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강이 사망사건, 결국 2심으로‥ 주요 논점 살펴보니

1심 민·형사 판결에 반발‥"병원의 협진시스템·진료기록시스템 붕괴 우려"

박으뜸·조운 기자2018-03-14 11:50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조운 기자] 9살 전예강 어린이의 엄마 최윤주 씨가 다시금 기자들 앞에 섰다.
 
'의료분쟁조정법' 일명 예강이법이 통과됐음에도 불구하고, 1심 법원이 병원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이에 14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연)와 故전예강 어린이의 엄마, 최윤주 씨는 사건의 주요 논점을 조목 조목 나열하며, 법원의 판결에 의문을 제기했다.

◆ 전예강 어린이 사건의 전말

9살이던 전예강 어린이는 2014년 1월 23일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한지 7시간 만에 사망했다.

가족들은 딸의 사망원인을 알기 위해 지난 4년 동안 대학병원과 긴 법정공방을 하고 있다.

부모는 2014년에 대학병원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2016년에는 응급진료기록부에 맥박수 등 바이탈 사인수치를 허위기재한 인턴과 간호기록부에 제1,2적혈구 수혈시간을 허위기재한 간호사를 형사고소 했다. 검사는 2017년 인턴과 간호사를 기소해 현재 형사소송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 동안 예강이 사건을 통해 변화도 있었다.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 도입을 위해 의료분쟁조정법(일명, 예강이법, 신해철법)이 개정된 것에 이어, 최근에는 추가기재·수정된 진료기록의 원본·수정본 모두를 의무적으로 보존·열람·사본 교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의료법(일명, 진료기록 블랙박스법) 개정이 이뤄졌다.

이와 같이 전예강 어린이 가족의 활동으로 의료사고 관련 신속한 피해구제와 진료기록의 진실성 담보를 위한 제도·법률 개선에는 큰 진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17년 10월 25일 1심 민사법원은 전예강 어린이 가족들에게 패소판결을 했고, 2018년 1월 12일 1심 형사법원은 의사 1명에 100만원 벌금형, 간호사 1명에 무죄판결을 했다. 전예강 어린이 응급실 사망사건과 관련해 1심 법원의 민·형사판결이 모두 병원 쪽에 유리하게 결론 난 것이다.

유족들과 환자단체는 이번 판결이 대학병원의 협진시스템과 진료기록시스템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는 심각한 오류를 포함하고 있고, 이것이 다른 의료사고 피해자나 유족들에게도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전예강 어린이 응급실 사망사건 10가지 주요 논점
 

그동안 유족들과 환연은 예강이 사건에 대한 의문을 듣고자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 결과,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을 속속들이 발견했다. 

환연 안기종 대표<위 사진>는 "현재 한국백혈병환우회 회장도 겸하고 있는데, 예강이는 전형적인 백혈병·혈액암 환자의 증상이었다. 그런데 병원에 입원한 지 단 7시 만에 사망하다니 여기에 엄청난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전예강 어린이는 2014년 1월 23일 09:47 대학병원 응급실 내원 당시 기면상태(drowsy), 발열(38.2℃), 빈맥(137회/분), 심각한 빈혈(헤모글로빈:4.1g/dL)·출혈(혈소판:9,000/μL) 위험, 저산소증(산소포화도:54%,산소분압-pO2:29.8mmHg) 등으로 응급수혈 등을 통한 생체 징후의 교정이 급선무인 백혈병·혈액암 의심 응급환자였다.

하지만 의료진은 혈액은행에서 35분이면 응급실에 적혈구·혈소판 등의 혈액이 도착하는 응급수혈 처방이 아닌, 78~184분이 소요되는 일반수혈 처방을 했다.

여기에 병원 소아신경과는 15시 39분, 소아혈액종양과는 18시 36분에 협진결과를 회신하였다. 그러나 소아신경과 협진주치의인 전공의는 이모씨는 이를 기다리지 않고 13시 28분에 요추천자 시술 수시처방을 했다. 이는 적혈구․혈소판 등의 수혈을 통해 생체 징후부터 교정하라는 이모씨 본인의 협진결과와 다른 처방이었다.

안기종 대표는 "혈액종양과와 소아신경과에서 회신된 협진결과 그 어디에도 요추전자 시술에 대한 언급이 없는데도 요추천자 시술 수시처방을 했고, 본인이 소아신경과 협진주치의로 직접 회신한 협진결과와 다르게 요추천자 시술 수시처방을 했기 때문에 이는 잘못된 처방을 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외에 진료기록시스템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 당시 간호사 유모 간호사는 의사의 수혈지시 후 수혈을 했고, 수혈처방 순서에 맞게 수혈된 것처럼 보이도록 제1, 2적혈구 수혈시간을 12:11에 기재했다. 하지만 유족은 혈소판, 혈장과 함께 적혈구도 수혈이 적절하게 완료된 것처럼 보이도록 조작한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 환자단체연합회가 공개한 CCTV 영상
 
