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래가 약가 인하 개편·외국 약가 재평가‥제약업계 부담 가중

강화되는 사후 약가 관리‥거듭된 '약가 인하'로 피로감 누적
제약업계, 사후 약가 관리 기전 너무 많고 효과 미미하다는 주장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2-15 05:5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정부의 의약품 가격 관리 강화로 제약업계가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와 의약품 가격 합리화를 목표로 약가 조정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이 확대되면서 지출 부담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기존 약제들의 경제성을 재검토하고 약가를 조정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에서 시행 중인 사후 약가 관리 제도로는 ▲실거래가 약가 인하 ▲사용량 약가 연동 ▲급여 적정성 재평가 ▲특허 만료 약가 재산정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정부는 실거래가 약가인하 제도 개편과 외국 약가 재평가를 준비 중이다.

제약업계는 이번 제도 개편이 또다시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내 제약사들은 지속적인 약가 인하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됐으며, 이에 따라 신약 개발 투자 여력이 감소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거래가 약가인하 제도는 의료기관과 약국이 실제 구입하는 의약품 가격을 반영해 보험 약가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실제 유통 가격보다 비싼 약가를 조정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실거래가 약가인하제도 개편의 주요 내용은 ▲약가인하 제외구간(R-zone, reasonable zone) 도입 ▲약가 인하율 10% 상한제한 폐지 ▲국공립병원 조사 대상 포함 등이다.

2023년 공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실거래가 약가인하제도 효과평가를 통한 종합적 개선방안 마련 연구'는 이러한 개편 방향을 뒷받침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대만, 호주는 R-zone을 운영해 특정 인하율 구간을 약가 인하에서 제외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완충 장치가 없어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지적이 있었다.

더불어 국공립병원의 실거래 가격이 약가 인하에 반영되지 않는 구조가 재정 절감 효과를 저해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와 맞물려 국공립병원의 저가 구매 가격을 약가 인하에 반영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만약 국공립병원이 조사 대상에 포함될 경우 전체 실거래 가격이 크게 낮아지고 그만큼 약가인하 폭도 커지게 된다. 제약업계는 국공립병원이 국가계약법에 따라 최저가로 납품할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공립병원과 같이 제외대상의 실거래가가 더 낮다는 것은 실거래가 조사로 인해 저가 공급이 더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제도 기능을 재정 절감 효과에 두기보다는 실제 거래가격으로 청구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말했다.

연구팀도 차선책으로 저가구매장려금 지급 대상 중 국공립병원의 지급률을 낮춰 장려금을 재분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외국 약가 재평가도 중요한 사안이다. 정부는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일본, 미국, 캐나다 등 A8 국가의 약가를 기준으로 국내 의약품 가격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조정평균가보다 높은 약가를 가진 제품만 인하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제약업계는 각국의 산업 특성과 정책이 반영된 해외 약가를 국내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외국 약가 재평가는 의견 조율의 어려움으로 시행이 지연되고 있다.

제약업계는 사후 약가 관리 제도가 지속적인 약가 인하로 이어지면서 신약 개발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정부는 데이터를 통해 이를 반박하고 있다.

보고서에 의하면, 일본, 대만, 호주는 실거래가 약가인하 제도를 통해 상당한 재정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일본은 의료비의 약 1%, 대만은 총 약품비의 16%, 호주는 24.9%를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 실거래가 약가인하로 절감한 약품비가 808억원으로 총 약품비의 0.45%에 불과했다.

정부는 이러한 데이터를 근거로 약가 인하가 신약 개발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근거는 부족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 영국, 독일 등 신약 개발이 활발한 국가에서도 약가 인하는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신약 개발과 약가 조정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제약업계는 현재 시행 중인 사후 약가 관리 기전이 너무 많고,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를 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정부도 중복적이고 과도한 사후 관리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지난 14일 열린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지원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국희 약제관리실장은 "제약산업 지원이 일관되게 추진됐는지 돌아보게 되는 시점"이라며 "정부도 중복적이고 과도한 사후 관리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조하진 사무관도 "1차적으로 연구 용역을 통해 사후 관리 제도들이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 지켜볼 예정"이라며 약가 정책 개편 방향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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