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전 세계적 열풍이 분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가 국내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비만 치료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개원가에서는 이제 위고비 없이 비만 치료를 논할 수가 없을 정도.
환자들이 먼저 수소문하는 전문의약품은 그간 나온 약물을 손꼽아 찾아 봐도 몇 개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비만연구의사회 전승엽 수석학술이사(잠실에프엠의원)는 "실제 임상에서도 위고비에 잘 반응하는 환자들은 매우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면서 "당뇨병 진단 기준 중 하나인 당화혈색소(HbA1c) 수치 개선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만 치료제인 만큼, 오남용을 해선 절대 안 된다고 조언했다. 부작용이 있는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 상담을 거쳐 처방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비만 치료를 위해선 생활 습관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전 수석학술이사는 "대부분의 체중 증가는 운동 부족보다는 식습관 문제에서 비롯된다"면서 "비만 치료를 위해 식단과 운동을 포함한 생활 습관을 개선해야 하는 것은 불변의 진리"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전승엽 수석학술이사와의 일문일답이다.
Q. 한국인 비만 유병률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 처음 비만 진료를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 내원 환자의 BMI가 상승한 것을 체감하나.
그렇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비만 환자가 크게 늘었다. 실제 30~40대 남성 절반 이상이 비만으로 분류될 정도이며, 주된 원인은 식습관 변화나 스트레스, 신체활동 부족 등으로 생각된다. 다행히 비만 치료제도 계속 발전해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었으며, 특히 위고비가 이런 변화를 가능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Q. 위고비 출시 후 약 4개월이 지났는데, 허가 임상과 비교해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확인된 효과는 어떠한가?
개인차가 있지만, 실제 임상에서 잘 반응하는 환자들은 매우 좋은 효과를 보인다. 덧붙이자면 이전에는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어서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약을 처방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환자에 따라 약물을 선택하거나 교체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각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찾아주는 것이 비만 치료 의사의 중요한 역할이 됐다.
Q. 위고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실제 환자들도 위고비의 효과에 기대를 갖고 내원하는 편인가.
그렇다. 대부분의 환자가 언론을 통해 일차적으로 위고비에 대한 정보를 접한다. 다만 언론에서 인용하는 임상연구는 대부분 BMI가 30 kg/m2 이상이거나 27 kg/m2 이상이면서 체중 관련 동반질환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것이기에, 환자들이 이러한 점을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Q. 비만 환자는 당뇨병 등 합병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위고비 투여로 체중 감량 외에 당화혈색소나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 등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보인 사례가 있다면.
많이 볼 수 있다. 당뇨 또는 당뇨 전 단계 환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체중 감량과 함께 당화혈색소가 0.5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체중이 더 많이 감량되면 그 이상 효과도 볼 수 있다. 실제 위고비 치료 시작 전 혈액검사를 실시하는데, 3개월 후 추적 검사에서 이러한 수치가 개선되는 것이 확인됐다.
Q. 위고비와 리라글루티드를 비교할 때, 주1회라는 복용 편의성 외에도 임상적인 이점은.
가장 큰 장점은 복용 편의성을 높이는 긴 반감기다. 또한 임상연구에서 위고비 군이 더 큰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실제로도 리라글루티드로 치료 중 체중 감량이 정체된 환자들이 위고비로 약제를 변경한 후 추가 감량 효과를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
Q. 위고비 출시 후 3개월간 처방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체중이 110kg였던 환자가 있다. 기존에 다른 비만 치료제를 사용하다 리바운드 현상으로 위고비를 사용했고, 이후 눈에 띄게 체중이 감량했다. 계속 사용하면 체중의 20%까지도 감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전에 통제하기 어려웠던 식욕을 조절할 수 있게 되면서 ‘음식으로부터 해방된 것 같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처럼 고도비만 환자의 경우 식욕 조절에 실패하면서 무력감을 경험하기도 하는데, 이들에게 위고비와 같은 약물 치료는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 삶을 변화시키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Q.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확인된 위고비의 이상반응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알려진 것처럼 오심, 구토 같은 위장관계 이상반응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용량을 올린 후에 4~5일 정도 구토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관리가 가능하다. 이러한 이상반응을 잘 관리하는 것 또한 의사의 역할이기에, 위장약을 처방하거나 식사 지도를 병행하면서 관리하고 있다.
Q. 위고비 출시 후, 미용 목적의 오남용이나 비대면 처방 등이 문제가 되면서 정부 규제도 있었다.
모든 의사가 공감하겠지만, 오남용은 절대 안 된다. 위고비는 비만 치료제로, 꼭 필요한 환자에게만 처방돼야 한다. 최근까지 포털에서 위고비를 검색하면 비대면 처방을 유도하는 광고가 상위에 노출돼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비대면 처방 금지 조치는 적절했다고 본다. 위고비는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을 거쳐 처방받기를 권장한다.
Q. 대한비만연구의사회 수석학술이사를 맡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학술대회에서 GLP-1에 대해 준비하고 있는 세션이 있다면.
대한비만연구의사회는 재미있게 표현하자면 'GLP-1에 진심인 학회'다. 올해 춘계학술대회 또한 오후 세션을 전부 GLP-1 계열 약물에 관한 주제로 구성한 만큼, GLP-1 계열 약물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의 장이 될 것이다. 특히 우리 학회가 미용보다 비만 치료에 중점을 두고 있기에, 비만 치료제로서의 의의부터 발전 가능성, 미래 파이프라인까지 이 주제를 더욱 깊이 있게 다룰 예정이다.
Q. 비만 치료에서 생활 습관 개선 또한 중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 환자들에게 생활 습관 개선과 관련해 어떤 부분을 특히 강조하는가.
비만 치료를 위해 식단과 운동을 포함한 생활 습관을 개선해야 하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특히 체중이 많이 나가는 환자의 경우, 약물 치료와 함께 전문가의 도움을 지속적으로 받으면서 체중을 관리해야 한다. 우리 병원에서도 단순히 약만 처방하는 것을 넘어 영양사와 협력해 종합적인 체중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진료 시에도 비만 치료제의 의의를 상세히 설명한다.
그래서 환자들도 위고비 복용과 함께 생활 습관도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많이들 인지하고 있다. 또 대부분의 체중 증가는 운동 부족보다는 식습관 문제에서 비롯된다. 운동과 식단 관리를 모두 다루되, 식단을 8:2 또는 9:1 정도 비율로 더 강조한다.
Q. 마지막으로 비만 전문가로서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은.
위고비를 비롯한 GLP-1 계열 약물은 기존 치료제와 궤를 달리하는 새로운 비만 치료의 시대를 열고 있다. 위고비 출시를 시작으로 체중 관리는 병원에서 하는 것이 가장 건강하고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대중에게 확산하면 좋겠고, 새로운 시대의 초입에 있는 의사들 또한 위고비라는 좋은 약을 잘 사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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