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 "신산업규제혁신위, 형식적 청취 일관…깊은 유감"

약사회, 26일 진행된 규제샌드박스 신산업규제혁신위원회 회의 참석
전문가 집단에 대한 존중 없어…보건복지부 의견도 패스돼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5-03-27 06:00

(왼쪽부터) 대한약사회 강병구 대회협력본부장, 이광민 부회장, 최용석 부회장. 사진=대한약사회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대한약사회가 국무조정실 산하 신산업규제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에 깊은 유감을 드러냈다. 25일 진행된 혁신위 1차 회의에서 화상투약기 시범사업 연장 안건과 인체용 의약품 동물병원 직접 공급 시범사업 안건에 대해 형식적 청취만 있었다는 주장이다.

26일 서울시 서초구 대한약사회관 기자실에서 대한약사회 출입기자단의 요청으로 긴급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간담회에는 혁신위 회의에 직접 참석했던 이광민 부회장, 최용석 부회장, 강병구 대외협력본부장이 함께 했다. 이광민 부회장은 화상투약기 시범사업 안건 회의에, 최용석 부회장과 강병구 대외협력본부장은 인체용 의약품 동물병원 직접 공급 시범사업 안건 회의에 참석했다. 
 
간담회에서 이광민 부회장은 "두 안건 모두 이해당사자이자, 해당 안건에 대한 최고 전문성을 가진 9만 약사들을 대표해 대한약사회가 참석했고, 관련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함께 참석해 반대 또는 신중 검토 의견을 회의에서 명확히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혁신위가 일방적으로 회의를 진행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세 임원은 회의 안건에 대해 약사들의 의견을 전달했으나, 제출한 자료를 보지도 않거나, 혁신위가 정해둔 질문에서 위원 개인적인 판단으로 답변이 조금이라도 벗어난다고 생각하면 발언을 제지하는 등 형식적인 절차로서의 청취만 있었을 뿐이었다고 입을 모으며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위원회라는 취지가 무색했다"고 평가했다.

이 부회장은 "혁신위의 권고안이 향후 규제샌드박스 심위위원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나, 대한약사회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추후 권고안 문서가 전달되면 내용을 정확히 확인하고, 회원들이 우려하는 부분을 최대한 막아낼 수 있도록 끝까지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세 사람은 각 안건에 대해 회의를 진행했던 상황과 내용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화상투약기 시범사업 안건 회의에 참석한 이광민 부회장은 회의에서 2년간의 시범사업 결과를 근거로 이 사업이 국민의 편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또한 효능군 확대 및 한약사 개설약국 설치 허용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시범사업 기간 연장 자체를 중단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혁신위는 약사의 요청에 대한 검토는 전혀 없었으며, 품목 확대와 한약사 개설 약국 허용에 대한 논의만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혁신위의 회의 진행 방식과 흐름을 보았을 때 화상투약기 시범사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걱정되는 상황"이라며 "약사 회원 여러분에게 걱정을 끼치게 된 점에 대해 담당 임원으로서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동물병원 인체용 의약품 직접 공급 시범사업 안건 회의에 참석한 강병구 본부장은 "아직 결정된 권고안을 전달해주지 않은 상태여서 어떤 결정이 나왔는지 구체적으로 확인은 어려우나, 어제 회의 진행 방식과 내용으로 볼 때 상당히 문제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업이 국민에게 어떠한 편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 국민의 편익이 발생하는 지에 대한 검토가 선행이 된 후 사업 진행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야 함에 따라, 안건에 관련된 객관적 데이터를 제시했음에도 전혀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무조건 해당 시범사업을 시행하려는 방향으로 회의가 이뤄졌다는 점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함께 해당 안건 회의에 참석했던 최용석 부회장은 "약국을 통해서 공급하는 것이 아니면 오남용이 더 늘어난다는 증거가 있는지, 동물의약품이 공급이 되면 동물약품 생산 제약회사의 산업이 붕괴되는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만 얘기하려 했다"면서 "약사회와 복지부가 동물들에게 쓰이는 인체용 의약품의 사용량을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이나 마약류 관리 부실에 대한 내용을 발언하려고 하면 고압적으로 말을 끊어버렸다. 회의를 신청한 기업 측의 경우는 회의 시간 내내 회의장 내부에 계속 있었으나, 이해관계자들은 중간에 나가 있으라고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직 혁신위 회의를 통해 결정된 권고안이 약사회나 복지부에 문서로 전달된 것은 없는 상태다. 그러나 회의 진행 상황으로 볼 때 화상투약기 시범사업은 효능군 확대, 지역 확대 등이 진행될 확률이 높고, 동물병원 인체용 의약품 직접 공급 시범사업 또한 첫 시행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광민 부회장은 "주무부처인 복지부와 이해단체인 대한약사회가 모두 시범사업의 지속 여부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제안과 요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내용은 아젠다에 올리지도 않았다"고 부연하며 "전문가 단체와 주무부처의 의견을 무시하고 산업과 경제 중심으로만 바라보고 기업의 편을 드는 것을 볼 때 약사로서 자괴감도 들었고, 보건의료 분야에 이 부분을 적용하는 것이 맞는지 제도에 대한 회의감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혁신위를 통해 시범사업의 도입이나 중단, 폐기 등의 부분을 같이 검토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해 단체들을 불러 절차상의 하자가 없게끔만 하려는, 방향과 결과를 다 정해놓고 한 회의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심의위원회의 결정 근거를 주기 위한 혁신위라는 생각이 들었고, 회의 진행 방식으로 볼 때도 결과가 우려스럽다. 이후 회의는 또 없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만일 최종 의결기구인 심의위원회에서 화상투약기 시범사업 연장이 허용된다면, 화상투약기의 여러 해외 문제 사례들을 찾아 보강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전문가 단체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부분을 설명해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추후 대응 방향을 언급했다. 

강병구 본부장 또한 "동물병원 인체용 의약품 직접 구매 시범사업이 시행된다면 병원과 약국에서 인체용 의약품에 대한 사용 관리나 내역 보고가 예외적인 사각지대 없이, 인간의 병원과 동일한 선상에서 관리가 돼야한다"며 "이러한 내용을 받아들여서 시범사업을 진행하겠다고 한다면 수의사법 개정에 동의를 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약사법 개정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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