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감정, 醫-患 입장차 여전…政 "공신력 확보가 답"

20일 '더 나은 의료체계를 위해' 토론회…서울의대-서울대병원 임상의료정책연구회 공동주최
의료사고 소송환경 개선…실효성 갖춘 구체안 마련이 관건
강희경 교수, 의료사고 분쟁…의료법원·면허관리기관 신설 제안
의개특위 "의료사고 안전망…국회 논의 과정 등 보완해 나갈 것"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3-21 05:57

(왼쪽부터) 한국중증질환연합회 김성주 대표, 강준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장, 서울대병원 강희경 교수, GCN녹색소비자연대 유미화 상임대표. 사진=김원정 기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통해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발표한 가운데, 의료사고 소송환경 개선을 위한 입증책임 전환이 쟁점으로 떠오른다. 환자와 소비자 단체는 입증책임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고, 의료계는 의료진 설명으로 환자를 설득할 수 있는가에 우려를 표했다. 이에 정부는 공신력 있는 감정체계 구축을 통해 의료사고 원인규명의 신뢰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20일 서울의대 양윤선홀에서 열린 '더 나은 의료체계를 위해-세션5 의료서비스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를 위한 소송환경 개선' 토론회에서는 참석자 간 서로 다른 입장이 확인됐다.

첫 연자로 나선 GCN녹색소비자연대 유미화 상임대표는 '더 나은 의료체계를 위해 의료소비자와 공급자 모두를 위한 소송환경 개선'을 발제로 "의료사고 소송환경을 개선하려고 할 때 형사 책임에 대한 특례보다는 형사법 체계 내에서 의료인이 당하는 형사 절차에 대한 검토가 소송 환경 개선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들이 의료진 과실과 의료사고 결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된다. 그런데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이에 반드시 입증책임 전환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연자인 서울대병원 강희경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를 발제로 "결과가 나쁘다고 해서 의료사고는 아니다. 때문에 나쁜 결과가 의료사고인지 아닌지 구별하기가 매우 어렵다. 의사, 의료진이 아닌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또 피해자들은 사고라고 믿지만 의료진이 보기에는 아닌 경우도 상당히 많다. 그래서 의료사고인지 아닌지에 대한 조사는 의료 전문가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문가 조사의 경우 의료기관에는 이미 전담조직이 있고, 조정중재기관을 사용할 수도 있다. 또 의료개혁특위에서 말한 것처럼 의료사고 심의위원회에서도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사고 심의위원회가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가능하다면 의료법원을 신설하거나 면허관리기관을 만들어, 의료전문가가 사고·과실 여부를 조사하고 판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발제를 들은 보건복지부 강준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장은 "2차 실행방안을 통해 의료사고 안전망에 대한 기본적인 제도의 틀과 주요 내용은 발표됐지만, 세부적인 실행 방안이 실효성을 좌우할 것이다. 이에 국회 논의 과정 등을 통해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의료적 감정에 대해서 굉장히 공신력을 높이기 위한 작업들을 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의료사고에 대한 감정이 제대로 이뤄졌을 때 의료사고 심의위원회에서의 결정들도 합리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지금도 법원이나 검찰수사단계에서 의료사고 감정에 대한 것들에 대한 자료를 받고 있지만 그런 자료들이 충분치 못해서 다시 추가적으로 감정을 요구하고, 그런 과정에서 소환조사라든지 수사가 장기화되는 부분들이 있다. 그래서 '의료감정을 어떻게 잘 만들 것인가'는 정부가 이번 의료개혁특위를 통해 만든 대책의 핵심 중 하나"라고 했다.
20일 '더 나은 의료체계를 위해' 토론회 전경. 사진=김원정 기자
발제 후 토론 과정에서도 각 당사자 입장은 이어졌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 김성주 대표는 "의료사고가 났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정말 의료인이 진정성 있는 사과와 설명을 하고 있느냐, 의료 피해를 받은 환자나 보호자가 그것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한 내용들이 전달이 됐느냐다. 그런데 이것이 처음부터 되지 않는다. 그래서 환자들은 형사고발형태를 통해 입증이나 의료사고문제들을 확인한다"며 사고 원인규명과 사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희경 교수는 "피해에 대한 입증 책임을 환자측 피해자가 아니라 의료진이 해야 된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안건인 것 같다. 사실 의사 입장에서 실수 때문이 아니고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고 얘기를 해도 환자 측, 피해자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이런 경우에 입증을 의료진이 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강준 과장은 이에 대해 "의료개혁특위에서 고민하는 부분도 입증책임 전환 시 담당 의료진이 설명한다고 해서 이것이 받아들여질 것이냐에 대한 부분이다. 또, 입증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것들이 그동안 제도적이든, 어떻게든지 만들어진 적이 없다보니 제일 효과적인 방법이 형사적인 방법으로 수사하면서 풀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좀 바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감정 절차의 공신력을 높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관련한 전문가 참여도 필요하고, 일부는 의료전문가가 아닌 사람들도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비전문가가 참여했을 때 공정성과 과학적 근거를 갖춘 판단이 가능하겠느냐는 지적도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전문가의 판단이 중요하지만, 비전문가는 의료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이뤄졌는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런 것들을 보완해나가느냐가 입증책임 문제를 풀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서울의대-서울대병원 임상의료정책연구회, 더 나은 의료시스템을 함께 만들어가는 의료소비자-공급자 공동행동 공동 주최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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