안 대표는 "실제 15시 4분에 수혈된 제2적혈구를 12시 11분에 수혈된 것처럼 허위기재하면, 전공의가 소아신경과·소아혈액종양과에서 회신한 협진결과와 다르게 요추천자 시술 수시처방을 했거나, 또 다른 전공의 2명이 39분 동안 무리하게 시행한 요추천자 시술이 5회 실시되는 중에 심정지가 발생했어도 혈소판·혈장·적혈구 수혈 등 사전조치가 모두 적절하게 이루어진 후이기 때문에 전공의들에게는 의료 상 과실이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 대표는 "당시 일하던 인턴 김씨도 전예강 어린이 사망 당일 작성한 응급실 환자 18명 중 전예강 어린이를 포함한 9명의 응급진료기록부를 허위기재했다. 민사법원에서 인턴 김씨가 응급진료기록부에 기재한 전예강 어린이의 맥박수가 허위가 아니라는 대학병원 측의 주장이 검찰과 형사법원을 통해 허위로 밝혀진 전례를 고려하면, 간호사 유씨의 행위는 실수가 아니다. 관련 전공의들의 과실을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에 예강이 부모는 인턴과 간호사를 응급진료기록부와 간호기록지 허위기재를 이유로 형사고소 했다. 검사는 이들을 기소하면서 인턴에게 벌금형 100만원, 간호사에게 벌금형 200만원으로 구약식명령을 했다. 그런데 1심 형사법원은 1월 12일 9명의 응급진료기록부의 바이탈 사인 수치를 모두 동일하게 허위기재 한 행위에 대해 범행의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하면서도 정상을 참작해 100만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안 대표는 "인턴이 과중한 업무 때문에 예강이를 포함해 환자 9명의 응급진료기록부에 맥박 수 등의 바이탈 사인 수치를 동일하게 허위기재 했으면서도 1심 민사법원에서는 허위기재가 아니라고 주장한 대학병원의 입증 행태를 고려하면 간호사의 제1,2적혈구 수혈시간 허위기재도 실수가 아닌 고의일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학병원 측은  사건 당시인 2014년 기자회견을 통해 적혈구 수혈이 허위기재된 12시 11분에 이뤄졌다고 주장했으나, 2016년 적혈구 수혈시간 허위기재를 이유로 형사고소를 제기하지 그제서야 간호사 유모씨의 실수라고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 대표는 "병원 측의 조작 행위가 명백한 데도 이에 대해 정상참작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판결을 내리지 않는 법원에 문제를 제기한다"고 덧붙였다.

◆ 예강이 엄마 최윤주 씨의 눈물‥병원 측 사과조차 없어
 

최윤주씨<위 사진>는 예강이를 보내고 난 뒤 나온 모든 간담회 및 시위 장소에서 병원의 진정한 사과를 원한다고 일맥상통하게 말해왔다. 이 마음은 해가 지날수록 강해졌다. 예강이의 사고가 발생한 후 유족들이 상처받는 일이 거듭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강이 부모는 지난 4년간 법정공방을 하면서도 의료인들에 대한 민사소송 제기나 업무상과실치사죄 형사고소를 하지 않았다. 이는 처음부터 의료인을 상대로 보상을 받거나 형사처벌을 원했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강이가 왜 사망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었을 뿐이다. 의료감정을 통해 사망원인을 알기 위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했었지만 대학병원의 거부로 각하되었다. 부득이 민사소송을 통한 진실 규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날 다시금 기자들 앞에 나선 최윤주 씨는 "저는 의사를 믿을 수밖에 없었고, 소송을 통해서 법에 의지하고 판사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 믿음이 너무나 커서 결과가 너무 충격이었다. 1심 형사소송에서 어이없는 결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쉽게 진정하지 못하는 최윤주 씨의 발언을 이어 암시민연대 최성철 대표는 "유족 측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단 한번도 병원 측의 사과를 듣지 못했다. 의료분쟁을 대하는 의료인의 자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며, "항소심 합의부의 객관적인 구성과 공정한 재판을, 병원은 유가족에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간담회가 끝난 후 최윤주 씨는 피켓을 들고 대법원 정문 앞에서 1인시위를 전개한다.

피켓에는 "대법원장님, 9살 예강이가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7시간 만에 사망했습니다. 진료기록 허위가 명백하지만 실수라고 주장하니 무죄라고 합니다. 의료사고 피해자는 어떻게 해야 의료과실을 입증할 수 있을까요?"라고 쓰여있었다.

한편, 환연은 오늘 기자간담을 계기로 예강이 응급실 사망사건과 관련한 의무기록과 CCTV영상을 공식 홈페이지(http://iamyekang.tistory.com)에 공개해 관심 있는 의료인들과 국민들이라면 누구나 검토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환연 안기종 대표는 "그동안 예강이 응급실 사망사건이 예강이법·신해철법, 진료기록 블랙박스법 등 법률·제도 개선 관련 이슈에서 큰 주목을 받은 반면에 사건 그 자체나 관련한 주요 논점에 대해서는 큰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했다. 오늘 기자간담회 이후 많은 의료인들이 전문가적 양심으로 예강이 응급실 사망사건에 관심을 가져주기 바라며, 아울러 2심 법원의 공정한 판결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조운 기자

기사작성시간 : 2018-03-1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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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2018.03.16 19:35:52

    이제서야 알게됫네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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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2018.03.14 23:15:26

    의사가 사과하면 과실인정이라고 의무기록지는 바꿔도 처벌수위가 의료과실보다 작은듯  전자의무기록 emr 프로그램 회사를 조사 해주세요. 기록의 조작은 그곳에서 함께합니다.  의사편에 서있는 프로그램 업체는 의료법을 오히려 의사들에게 알려주는 형국이니 의료과실을 밝힐 중요자료는 이미 증거의 효력이 사라져버리더군요.  의사의 잘못이 아니라 프로그램 오류라고 ㅋㅋㅋ  프로그램이 아무리 엉터리래도 진료의사가 바뀌는게 가능한가?ㅋㅋ 의료수가도 자동 적용되는 그 프로그램이? 환자 의약 정보도 바로 불러오는 그 프로그램이? 고친 의사보다 더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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