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직전 당직, 교육은 부실…전공의 특별법 '유명무실'

내과 외래, 외과는 수술 수련 없는 환경…'난장판 수련' 지속
"전공의법 처벌 조항, 수평위 개선으로 수련환경 정상화해야"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5-03-10 12:45

(왼쪽부터) 김은식 사직 전공의,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 김준영 사직 전공의. 사진=조후현 기자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전공의 수련이 출산 직전까지 당직을 서고 주당 120시간에 달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이뤄지는 반면 교육은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현장 목소리가 나온다. 유명무실한 전공의 특별법 개정을 비롯한 수련환경 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입법조사처,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0일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주제로 한 의료현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대화를 개최했다.

이날 수련현장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참석한 사직 전공의들은 전공의 수련이 열악한 환경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김은식 전 세브란스 병원 전공의협의회장은 부조리한 전공의 수련현장 사례를 소개했다.

먼저 임신한 여성 전공의들이 근로기준법과 달리 당직과 36시간 연속근무를 강제받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김 전 회장에 따르면 한 산부인과 전공의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되자 의국으로부터 야간 당직과 시간 외 근무에 대해 '법에는 저촉되지만 의국 역사상 하지 않았던 적은 없다. 강제할 순 없으니 당직 여부는 본인이 선택하라'는 암묵적 강요를 받았다. 또 다른 전공의도 임신 초기부터 당직 근무를 섰고, 퇴근 후 자택에서 고통을 느껴 다음날 새벽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사직 입장문으로 알려진 세브란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사례도 언급했다. 해당 전공의는 임신 중에도 당직 근무를 서는 것은 물론, 응급실 심정지 환자를 살리기 위해 1시간 가까이 심폐소생술을 하는 과정에서 태아 유산이 우려됐음에도 우선 환자를 살린 뒤 후속 조치를 마치고서야 태아에 대한 죄책감으로 몇 시간을 울었다는 사례다.

전공의 특별법상 수련 시간 제한이 상한선이 아닌 디폴트로 악용되는 것은 물론, 연속수련시간을 위반한 사례도 소개했다. 이는 김 전 회장이 직접 겪은 사례다.

김 전 회장은 2022년 7월 가정의학과 전공의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소아청소년과에 파견 근무 중이었다. 당시 코로나 양성이 확인돼 1주간 자택 격리 조치를 겪었다.

격리 해제 이후 소아과에선 격리 기간에 근무하지 않았으니 나머지 파견 일정동안 4주 평균 80시간에 맞는 근무를 벌충하도록 강제했고, 김 전 회장은 코로나 후유증에도 주당 110~120시간에 달하는 근무를 감내해야 했다는 설명이다.

김 전 회장은 "전공의 특별법을 위반할 경우엔 처벌 조항이 전무하거나 처벌 수준이 경미한 탓에 전공의들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고, 병원은 법 허점을 악용해 전공의를 착취하며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이제는 전공의 특별법 허점을 보완하고 현실에 맞게 개선해 법적 보호를 받으며 양질의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안전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준영 순천향대병원 전 전공의협의회장은 전공의 수련이 과중한 업무에도 실질적 교육은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내과를 전공한 김 전 회장은 보건복지부에서 고시하고 있는 내과 수련 교과과정이 1, 2, 3년차를 더해 절반 이상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수술과의 경우에도 의료원 전체에서 전공의에게 단독 집도 기회를 주는 과는 사실상 없다고 했다.

그는 "내과가 외래 진료를 수련받지 못하고 외과가 수술을 수련받지 못하는 전공의 수련 환경"이라며 "교수들은 익숙한 간호사와 수술을 진행하며 전공의를 배제한다. 일부 전공과는 수련 공백이 길어지면서 교수들이 교육 방법을 잊어버렸고, 전공의 교육을 간호사가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열악한 수련환경과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전공의가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운 처지라고도 설명했다. 전문의 취득을 위해선 학술지 논문 게재가 필수인데, 교수 도움 없인 작성할 수 없어 수련 과정 내내 의국에 목줄이 잡혀 있는 셈이란 설명이다. 실제 이날 발언 자리도 대전협 비대위와 김 전 회장이 지원자를 받았지만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고도 부연했다.

김 전 회장은 "말씀드린 사례는 소속과 과를 가리지 않고 모두 실제 사례"라며 "수평위는 사용자 인사로 구성돼 제재에 적극적이지 않고, 전공의법엔 과태료 외 별다른 벌칙 조항이 없어 난장판 수련은 계속되고 있다. 논의가 실질적 개선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발제에 나선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도 수평위 독립성 강화와 전공의 위원 참여 확대, 전공의 특별법 처벌 조항 명시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전공의는 주당 80시간 근무, 36시간 연속 근무, 최저 시급 수준 임금, 임산부 야간 근로, 교육 부재, 법적 분쟁 위험 등 부당한 근로 조건에서 수련을 받고 있다"며 "개선을 위해 설립된 수평위는 전공의를 대변하지 못하고 수련이란 명목 아래 노동 착취가 합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는 단순한 노동력이 아니라 미래 의료를 책임질 핵심 자원이다.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병원이 전공의를 양성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하며 전문의를 충분히 채용해 노동 착취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정당한 근로 환경과 처우를 보장하고 충분한 교육을 보장하는 것은 결국 환자 안전과 의료 질 향상으로 이어져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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