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민 단장 "국산 의료기기 매출, 제대로 일으켜볼 것"

1조원 투입한 범부처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 올해 마무리  
국산 첫 CGM 상업화부터 하드웨어로선 최초 FDA 승인 성과 
"2기 사업단 이어져야…2기부턴 실제 매출 성공에 방점"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5-03-22 06:00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 김법민 단장이 향후 사업단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성훈 기자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2기 사업단이 꾸려진다면, 보다 과제 선정 과정을 강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의료 현장의 미충족 수요를 채워줄 수 있는 제품 위주로 심사할 예정이다."   

국산 의료기기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출범한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이하 사업단)이 올해를 마지막으로 1기 사업을 종료한다.

사업단은 말 그대로 범부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함께 뜻을 모아 2020년 5월 출범한 국가 대형 연구개발(R&D) 프로젝트다. 초대 사업단장엔 고려대학교 바이오의공학부 김법민 교수가 임명됐다.  

2025년까지 6년간 투입된 누적 사업비만 해도 총 1조1971억원(국비 9876억원, 민간 2095억원)에 이른다.

사업단은 투입된 예산과 인력만큼 대내외로부터 국산 의료기기 제품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의료기기의 개발단계에서부터 현장 수요(의료기관, 사용자 등)를 반영하고, 산·학·연·병 협력을 바탕으로 한 전주기 개발 지원 체계를 마련해 관련 시장에서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 내면서다.  

20일 'KIMES 2025'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법민 사업단장은 "(사업단 운영을 통해) 2023년부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산 대표 의료기기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면서 "우리나라 의료기기의 강점들을 알리게 된 계기가 돼 굉장히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사업단은 재작년부터 본격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글로벌 의료 시장에 내놔도 꿀리지 않을 국산 혁신 의료기기 제품들을 골라 집중 지원하면서다. 구체적으론 의료기기 인허가부터 투자유치 중개, 임상적 유용성을 위한 임상시험 지원까지 다양하다.  

2023년부턴 사업단 지원을 받아 상업화에 성공한 국산 의료기기 10개씩을 매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막대한 정부 예산이 투입된 만큼, 사업 성과를 국민과 관련 부처에 잘 알릴 필요가 있어서다.

대표적으로는 국내 최초 연속혈당측정기(CGM)인 아이센스 '케어센스 에어'를 비롯한 세계 최초 안과급속냉각마취기인 리센스메디컬 '오큐쿨', 경도인지장애환자 디지털치료기기(DTx) 이모코그 '코그테라' 등이 있다.   

김 단장은 "국산 의료기기 하드웨어가 미국 FDA로부터 '드 노보(De Novo, 최초 승인)'를 받은 건 리센스메디컬 오큐쿨이 처음"이라며 "이모코그 코그테라 역시 경도인지장애 치료에서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 받아 독일 내 보험수가 적용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시작은 막막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국산 혁신 의료기기 개발 상용화에 가속도가 붙은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 단장은 2기 사업단 출범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2기 사업단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예비타당성조사 절차를 거쳐 늦어도 하반기에는 최종 확정된다.

김 단장은 "지금 1기 사업단에서 가져왔던 성과들과 의미에 대해 정부 부처에 어필을 하고 있다"며 "이미 (관련 부처에) 후속 사업에 대한 예타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기산업이 가진 특수성을 강조했다. 의료기기는 지식 집약형이면서 규제 산업이고, 소량 다품종 생산이라는 특수성을 띄고 있어 정부 주도 없인 절대로 육성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대한민국 의료기기산업은 세계 9위 수준 규모지만, 세계 20위 안에 드는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는 전무하다.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 김법민 단장이 기자들에게 향후 사업단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사업단 제공
그는 "국가에서 이걸 왜 지원을 해야 되나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기업들이 아이디어만 갖고 의료기기 사업에 뛰어들면 (재원 부족으로) R&D만 하다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끝까지 상업화 단계로 이끌기 위해선 국가를 중심으로 한 가이드 제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김 단장은 2기 사업단이 출범하게 된다면, 큰 틀에선 1기와 유사하게 가되 보다 임상현장의 '니즈(Needs)'를 충족하는 제품 지원에 힘쓸 것이라 했다. 

이를 위해 사업단은 최근 대한의학회와 공동으로 '미충족 의료수요 기반 의료제품 설계서'를 만들었다. 의료기기 개발자들이 개발 시작부터 임상적용을 고려해 체계적으로 고안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사업단은 설계서에 기반한 사업화 발표까지 다면심사해 정말 될 것 같은 사업에만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과거보다 심사를 보다 깐깐하게 하는 이유로는 '현장 고민 부족'을 꼽았다. 그간 과제 지원 신청서를 받아보면 뭘 만들고자 하는지는 알겠는데, '어떤 병변에 쓸 건지', '임상의들이 요구하는 개선점은 무엇인지' 등 디테일한 고민은 부족한 과제가 대부분이었다는 것. 

김 단장은 "임상 현장에서 어떻게 쓰일 수 있는 건지에 대해 연구자가 고민을 미리 해야 한다"며 "우리가 의료에서 미충족 수요 얘기를 많이 하지만, 이를 실제로 검증하기란 쉽지 않다. 심지어 아이디어를 갖고 오는 의사들마저도 '내가 만드는데 왜 안 써?' 이런 말씀들을 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 패널이 미충족 수요를 제대로 검증하도록 해서 정말 되는 사업만을 하자라는 뜻"이라며 "상업화에 성공했다는 게 단지 페이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실제 매출 성공으로 이어지는 그런 사업들을 만들어 보자라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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