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0명 전공의, 입영 기약 없이 '대기'‥헌법소원 청구

국방부 훈령 개정으로 '현역 미선발자' 신설‥의협 "병역 제도 공정성 무너져"
행복추구권·평등권·직업선택의 자유 침해‥수년간 병역 불확실성 존재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4-10 15:40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하는 의협 김택우 회장, 김민수 정책이사, 강명호 변호사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전공의 2400여 명이 입영 통보 없이 수년간 대기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 '의무사관후보생'이라는 신분이 무색하게, 복무 시작 시점을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방부가 올해 2월 개정한 훈령이 그 출발점이다.

국방부는 2025년 2월 26일 '의무·수의 장교의 선발 및 입영 등에 관한 훈령'을 개정하며, 기존 제10조를 변경했다. 개정안은 군소요 인원을 초과한 후보생을 '보충역'으로 분류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법적 근거가 없는 '당해연도 현역 미선발자'라는 새 분류를 도입했다.

대한의사협회는 10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이 훈령 개정이 병역 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훼손하고, 입영 대상 전공의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의협 김민수 정책이사는 "개정 훈령은 병역 이행 시점을 국방부가 자의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만든 것으로,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과 제11조 평등권, 제15조 직업선택의 자유를 모두 침해한 위헌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으로 인해 사직한 전공의 3300여 명 가운데 실제 입영이 이뤄진 인원은 약 880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2400여 명은 기존처럼 보충역으로도 분류되지 못하고 '현역 미선발자'로 남게 됐다.

김 정책이사는 "입영 예정자가 연간 1000~1200명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미선발자들은 길게는 4년 이상 입영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며 "매년 의대 졸업자가 추가로 배출되는 구조까지 고려하면 대기 기간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의협은 해당 훈령이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개정됐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김 정책이사는 "이해당사자인 전공의들과 의료계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됐고, 공청회조차 없이 졸속 개정이 이뤄졌다"며 "입영 시기를 예측하지 못한 채 수련, 취업, 개업 등 어느 것도 계획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전공의들이 수년간 병역 불확실성에 방치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번 개정이 일시적인 인력 과잉 조절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의협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군의관 지원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김 정책이사는 "불확실한 병역 시스템은 결과적으로 의무사관후보생 제도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것이며, 일반병으로 입영하려는 의대생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훈령 개정에 따라 '당해연도 현역 미선발자'로 분류된 일부 전공의들은 최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의협은 이번 헌법소원이 전공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병역 제도의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되살리기 위한 사회적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이번 헌법소원과 관련해 법률적 대응을 맡은 하정 강명호 변호사는 이번 사태에 대해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에 해당하며, 나아가 개인이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실현할 수 있는 행복추구권까지 침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강 변호사는 "국방부 훈령 개정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점을 헌법재판소에 확인받기 위한 청구"라며 "병무청이 일부 전공의를 당해연도 현역 미선발자로 분류한 것은 사실상 행정처분으로 볼 수 있어, 이에 대한 행정소송도 병행해 제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군대는 가야 하지만 언제 갈지 모른다'는 식의 상황은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며 "현역과 미선발자 간의 선발 기준도 불분명하고, 미선발자로 분류된 전공의들은 개업이나 취업 등 직업활동이 사실상 차단되고 있다"고 말했다.

의협은 이번 헌법소원이 향후 병역 정책 전반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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