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새해를 맞아 서울대병원, 연세대의료원, 가톨릭중앙의료원, 삼성서울병원 등 빅5 병원장들이 신년사를 통해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어 현장 안착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박승우 삼성서울병원 병원장은 신년사에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과 연계한 미래 발전 방향을 담은 진료 포트폴리오 재정립과 중증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과 자원 전반의 재편을 강조했다.
이화성 가톨릭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도 신년사를 통해 상급종합병원의 중증질환 중심으로의 구조 전환이 시작된 만큼 전문의 중심 의료기관으로의 재편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모든 가능성을 대비한 교육과 진료체계를 빠르게 갖추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금기창 연세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세브란스가 초고난도질환 치료 중심으로 진료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대한민국 최(最)상급종합병원의 모델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다만 병원장들의 시범사업 추진 의지와 달리 실제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현장 관계자들은 우려가 큰 것으로 확인된다.
중증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기존 경증 의료진의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점과 전문의 배출 부재로 인한 인력수급난, 새로운 중증도 분류기준으로 인한 현장혼란 등이 지적된다. 또, 중증이 아닌 중등증 환자 전원시 2차 병원 역량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구심도 나타냈다.
A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3일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병원 입장에서 중증환자 중심으로 병상수를 10% 정도 줄여도 경영상 크게 문제가 없고, 오히려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잠정적인 시뮬레이션 평가결과가 나와서 참여하게 됐다. 또 다른 참여이유는 혹시나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염두하다 보니 시범사업임에도 47개 상종 모두 참여한 것이라고 생각된다"면서도 "현재 준비는 미흡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시범사업 추진이 갑자기 발표된 후 시행되면서 의료인력 조정에 어려움이 크다. 중증환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기존에 경증환자를 보던 의사와 의료진이 많다. 일반적으로 약 4-5년, 길게 보면 10년에 걸쳐서 서서히 경증환자 대응 의료진은 줄이고 중증환자 대응 의료진을 늘리는 방향으로 조정해야 하는데 현재는 갑자기 줄이고 늘려야 해서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또, 내년까지도 전문의 배출이 안 될 가능성으로 있어 인력 수급의 한계와 중증도 분류기준에서의 현장 혼란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정부에서 기존 중증환자 분류기준이 아닌 '적합질환자'라는 새로운 중증환자 분류기준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산부인과, 내분비내과 등에 속한 환자는 중증으로 분류가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복합적인 질환을 가지고 있지만 주 질환이 경증이면 경증으로 판정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정부에서 현재의 중증분류기준을 보완하기 위해 ‘적합질환자’라는 새로운 중증환자 분류기준을 마련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익숙하지 않은 만큼 현장에서는 많은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기존 중증 분류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서 수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수렴을 거쳐 수정해 나가는 방향을 제안했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의 필요성과 방향성에는 공감을 나타내면서도 사업추진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점도 지적됐다. 2차 의료기관 역량 미흡과 의료전달체계가 고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도 도마 위에 올랐다.
B병원 관계자는 "현재는 전공의도 없고, 전문의도 부족한 상황인데 우격다짐으로 추진한다면 참여는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시범사업 관련 데이터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본사업과 이후 일상에 안착까지 가능할지 의문이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중증 중심으로 상급종합병원을 기능 중심으로 풀어낼 때 중증이 아닌 환자들은 2차병원으로 내려 전원해야 한다. 그런데 2차 병원은 전문 인력이나 의료 인프라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구조전환을 시행하면 뒷받침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의료개혁특위를 통해 2차병원 육성 계획 등이 발표했지만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지원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이로 인한 환자 피해와 의료기관간 갈등 등이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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