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추계위법 통과, 전공의는 쓴웃음…"악마화 수단 불과"

반대 명분 주고 시작…의료대란 재발 방지, 시작부터 불가능
"'원하는 대로 해줘도 떼 쓴다'는 악마화 수단 불과할 것"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5-04-03 05:59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법적 근거를 담은 보건의료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7대 요구안을 통해 추계위를 요청한 전공의들은 회의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신뢰할 수 없는 구조로 마련된 추계위원회는 의료계에 반대 명분을 주고 시작해 '원하는 걸 다 들어줘도 떼만 쓴다'는 또 다른 의사 악마화 수단에 불과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고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해당 개정안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가 보건의료인력 양성 규모를 심의할 때 수급추계위 심의 결과를 존중하도록 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건의료인력 양성 규모를 협의할 때에는 보정심 심의 결과를 반영토록 하고 있다.

사직 전공의들은 이날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수급추계위 필요성엔 공감했지만, 처리된 법안 실효성엔 의문을 나타냈다.

A 사직 전공의는 추계위가 가동되더라도 결과를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사회적 합의에 실패한 채 처리되면서 의료계 입장에선 정당성을 상실한 법안이 됐고, 이는 향후 반대 명분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태 재발 방지란 목표에서 출발했지만 의료계에 반대 명분을 주고 시작하는 셈이란 시각이다.

의협 역할에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국회 입장에서도 공론화와 공청회까지 거치며 처리가 불가피한 입장이 있었을텐데, 의료계가 수용할 만한 결과물 조율에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이유다.

그는 "추계위 필요성엔 전공의들도 공감하지만, 이대로는 가동되더라도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렇게 통과한 것은 의료계에도 향후 결과에 대한 반대 명분을 준 셈"이라며 "대화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일 정도로 원론적 입장만 고수한 의협도 아쉽다"고 말했다.

B 사직 전공의는 법안에 찬성과 반대를 던진 의원 명단만 봐도 의료계 반응이나 향후 방향성을 내다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본회의에서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반대,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찬성 표를 던졌다.

B 사직 전공의는 "의료계 목소리를 이해하고 전달하며 지지를 받고 있는 이주영 의원이 반대했다는 점, 의료계 목소리를 전달하지 못하는 김윤 의원이 찬성했다는 점만 봐도 디테일을 떠나 의료계가 받아들일 감정적 부분에 대한 짐작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법안 내용에 대해선 의료인력 수급추계는 토씨 하나에 해당하는 디테일로 수천명에 달하는 과부족이 뒤바뀐다는 점을 들어 신뢰할 수 있는 추계위 구조 필요성을 설명했다. 지난달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 주최 '의사수추계 논문공모 발표회' 결과만 보더라도 의료인 1인당 근무시간이나 생산성, 근무일 등에 따라 과부족 규모가 수천명 단위로 변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과학적 추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개정안처럼 심의결과를 '존중'하도록 하는 기관을 만들고 정부 입맛대로 배치된다면, 정부 입장에선 '원하는 걸 다 들어줬는데 의료계는 떼만 쓴다'는 명분만 얻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법제화를 위한 노고엔 감사하나, 의료계 입장에선 의사 악마화 수단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대한의사협회도 보정심 산하 구조를 비롯해 의료계가 과반 위원을 추천할 수 있도록 했지만 사용자 단체인 대한병원협회 몫이 포함됐다는 점, 수급추계센터가 복지부 장관 산하로 운영된다는 점 등에서 독립성과 전문성, 자율성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비판해왔다.

이주영 의원 역시 개정안이 처리된 지난달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이견이 남은 법안을 강행할 경우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이 의원은 "전공의·의대생 요구는 제대로 추계를 하라는 거지 급하게 만들라는 게 아니다. 의대생조차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결론이 공고해진다면 핵심의료에 지원하겠나. 수급추계대로 움직일 것인가"라며 "급하게 통과시켜 제대로 수급추계가 되지 않는다면 다시 비슷한 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초 수급추계위법은 일방적 의대정원 증원으로 인한 의료대란 재발 방지를 목표로 추진됐다. 이는 지난해 9월 가장 먼저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김윤 의원 제안 이유에서도 나타난다.

김윤 의원은 당시 개정안 제안 이유에 대해 "정부 일방적 의대 증원 결정으로 전공의 집단사직이 발생하고,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이 지속되고 있다"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사회적 합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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