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속 독감 유행에 설 연휴까지…대학병원 응급실 난색

일선 응급실 전문의 "설 명절 비상응급 대응기간 지정해도 효과 불투명"
응급실 과부하로 환자 수용 한계 직면…전원 거부 불가피
응급실 경증 환자 방문 억제 위한 국민적 인식 개선 지속해야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1-06 11:59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설 연휴가 다가오면서 응급실 대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설 명절 비상응급 대응기간'을 지정해 차질 없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선 의료진은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설 연휴 응급실 상황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통해 설 연휴를 대비해 1월 22일부터 2월 5일까지 2주간을 '설 명절 비상응급 대응기간'으로 지정해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지자체와 함께 응급진료체계 운영계획을 마련하고, 연휴 기간 문 여는 병·의원 및 약국을 지정하는 등 차질 없이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도 일선 응급실은 일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기존 외래 환자에 독감 환자까지 몰리면서다.

A대학병원 응급실 전문의는 5일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독감이 유행하면서 평시보다 약 20~30% 이상 환자가 늘었다. 특히 어르신들의 경우 기저 질환이 있기 때문에 폐렴이 같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고,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설 연휴 기간 이러한 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2주간을 '설 명절 비상응급 대응기간'으로 지정하고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일선에서 큰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 것이다. 병원마다 의료진이 한정돼 있어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전공의 사직 이후 응급실 인력 부족이 지속되면서 지방 응급실 사정은 더 나빠지고 있다.

A대학병원 응급실 전문의는 "대부분의 병원 응급실에 응급의학과 의사 인력이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지방에서는 급여를 올려서라도 인력을 확보하려고 하지만 충원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전공의도 의대교육도 사실상 멈춰버린 현 상황에서 신규 배출 인력도 부족하다 보니 충원 인력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신규 의사배출시스템이 재계되지 않은 이상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시각이다. 특히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처치 후 최종치료를 담당할 배후과 인력 부족도 여전해 아무리 정부에서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현장 체감으로 연결되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응급실과 배후과 의료진 부족은 몰리는 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

A대학병원 응급실 전문의는 "지금도 호흡기 내과의 경우, 독감 환자들이 넘쳐서 못 받고 있다. 평소보다 40% 정도 증가한 수준이다. 호흡기뿐만 아니라 배후과 백업도 안 되는 과들은 다 환자를 못 받고 있다. 때문에 다른 병원에서 환자 전원 문의가 와도 수용이 안 된다"며 환자도 의료진도 힘든 현 상황에 대해 토로했다.

설 연휴 응급실 대책이 서울 및 수도권, 대도시 중심에서 지방 소재 2차 병원급 응급실 등도 소외되지 않도록 촘촘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B병원 응급실 전문의는 "지금 독감환자가 엄청 많다. 이로 인해 설 명절에도 응급실로 몰릴 수 있기 때문에 이 환자들이 의원급 등으로 분산할 수 있도록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지난 추석 때도 기간을 정해서 의원들도 문을 열도록 유도했지만 강제가 아니라 자율에 맡기다 보니 지방의 경우에는 거의 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10% 정도만 의원들이 문을 열어줘도 2차 병원급 응급실 과부하가 조금이라도 해소가 될 텐데 대부분의 응급실 대책이 서울 및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져서, 정부가 발표해도 와 닿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고 2차 병원급 응급실에도 자기부담금을 높이는 것도 대안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B병원 응급실 전문의는 "케이타스(KTAS, 응급환자분류기준) 5등급 환자는 자기 부담을 많이 내지만 응급실을 찾는 환자 95% 정도는 1~4등급으로 자기부담금을 많이 내는 대상이 아니다. 또 응급실이 아닌 다른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시골에는 의원급이 연휴에는 문을 안 연다. 그래서 병원 응급실에 4등급 정도의 경증 환자들이 계속 많은 상황이다"고 언급했다. 

이에 "응급실에 대한 국민적 인식 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중증 환자 중심으로 갈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캠페인 등 인식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4주(12월23일~28일) 기준 독감 의심 증상 환자가 인구 1000명 당 73.9명으로, 전 주 31.3명 대비 약 2.4배로 급증하는 등 유행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비슷한 기간(12월23일~27일) 응급실 내원환자는 평일 일평균 1만8437명으로, 전주 대비 3377명이 증가했다. 특히 증가한 내원환자의 약 41%(평일 일평균 1357명)가 독감 환자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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