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진단 규제 가로막힌 '빌로이'…말기 위암 처방길 열릴까

빌로이, 위 특정 단백질 클라우딘18.2 표적하는 위암 1차 치료제
관련 동반진단기까지 허가 받았지만, 신의료기술 분류로 사용길 막혀
환자단체 "비급여 조차 사용 불가…제도 개선방안 마련해야"    
심평원도 20일 클라우딘18.2 IHC 동반진단 여부 판가름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5-01-16 11:57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위암 표적치료제 '빌로이(졸베툭시맙)'를 둘러싼 사용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빌로이 투약 환자를 선별하는 신규 바이오마커에 대한 사용 규제로 인해 임상현장에서의 활용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마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규제 검토에 나서면서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은 최근 빌로이의 동반진단 제도 관련 개선방안을 신속히 마련해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韓, 전 세계 4번째로 '빌로이' 승인했지만…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심평원은 오는 20일 2차 전문평가위원회에서 빌로이의 면역조직화학염색검사법(IHC) 동반진단 여부를 심의한다. 

빌로이는 위에서 발현 및 노출되는 단백질인 클라우딘18.2(Claudin 18.2)을 표적하는 치료제다. 일본 제약기업인 아스텔라스가 개발해 지난해 3월 일본에서 전 세계 처음으로 허가를 받았다. 우리나라는 작년 9월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위암 표적치료제로서 승인을 받았다. 미국보다 빌로이 승인은 빨랐음에도, 현재 사용은 불가하다.  

신규 바이오마커인 클라우딘18.2 단백질을 표적하는 만큼, 관련 동반진단 의료기기인 한국로슈진단 'VENTANA CLDN18 (43-14A) RxDx Assay'도 동시 허가를 받았는데, 해당 진단기기의 요양급여코드(EDI)가 현재까지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비급여로도 진단 행위 자체가 불가하다는 의미다.    

신의료기술 평가가 발목을 잡은 셈이다. 빌로이 치료 대상이 되는 클라우딘18.2 양성 여부를 진단하기 위해선 면역조직화학염색검사법(IHC)을 사용한다. 

IHC 검사법은 암 조직 내 특정 단백질 발현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HER2(유방암, 위암), ALK(폐암), PD-L1(폐암, 위암) 등 주요 바이오마커 진단에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현행 규정에 따르면 IHC 검사법은 암종이나 바이오마커가 새롭게 추가되더라도 기존기술로서 인정은 불가능하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신의료기술 평가를 통과해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문제는 해당 평가기간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으면 사용 가능 시점까지 최대 320일(의료기기 허가 80일 + 진단검사 신의료기술 평가 140일 + 의료행위 건강보험 등재 100일)이 소요되는 실정이다. 말기(4기) 위암 환자의 기대여명인 6개월을 훨씬 뛰어넘는다.  

이에 환단연은 15일 성명을 통해 "말기 위암 환자들은 비급여로조차 치료받을 수 없는 심각한 상황에 부닥쳐 있다"면서 "치료제가 있음에도 진단이 불가능해 치료 기회를 상실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생명과 직결된 치료제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동반진단 제도 관련 개선방안을 신속히 마련할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사망 위험 25% 낮춰 NCCN·JGC도 '우선 권고' 

빌로이는 위에서 발현 및 노출되는 단백질인 클라우딘 18.2와 결합해 작용하는 면역글로불린 단일클론항체다. 클라우딘 18.2는 위점막세포의 암 발생 과정에서 노출되는 단백질로 림프절 전이 및 원격 전이 부위에서도 일부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이성 위암 환자 중 약 90%가 HER2 음성 환자이며, 이 중 약 40%가 클라우딘 18.2 양성 환자인 것으로 보고된다.

그런 만큼 관련 치료에서 획기적인 치료 결과를 나타냈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라선영 교수에 따르면, 빌로이는 생존율 답보 상태에 놓은 전이성 위함 치료에서 기존 화학요법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약 25% 낮췄다. 

실제 클라우딘18.2 양성, HER2 음성인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선암 또는 위식도 접합부 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인 SPOTLIGHT 연구에서 빌로이 투약군의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10.61개월로 대조군(8.67개월) 대비 길었다. 

2차 평가변수인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도 빌로이 투약군이 18.23개월, 위약군 15.54개월로 빌로이 투약군에서 유의하게 증가했다.  

또 빌로이 치료 효과는 아시아 환자군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SPOTLIGHT 연구에 따르면, 아시아 환자군에서 빌로이 투약군의 PFS 중앙값은 13.96개월로 비아시안 환자군의 8.94개월보다 길었으며, OS도 23.33개월로 비아시안 16.13개월을 상회했다.

이에 빌로이는 2024년 12월 미국암종합네트워크(NCCN) 위암 진료지침개정판(Version 5.2024)에 우선권고요법(category1)로 등재됐다. 지난 6일에는 대한위암학회 공식 학술지인 JGC(Journal of Gastric Cancer)에서도 최고 수준의 권고 약물로 등재됐다. 

한국아스텔라스 관계자는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회사뿐만 아니라 정부 및 여러 관계자 분들이 노력하고 계신만큼, 하루라도 빠르게 환자들이 동반진단을 통해 빌로이라는 새로운 치료옵션을 사용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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