 외 전공의 22명 일동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김수형 외 전공의 14명 일동
이대목동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강연미 외 전공의 25명 일동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정병철 외 전공의 25명 일동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윤수미 외 전공의 17명 일동
인제대학교 해운대백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김태형 외 전공의 13명 일동
인천사랑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김지혜 외 전공의 5명 일동
인하대학교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조윤정 외 전공의 20명 일동
전남대학교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양해영 외 전공의 36명 일동
전북대학교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박준태 외 전공의 29명 일동
조선대학교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이정인 외 전공의 14명 일동
좋은삼선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김기수 외 전공의 6명 일동
중앙보훈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김승환 외 전공의 13명 일동
충남대학교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황원묵 외 전공의 30명 일동
충북대학교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윤웅수 외 전공의 12명 일동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김종우 외 전공의 13명 일동
성심의료재단 강동성심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최재원 외 전공의 10명 일동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정해민 외 전공의 7명 일동
한림대학교성심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최세영 외 전공의 23명 일동
한양대학교병원 내과 전공의 대표 이준한 외 전공의 45명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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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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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15시간 전
한의사 의료기기 다 쓸만 한 거 허용이더만… 아직도 한의사가 6년동안 논어 외우기 한다고 생각하나? 웬만한 의료지식 다 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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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2017.11.17 16:22:46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 사용 요구는 의료기산업의 상업주의에 입각한 것이다. 의료기산업의 과잉 마케팅전략이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적폐중의 적폐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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