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1년, 의료진 부족에 암 수술 감소…환자 피해 우려

"암 진단 후 치료 지연 시 환자생존율 악화 가능성 있어"
암 등 중증질환 환자, '원하는 병원' 아닌 '가능한 병원' 선택 불가피
의정갈등 종료 기대…사태 재발 방지 위한 시스템 재정비 촉구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2-07 05:59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의정갈등이 1년째 이어지면서 상급종합병원의 6대 암 수술 건수가 약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역 의료인력 부족이 심화되면서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 전원이 늘어나고 있지만, 수용이 어려운 환자들은 2차 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의료진 부족 상황에 환자가 몰리면서 의료진의 피로도는 커지고 있으며, 환자들 또한 수술 병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6일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공의 공백이 시작된 2월부터 11월까지 상급종합병원 47곳에서 건보공단으로 청구한 국가암검진사업 대상 6대 암 수술 건수는 4만8473건으로 집계됐다. 전년(2023년) 동기간 5만8248건보다 16.78% 감소했다.

6대 암 중 간암 수술은 전년 동기간 대비 24.74%, 위암수술 21.88%, 자궁경부암수술 20.82%, 폐암수술 19.22%, 대장암수술 16.86%, 유방암수술 10.58% 순으로 감소했다.

위암 수술의 감소는 의료진 부족 영향과 더불어, 암 초기 발견시 내시경 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 발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암 진단 후 치료가 지연될 경우, 환자의 생존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대한위암학회 박중민 홍보이사는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위암의 경우, 조기 위암 발견이 많아지면서 수술보다는 내시경 치료비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최근 몇 년 동안 전체 수술건수는 유지 또는 감소하는 추세를 나타냈다. 여기에 더해 1년간 지속되고 있는 의정사태로 일시적으로 좀 더 수술건수 축소가 일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이어 "진료량은 의정사태 초기보다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전반적인 의료시스템이나 의학교육은 무너진 상태다. 이로 인해 신규 의사 배출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고, 지난 1년간의 문제가 회복되려면 앞으로 1년이 아니라 몇 년이 더 걸릴 것이다. 문제는 의료공백 등으로 인한 진료 축소로 대기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치료를 제 때 받지 못 할 수 있고, 초기에 수술을 못했을 경우, 진행성이기 때문에 사망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공의 수가 가장 많은 빅5 병원의 진료 축소와 지역 대학병원의 의사인력 이탈 심화는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2차 병원으로 환자 쏠림현상을 가져오면서 의료체계 전반에 부담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 A상급종합병원 교수는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도 빅5 병원에서 채용했던 전공의 숫자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 상황에서, 의대정원 증원 등으로 의정사태가 발생하면서 의사인력 공백이 커졌다. 구조적으로 수술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특히 지방 소재 대학병원들의 경우 전공의를 비롯해 교수인력들도 이탈하면서 인력난이 심화됐다. 이로 인해 수도권 상종으로 환자 전원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수도권 상종에서도 몰려드는 암 등 중증질환 환자를 다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일부 환자들은 종합병원, 2차 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가운데 환자상태가 나빠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의정갈등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이번 달이나 내달에도 사태의 진전이 없다면, 지난 1년간 버텨왔던 의료진의 심리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현재보다 의료시스템 붕괴 우려가 커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 환자 피해 가중…"선택권 사라졌다"

환자 피해 역시 가중되고 있다. 암을 비롯해 중증질환 환자들은 의정갈등 장기화에 진료 축소 및 길어진 수술 대기 기간으로 ‘원하는 병원’이 아닌 ‘가능한 병원’ 선택이 불가피해졌다.

중증질환연합회 김성주 회장은 "대부분의 암 등 중증질환 환자들은 빅5 병원에서 수술받기 원한다. 최고의 의료진에게 수술을 맡기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료진 부족으로 수술을 받기 위해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도 기다려야 하는 상황들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빠른 기간 안에 수술이 가능한 다른 병원을 찾는 경우들도 많다. 결국, 내가 원하는 병원에서 수술 및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선택권이 강제적으로 축소된 상황이 돼 버렸다"고 토로했다.

일례로, "지역 대학병원에서 지난해 2월 초 암 진단을 받고 같은 달 수술 예약이 잡혔던 환자가 일방적으로 수술이 잠정 연기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전공의들이 사직하면서다. 기다리다 못해 지역 2차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으나 현재는 휴유증이 발생해 상태가 나빠진 상태다. 또 다른 환자는 빅5병원에서 지난해 12월 수술을 요청했으나 올해 9월에나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김성주 회장은 이번 사태가 조속히 종료되길 바라며, 유사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시스템 등의 재정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보기

우리나라 암 사망률 1위 '폐암', 항암치료와 예방법

우리나라 암 사망률 1위 '폐암', 항암치료와 예방법

2021년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에서 암 사망률 1위는 '폐암'이다. 폐암은 증상이 없어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진단기기와 첨단 치료제 개발에도 불구하고 높은 사망률을 보인다. 폐암은 폐에 생긴 악성종양을 지칭한다. 폐와 기관지에서 발생하는 원발성 폐암과 다른 장기에서 발생한 암이 전이돼 발생하는 전이성 폐암으로 구분한다. 원발성 폐암은 암세포 크기와 형태를 기준으로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으로 나뉜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김찬규 종양혈액내과 교수는 “폐암은 임상적 경과나 병기에 따라 다양한 치료법이 적용될 수

의정갈등 1년째 강대강…"유일한 해법은 정책 폐기"

의정갈등 1년째 강대강…"유일한 해법은 정책 폐기"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정부 의료개혁으로 인한 의정갈등이 해를 넘겨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에선 유일한 해법은 의대정원 증원을 포함한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 폐기라는 주장이 나온다. 바른의료연구소는 6일 의료대란을 촉발한 정부가 사태 책임을 질 것을 촉구했다. 바의연은 지난해 2월 윤석열 정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정원 2000명 증원 발표로 전공의와 의대생이 병원과 강의실을 떠났고, 의정갈등이 이어지며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먼저 의대증원의 경우 합의를 위반한 독단적 결정이라는 점을 되짚

[2024결산⑨] 의정갈등 중심 '전공의'…해 넘겨도 복귀 안갯속

[2024결산⑨] 의정갈등 중심 '전공의'…해 넘겨도 복귀 안갯속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올해 초 정부가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하며 시작된 의료개혁은 의료계에 전례 없는 파장을 가져왔다. 의정갈등 파장 중심에 선 직역은 젊은 의사로 불리는 전공의와 미래 의료인이 될 의대생이다. 특히 빅5를 비롯한 수련병원에서 핵심인력으로 역할하던 전공의는 의료계에 더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정부는 수장인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사태로 탄핵됐음에도 의료개혁 추진 의지를 놓지 않으면서 의정갈등과 의료계 혼란은 해를 넘기는 모습이다. ◆ 예고된 반발, 준비된 발표…끝내 떠난 전공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