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반복되는 응급실 수용곤란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우선수용원칙'을 법제화하고, 원칙이 작동할 수 있도록 재정 강화와 전달체계 개편, 의료사고 위험 부담 등을 함께 추진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반면 대한응급의학회는 전제는 사라진 채 원칙만 남아 의료진이 현장을 떠나는 역효과를 우려하는 모습이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은 18일 '응급실 뺑뺑이 해소를 위한 응급의료법 개정 방향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김 의원은 이날 직접 발제를 맡아 응급의료체계 개편 필요성과 응급의료법 개정 방향을 설명했다.
김 의원은 먼저 응급실 수용곤란 현상은 인력보단 시스템 문제라는 점을 짚었다.
김 의원은 최종 치료를 책임질 의사가 부족한 문제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최종 치료 가능한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병원 전원체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의료사고 위험까지 뒤따르다 보니 환자를 거절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국립대병원 7곳에서 11개 중증응급질환 최종진료 가능 여부를 확인한 결과 불가능 비율이 44%로 나타났다는 점도 언급했다. 24시간 당직 체계 구성을 위해 최소 6명이 필요하다고 가정할 때 국립대병원 7곳에서 부족한 의사는 367명 수준이다. 연봉 2억으로 채용한다고 가정하면 4500억원 정도 추가 재정이 필요한 셈이다.
김 의원은 이처럼 응급실 수용곤란이 반복되는 시스템 문제 해결을 위한 응급의료법 개편 방향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눴다.
먼저 응급환자 수용능력 확인 조항을 삭제해 '우선수용원칙'을 세운다. 응급환자가 오면 우선은 수용해 반드시 살려놓고, 최종치료 여부를 판단해 치료·전원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우선수용원칙 전제조건으로 인력·재정·거버넌스 개편도 법안에 담는다. 인력 등 의료자원 확보를 위한 재정 강화,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 중앙·시도 거버넌스 구축, 의료사고 위험 부담 완화 방안, 주취자 폭행 등 응급의료종사자 보호 등을 예로 들었다.
인력의 경우 응급의료기관 내 응급의료 전담전문의 24시간 2인 1조 근무체계 조항 명시, 중증응급질환 최종치료 당직전문의 24시간 비상진료체계 조항 명시, 인력 확보를 위한 응급의료기금 인건비 지원 근거 마련, 응급의료기금 재원 확대 등을 제시했다.
전달체계의 경우 응급의료기관 유형별 중등도에 따른 진료기능 명확화와 진료기능에 따른 인력기준 마련, 진료기능·인력기준에 따른 응급의료기관 지정, 중앙전원상황센터 및 권역전원조정센터 설치, 이송·전원 절차 및 조정 기준 마련 등이 담겼다.
재정은 응급의료기관별 진료 기능 수가 가산, 질환·시술별 응급의료 수가 가산, 전원율·최종치료율 등 성과 가산제도 도입, 적정 진료 제공·결과나 응급의료 질적 향상 평가 지원 등으로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안이다.
반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응급의학회는 우려가 앞서는 입장을 밝혔다. 우선수용원칙 전제조건인 인력·재정 지원을 비롯한 시스템 구축이 실현되지 않은 채로 법제화부터 이뤄진다면 전제조건은 흐릿해진 채 우선수용원칙만 남아 의료진이 현장을 떠나게 만드는 역효과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이성우 응급의학회 정책이사는 구조적 문제와 개선 방향엔 동의하나, 우선수용원칙이 성공하기 위해선 백그라운드 설계가 정확히 돼 있어야 한다는 점을 설명했다. 적어도 같이 추진되거나 전제조건이 먼저 실행되면서 우선수용원칙을 끌고 나가야 하는데, 전제조건 해결이 되지 않은 상태로 법제화가 된다면 우선수용원칙만 남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 정책이사는 "언급된 24시간 2인 1조 근무도 당연히 하고 싶지만, 사람이 없어 조를 편성할 수가 없다"며 "그럼 중증 응급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남아 있어야 할 의사들이 더 편한 곳을 찾아 떠나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고생하는 구급대원들, 응급실과 최종치료 현장에서 고생하는 의사들 모두 환자 예후를 좋게 하고 살리고자 하는 것인데 자꾸 특별한 책임과 의무를 법적으로 강제하는 방향으로 가고, 권리나 이익은 소외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방향성엔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실행의 문제다. 응급실과 최종치료 의사 부족을 해소하고 유인할 근거를 담는 것이 낫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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