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찰 시범사업, 38개 상종 참여…본사업 안착엔 보완 필요

심평원, 시범사업 평가 통해 의료진·환자 모두 높은 만족도 보여
환자단체, 사업 취지 긍정적이나 인지도 낮아…심층진찰 차별화 포인트 명확해야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3-13 05:55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전국 38개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상급종합병원 심층진찰 수가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본사업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논의를 거쳐 질환범위와 진찰횟수 등이 일부 개선됐지만 진료의 질 평가나 경제성 확보 등 세부적인 부분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상급종합병원 심층진찰 수가 시범사업'은 중증·희귀난치질환자가 상종에서 15분 이상 진료를 보장하는 사업으로 2017년부터 시범사업형태로 진행해왔다. 올해는 지난달 26일, 기존 24개에서 신규 14개소를 추가해 총 38개 참여기관 선정을 완료하고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12일 이 시범사업 운영 및 지원, 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관계자는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시범사업 평가를 통해 의료진과 환자 모두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다만, 진료행태 개선요구에 따라 더 많은 의료진과 환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난해 건정심을 거쳐 올해 1월부터 반영되도록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시범사업 대상 질환이 확대됐다. 기존 중증·희귀난치성 질환(의심)환자에 국한했던 부분을 각 시범기관별 전문의가 심층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초진환자 및 재진환자도 대상이다.
 
여기에는 ▲중증·희귀난치질환(의심자)뿐만 아니라 ▲고위험 임산부·고위험 신생아(이른둥이) ▲중증·고난이도 수술이 필요한 환자 ▲내과계 복합질환 환자 ▲상급종합병원 진료 종결 관련 심층진료가 필요한 환자가 포함된다.

참여횟수도 연간 1회에서 4회로 확대했다. 참여하는 의사도 세부 전문과목별 참여비율을 50%로 제한했던 부분에서 제한을 없앴다. 세션운영에서도 전문의별 주당 1세션(환자수 16명)으로 제한을 했었으나 주당 3세션(환자수 48명)으로 완화했다.

다만, 본인부담율은 높아졌다. 산정특례대상, 조산아 및 저체중 출생아 대상자, 즉 본인부담경감 대상자는 기존처럼 5~10% 본인부담률이 적용된다. 하지만 기존에는 시범사업 본인부담률 25%가 됐던 부분에서 법정본인부담률 60%가 적용된다.

시범사업의 개선을 통해 더 많은 환자 참여를 유도하고 있지만 정작 대상이 되는 환자 및 환자단체에서는 이 사업에 대해 인지가 낮은 상황이다. 다만, 심층적으로 환자 진찰을 진행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심층과 일반 진찰의 차별화 포인트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자입장에서는 심층진찰을 통해 보다 높은 의료서비스 받고 있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방점을 둔 것이다.

중증질환연합회 김성주 회장은 이 사업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지만 잘 알지 못하고, 대부분의 환자들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초진의 경우, 이러한 시범사업이 아니라도 환자의 여러 상황을 파악하고 치료계획도 세워야 하기 때문에 보통 20~30분 정도 소요된다. 초진은 그렇지만 재진일 때는 그런 경우가 드물다. 3분 진료를 원하는 환자는 없다고 생각된다. 어쩔때는 제대로 질문도 못하고 나오기도 한다. 이에 어느 정도 금액을 지불하더라도 심층적으로 진찰을 받을 수 있다면 환영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초진에 이런 시범사업이 적용된다면, 기존과 다른 차별화된 점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심층 진찰을 통해 어떤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짚었다.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병원의 관계자들은 행위별 수가체계 속에서 단순히 진찰 시간을 늘리는 것에 대한 수가만으로 병원 운영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또한, 빠른 진찰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전했다.

A병원 관계자는 "병원 입장에서는 심층적으로 진찰했을 때 수가를 준다고 해도, 그것을 지속할 수 있으려면 기존과 동일한 수준의 재정 유지가 가능해야 한다. 예를 들어, 15분 동안 다섯 환자를 볼 때와 한 환자를 볼 때 수가 차이가 별로 없고, 환자만족도나 진료의 퀄리티도 높다면 본사업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그런데 행위별 수가체계 안에서 진찰료 수가만으로는 경영의 지속성을 유지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고 진찰 수가를 더 높인다면, 국민 부담이 커질 것이다. 때문에 본사업으로 안착하기에는 현실적으로는 힘들 것"으로 예측했다.

또 다른 B병원 관계자는 "현재도 필요하다면,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있고, 그렇지 않고 검사가 더 필요하다고 파악되면 빠르게 진찰을 진행한다. 따라서 3분 진료를 나쁘다고만 볼 수 없다"고 언급했다.

사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특히 초진 환자 위주로 그동안 시범사업이 진행되다 보니 기존 진료와 큰 차별점이 없다는 지적이다. 진료 시간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환자 중심의 질적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C병원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시범사업이 초진에 국한돼 있었다. 그런데 초진은 재진환자에 비해 진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그렇다 보니 환자에게 심층진찰에 대한 동의를 얻어 사업기준에 부합하는 15분 정도를 채우면 수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보니 심층진찰이라고 진찰시간이 긴 부분 외에 차별화되는 부분이 부족하다고 보여진다. 이 부분을 보다 환자 중심으로 바꾸려면, 진찰 시 어떤 부분은 꼭 넣어야 한다든지 퀄리티를 높일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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