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결산㉘] 22대 국회 6개월, 간호법 통과-의정갈등 숙제

[테마로 보는 의료계 결산] 22대 국회 6개월, 성과와 숙제
칠전팔기 간호법, 의정갈등 혼란 속 일사천리 통과
의정갈등 중재 노력, 두 차례 청문회에도 제자리걸음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4-12-30 05:57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22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출범 세 달 만에 간호법을 처리하며 의료계에 족적을 남겼다. 의료개혁발 의정갈등 중재도 시도했지만 성과는 내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 칠전팔기 간호법, 의정갈등 혼란 속 일사천리 통과

간호법은 22대 국회 복지위 출범 3개월 만에 일사천리로 통과했다. 21대 국회에서 보건의료계 갈등 속 본회의를 통과하고, 대통령 거부권 이후 재의표결 끝에 폐기됐던 혼란이 무색할 정도였다.

22대 국회에선 정부가 먼저 간호법 재추진 의지를 나타냈다. 21대 국회에서 직역갈등을 우려하며 더불어민주당 주도 간호법 처리를 막아선 것과 대조적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4월 국회 전체회의에서 본회의로 직회부된 간호법에 대해 "간호법이 다루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간호법이 최선의 방법인가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있다"며 "의료법 체계에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우려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정부가 180도 입장을 바꾼 데에는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료인력 부족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전공의 사직 빈자리를 진료지원인력(PA) 시범사업을 통해 간호인력으로 대체했지만, 법적 근거를 넘어선 업무범위는 현장 우려로 남았기 때문.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1대 국회 임기가 마무리된 후 "PA 간호사 등 법적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22대 국회에서 간호법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21대 국회에서 간호법을 막아서고 거부권을 끌어내는 데 성공한 14보건복지의료연대는 입장이 갈리며 동력을 상실했다. 간호조무사나 의료기사 등이 간호법을 반대하던 이유가 여야 법안에 나눠 담기며 반대가 아닌 '수정 필요' 의견으로 돌아선 것이다. 결국 14보의연은 간호법이 추진됨에도 투쟁이 아닌 우려 성명 정도만 발표하며 통과를 바라보기만 했다.

14보의연 중심 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임현택 전 회장이 단식에 들어가며 간호법을 막아섰지만 통과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14보의연 내부에선 중심 단체인 의협 책임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단순히 반대가 아닌 대안입법 등으로 간호법 명분을 막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여야는 22대 국회 출범 직후 각각 간호법을 발의하고 당론법안으로 정하며 의지를 내비쳤다. 22대 국회 두 달째 시작한 논의는 세 달째 민생법안으로 지목되며 급물살을 탔다. 결국 여야는 '이달 내 처리'라는 약속을 지켰고, 21대 국회 혼란이 무색할 만큼 손쉽게 국회를 통과하게 됐다.

◆ 의정갈등 중재 노력, 두 차례 청문회에도 제자리걸음

이에 이어 22대 국회는 출범 후 최대 현안인 의정갈등 해소에 나섰다. 21대 국회에선 총선을 앞두고 있어 일부 목소리를 내는 데 그쳤으나, 22대 국회는 청문회를 열어 의료대란 문제를 따졌다.

복지위는 지난 6월 26일 13시간에 걸친 '의료계 비상상황 청문회'를 개최했지만 결론을 내는 데는 실패했다. 야당은 갈등 핵심인 의대정원 증원이 근거 없이 추진됐다거나 비과학적이라고 지적한 반면, 여당은 의료개혁이란 대과업을 추진 중이라며 정부를 비호했다.

야당은 청문회에서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공론화위원회에서 대안을 모색해 권고안을 제시하면 국회 정부 의료계 시민사회가 수용하는 것을 전제로 의료현장을 정상화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의료계도 정부도 거절하며 의정갈등 중재를 위한 첫 시도는 결론 없이 마무리됐다.

의료현장 혼란에 더해 교육현장 혼란도 이어지자 교육위원회도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섰다. 복지위와 함께 연석 청문회를 개최한 것이다.

교육위와 복지위는 지난 8월 16일 '의대정원 증원에 따른 의대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를 개최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여야는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논의하며 의정갈등 돌파구 모색 기대감을 높였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 2025년 의대정원 재조정 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갈리면서다.

야당은 협의체를 통해 의대정원 배정심사위원회를 재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의료계를 포함한 협상 테이블을 만든 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학교별 여건에 따른 배분을 하자는 것이다. 입시 현장에 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실제 교육 현장 인프라 부재가 초래할 더 큰 혼란을 막자는 취지다.

반면 여당과 정부는 2025년 의대정원은 불가침이란 입장을 고수했다. 대학 입시가 사실상 시작된 상황에서 의대정원 재조정 가능성이 제기된다면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배정위원회는 장관 자문기구다. 배정위를 국회가 논의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야당 제안을 거절했다.

이후에도 의정갈등 해소를 위한 국회 노력은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 의지를 꺾진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19일 박주민 복지위원장과 김영호 교육위원장은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나 의대정원 증원 공개 토론회를 추진키로 했다. 의대정원 증원이 현실화될 경우 의학교육과 의료현장에 어떤 문제점을 가져올지 국민 앞에서 따져 보자는 취지다.

그러나 지난 24일로 예정됐던 토론회는 정부가 거절하며 무산됐다. 박 위원장과 김 위원장에 따르면 당초 공개 토론회에 동의했던 교육부가 주말 사이 의사를 번복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아무것도 변할 게 없는데 왜 하느냐'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나타나 의료대란 해소 의지조차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박 위원장은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조규홍 복지부 장관 사퇴도 촉구했다.

박 위원장은 "버티면 이긴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정부 때문에 한 학년에 7500명이 수업 받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위기"라며 "의료현장 갈등을 해소할 최소한의 의지마저 보여주지 않는 두 장관은 더 이상 국민을 위한 공직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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