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의료생태계 '최종 소비자'에서 '중심'으로 이동해야"

이상규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급성기 병상 감소는 글로벌 트렌드…병원 밖 치료 중심으로 재편돼야" 
11일 KHC 2025 '의정사태 이후 병원경영 패러다임의 변화' 패널토론
의정사태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워…병원 역할의 근본적 변화 필요
병원 비즈니스 모델, '치료'에서 '예방, 사후관리'로 확장해야
전문의 중심 고비용 구조 탈피해야…지속 가능성 확보가 핵심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4-11 13:07

이상규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사진=김원정 기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병원이 더 이상 의료 생태계의 단순한 최종 소비자가 아니라, 중심축으로서 이동해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병원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국한되지 않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1일 대한병원협회 주최 국제종합학술대회인 KHC(Korea Healthcare Congress) 2025에 진행된 '의정사태 이후 병원경영 패러다임의 변화' 패널토론에서 이상규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이상규 교수는 의정사태가 1년 이상 장기화되면서 앞으로 전공의가 복귀하더라도 예전으로 돌아가긴 어렵다고 진단하면서 새로운 병원의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병원이 의료 생태계의 마지막 소비자 역할을 했다. 제약회사나 의료기기 산업이나 여러 가지 의료 생태계 내에 존재하는 산업에서 생산되는 제품이나 서비스들을 병원이라는 공간이 소비를 하는 최종 소비자의 역할이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의료 생태계의 중심으로 이동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심으로 이동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병원이라고 하는 물리적인 공간의 한계를 벗어나야 된다는 점을 짚었다.

이 교수는 "제가 운영하고 있는 학교 연구소에서 세계 각국의 헬스 데이터들을 분석하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에 가장 눈에 띄는 데이터는 서구 선진국, 거의 모든 나라에서 특히 OECD 국가들 대부분의 나라에서 급성기 병상들이 엄청난 속도로 줄고 있다. 이 점이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시그널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병상이 줄어든다는 것은 환자가 줄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병원에서 치료받고 진료받던 환자들이 병원 밖에서 치료받거나 진료받는 현상들이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도 복지부에서 여러가지 형태의 재택의료라는 형태의 이름으로 분절적 시범사업 등을 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앞으로는 점점 더 가속화될 것이다. 그래서 의정사태를 겪으면서 복지부에서 강제적으로 상급종합병원 병상들을 줄이는 정책들을 끌고 갔지만 이것이 이번 사태가 아니었더라도 언젠가는 시행될 수밖에 없었던 내용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병원들도 찾아오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만을 비즈니스 모델을 가져가기보다 병원과 밖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될 것이다. 단순히 치료만이 아니라 예방, 혹은 치료가 끝난 환자들의 사후관리 등의 부분들에 대해서 좀 더 신경을 써야 된다"고 피력했다.

◆ 전문의 중심 고비용 구조 탈피…지속가능성 놓고 해법 찾아야

이상규 교수는 이번 패널토론을 통해 전문의 중심 고비용 구조에서 벗어나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의료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사실 고비용 구조의 병원도 문제지만 개인적으로 더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 시스템의 고비용 구조다.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은 전문의 중심, 병원 중심으로 짜여 있다. 그런데 필연적으로 병원이라는 공간은 고비용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특히 모든 환자들이 큰 병원, 서울에 있는 종합병원, 빅5 병원으로 몰려드는 상황에서 비용은 더 고비용 구조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많은 의료비가 쓰이고 그런 시스템은 절대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접근성, 응급의료, 의료의 질 등 많은 것들을 얘기하고 있지만 그것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면 무의미한 얘기가 돼 버린다. 그래서 전문의 중심의 고비용 병원 중심의 구조를 어떻게 우리가 해결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부분을 많이 고민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꼭 필요한 시점에 꼭 필요한 만큼의 의료를 소비를 해야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구조는 그렇게 돼 있지 않다. 그래서 수요 통제를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지속 가능하지 않고 그것을 어떤 형태로든지 간에 해결해 가지 않으면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미래는 매우 불안정할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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