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억제제 오남용 여전…"무조건적 처방 규제가 답은 아냐"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 안전 사용 기준' 있지만 허점 악용 불거져
"의료계 자정노력과 처방시 보다 신중한 접근 필요"
"모두 비급여 비만치료제, 급여화 논의도 검토돼야"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4-12-24 05:56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비만 치료를 목적으로 처방되는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에 대한 안전사용 기준이 있지만 허점을 악용해 처방하는 사례들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무조건적인 약품 사용금지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비만치료가 필요가 꼭 필요한 환자에도 동일한 약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무분별한 처방 근절을 위해 의료계 자체적인 자정노력과 의사가 처방시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또 정말 비만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약재 가격이 고가라서 사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비만치료제의 급여화에 대한 부분도 검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3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부 병원에서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식욕억제제를 잘 처방해준다는 소문이 나면서 병원 문을 열기도 전부터 문전성시가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만 치료 목적으로 처방되는 마약류 식욕억제제에 대한 오남용 우려가 지적됐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하며 지난해보다 식욕억제제 처방 환자가 확대된 부분을 짚었다. 올해 6월 기준으로 식욕억제제 1억9600만개가 83만5000명에게 처방됐다. 하루 평균 4589명이 60만2000개 이상을 처방받은 것으로, 지난해보다 하루 평균 처방량은 줄었지만 처방 환자는 48%(1503명)나 늘었다.

식욕억제제 처방에서 우려되는 부분은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등 마약류 향정신성 식욕억제제 오남용 가능성이다.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과다 복용하면 불면증이나 환청이 생길 수 있고 심한 경우 심장 이상, 정신분열 등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2020년 8월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 안전사용 기준'을 마련했지만 이 지침의 허점이 악용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도 일선 현장에서 비만치료를 위한 약제 중 저렴하고 장기간 치료에 적절한 약품의 대안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점도 짚었다. 무조건적인 약품 규제만이 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A대학병원 교수는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기준이 애매하다. 예를 들면, 비만약 종류마다 좀 다르긴 하지만 펜터민, 펜디메트라진은 연속 처방 가능기간이 3개월까지다. 그런데 휴약기에 대한 기준이 없다. 때문에 충분히 꼼수를 부릴 수 있다. 예를 들면, 세 달 처방하고 한 달 끊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또 "비만약이 모두 비급여인데 펜터민, 펜디메트라진은 저렴한 편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비만 클리닉이 이 약품들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남용 우려에만 집중해 이들 약품을 금지할 경우 고가의 약처방 밖에는 할 수 없게 돼 이로 인해 비만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전문 지식을 가진 의사집단에서 자율규제를 하는 방안도 제기했다.

A대학병원 의사는 "정부에서 제도의 허점을 인지하고 이를 보완해 반영한다고 해도 그 속도도 느릴뿐더러, 그런 의사들은 이를 벗어나는 방법을 또 찾아낼 것이다. 의사가 봤을 때는 말도 안 된다고 하더라도 법의 기준에서는 괜찮다고 하면 피해 가는 것이다. 그로 인해 환자들이나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게 된다. 때문에 전문가인 의사가 관리하는 측면으로 접근을 해야 된다고 본다. 다른 측면으로는 이러한 관리를 학회나 단체 등 누구한테 맡길 수 있느냐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피력했다.

일부 환자들의 과도한 처방요구와 의료진의 처방전 남용이 문제가 된 경우가 있지만 실제 비만 치료를 위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한비만학회 허양임 언론‧홍보이사(차의대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는 "향정신성의약품 식욕억제제를 오남용 하는 것은 당연히 안 되는 것이다. 또, 모든 환자에게 똑같은 약이 나가서도 안 될 일이다. 비만 약으로 허가받은 약이어야 하며, 비만이 아닌 사람에게 약을 주는 경우도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올바른 처방은) 환자별로 증상과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어느 정도 약을 써야 맞는지, 투약 기간이나 투약하면서 반드시 해야 되는 운동, 식이요법 등에 대한 교육, 체중이 감소될 때 진짜 지방이 빠졌는지, 약을 끊고 났을 때 요요에 대한 문제 등에 대해서 환자와 상담이 되고 있는지 등을 다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 치료가 필요한 비만 환자들이 오래 사용해도 안정성을 입증 받은 안전한 범위 내의 약재를 가격이 너무 비싸서 못 사용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급여화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진 KMA POLICY 법제윤리위원장(前 서울시의사회 윤리위원)은 의사가 지켜야 할 의료윤리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며, 무분별한 처방 근절을 위해 의사가 처방시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진 위원장은 "비만 치료를 위한 처방에 향정신성 의약품이 많이 처방된다. 하지만 의사가 부작용의 위험성을 알고도 과처방하는 비윤리적인 의사가 있을 수 있고, 환자의 말에 속아서 처방하는 경우도 있다. 속이는 것이 나쁘지만 이를 잘 판단해야 하는 것도 의사의 몫이기 때문에 윤리적인 책임이 있는 만큼 비만약 처방시 보다 신중하게 처방해야 된다"고 말했다.

