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한 응급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병원을 전전하다 결국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는 매년 반복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응급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골든타임 내 신속한 치료가 생사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환자의 의료정보가 제때 공유되지 않아 이송과 진료에 혼선이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현재 국내 응급의료체계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것은 의료기관 간 '환자 진료정보 공유'의 미흡함이다. 병원 간 정보가 원활하게 오가지 않으면 중증 응급환자는 적절한 치료를 받을 병원을 찾지 못하고 이송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치료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환자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는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을 기반으로 전국 응급환자의 진료 정보를 수집하고 있지만, 의료기관 간 진료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않은 실정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외 응급의료정보시스템 고찰을 통한 국내 시사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데이터 표준화 부족, 의료기관 시스템 간 낮은 상호운용성, 환자 개인정보 보호 규제 등이 주요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응급환자의 신속한 이송과 적절한 치료를 위해 환자 정보 공유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국가 단위의 응급의료정보 공유 시스템을 구축해 이를 해결하고 있다. 영국의 NHS Spine, 대만의 MediCloud, 싱가포르의 NEHR(National Electronic Health Record)와 같은 시스템은 중앙집중식 데이터 관리 방식으로 응급환자의 의료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환자의 과거 진료기록을 의료진이 빠르게 확인하고 최적의 치료 방법을 결정할 수 있다.
보고서는 국내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해 ▲데이터 표준화 ▲중앙집중식 시스템 구축 ▲개인정보 보호 규제의 유연한 적용 등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응급구조대(EMS)와 의료기관 간 응급의료 데이터 표준화를 위해, 응급의료 데이터 시스템(NEMSIS v3)에 FHIR(Fast Healthcare Interoperability Resources) 표준을 도입하고 있다. 그 결과, 주(州)별 의료 시스템 간 상호운용성을 개선할 수 있었다. FHIR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의료 데이터 표준으로 의료기관 간 정보 교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개발된 프레임워크다. 이를 활용하면 의료기관 간 환자 정보가 일관된 형식으로 공유될 수 있어, 응급환자의 빠른 진료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프랑스는 국가 의료정보 시스템(DMP)과 응급의료 데이터 관리 시스템(SIU)을 통합해 응급의료 데이터 형식을 표준화하고, 의료기관 간 구조화된 데이터 공유를 가능하게 했다. 호주는 응급상황 시 의료진이 환자 진료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법적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최근 '건강정보 고속도로(My Health Way)' 사업을 통해 의료정보 공유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의료기관의 참여 부족과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 확대 및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응급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보의 신속한 공유가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기 전에 구급대원과 의료진이 환자의 건강 정보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면, 치료의 질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 보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의료계가 협력해 응급의료체계의 디지털 전환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보고서는 응급환자 진료정보 공유와 데이터 표준화와 개인정보 보호 법제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바라봤다.
연구팀은 "응급환자를 포함한 국내 전체 환자 진료정보의 원활한 공유를 위해 의료정보시스템 데이터의 표준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응급의료정보 공유 및 활용에 대한 법적·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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