또 "만약 오남용 사례가 있다면 의협 회원신고센터나 서울시의사회를 통해 신고를 할 경우, 바로 조사해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징계를 하거나, 의뢰하면 복지부에서 1년 미만의 면허 정지를 한다. 서울시의사회에서는 실제로 징계를 했었던 사례도 있었다"며 의료계 내부의 윤리의식 강화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2020년 8월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 안전 사용 기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 사용 시 남용 및 의존 가능성을 항상을 염두에 둬야 한다.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 마진돌은 허가용량 내 4주 이내 단기 처방하며, 최대 3개월 이내 사용해야 한다. 또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는 다른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와 병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관련기사보기

[2024결산③] '비만치료제'로 시작해 '비만치료제'로 끝났다

[2024결산③] '비만치료제'로 시작해 '비만치료제'로 끝났다

[메디파나뉴스 = 문근영 기자] 비만치료제가 연초부터 연말까지 제약바이오업계 이슈다. 기술 이전으로 시작해 비대면 처방 금지로 이어지는 흐름은 비만치료제를 빼놓고 올해 제약바이오업계를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을 보여준다. 비만치료제 올해 첫 번째 이슈는 LG화학 희귀비만증 신약 'LB54640' 기술 이전이었다. 지난 1월 LG화학은 미국 업체 리듬 파마슈티컬스(Rhythm Pharmaceuticals)에 LB54640 글로벌 개발 및 판매 권리를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 규모는 3억500만달러다. 선급금은 1억달러이며,

Dx&Vx, 경구용 GLP-1 비만 치료제 글로벌 파트너쉽 논의 본격화

Dx&Vx, 경구용 GLP-1 비만 치료제 글로벌 파트너쉽 논의 본격화

디엑스앤브이엑스(DXVX)가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파트너십 체결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다고 23일 밝혔다. 최근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비만 치료제 시장의 경쟁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DXVX가 보유한 경구용 비만 치료제의 우월한 활성 연구 결과 등에 대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디엑스앤브이엑스(Dx&Vx)는 현재 자체 개발중인 경구용 GLP-1 비만 치료제의 전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며, 1일 1회 복용 알약으로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25년 전임상을 완료하고, 2026년 1분기 임상

식약처, 식욕억제제·최면진정제 등 오남용 실태 점검

식약처, 식욕억제제·최면진정제 등 오남용 실태 점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료기관 21개소를 대상으로 지자체와 함께 기획(합동)점검을 오늘(24일)부터 31일까지 실시한다고 24일 밝혔다. 식욕억제제(펜터민, 펜디메트라진, 암페프라몬)·최면진정제(졸피뎀) 오남용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식약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데이터를 분석해 ▲식욕억제제 처방 상위 의료기관 ▲식욕억제제 의료쇼핑 의심 환자가 방문한 의료기관 ▲최면진정제 과다처방 의료기관 등을 점검 대상으로 선정했다. 점검 내용은 ▲오남용 과다처방 등 업무 목적 외 취급 여부 ▲마약류 취급 내역 보고 적정 여부 ▲마약류 저장

서정숙 의원, "마약류 식욕억제제 온라인 판매 폭증…실태 파악해야"

서정숙 의원, "마약류 식욕억제제 온라인 판매 폭증…실태 파악해야"

최근 5년간 펜터민(디에타민) 등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온라인에서 불법으로 판매하다 적발된 건이 총 1,362건인 것으로 드러나며 이에 대한 오남용 실태 파악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서정숙 국회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마약류 식욕억제제 온라인 판매 적발 현황에 따르면 2019년 4건, 2020년 1건에 불과했던 것이 2021년 181건, 2022년 807건으로 폭증했으며 올해 7월까지 작년의 45.7% 수준에 해당하는 369건이 적발되는 등 총 1,362건이 적발된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