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2011년 8월 간암 4기 판정. 간동맥 화학 색전술(TACE) 2회, 방사선 치료 22회.
2017년 간암 완치 판정을 받은 1958년생 이 씨가 `넥사바(소라페닙)`를 투약하기 전까지 겪었던 치료 과정이다.
힘든 색전술과 방사선 치료를 모두 받았지만 결국 폐로 암이 전이되자 '눈앞'이 깜깜해졌던 이 씨다. 그러나 이 씨는 '삶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았다.
간암 판정을 받고 이 씨는 여느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치료법을 절실하게 찾아봤다. 넥사바는 10년이 넘게 유일한 1차 간세포암 치료제로 알려져 있었지만, 치료반응이 분분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이 씨는 포기할 수 없었다. 옆에서 함께 응원해주는 가족들을 배신하고 싶지 않았다.
재발이 잦고 완치가 어려운 간암에서 완치된 이 씨는, 메디파나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본인의 사례를 통해 환자들에게 '희망'이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 전조 증상없이 어느 날 찾아온 '간암'‥4기 환자의 삶
간암은 국내에서 갑상선, 위, 대장, 폐, 유방암에 이어 여섯 번째로 흔한 암이자, 폐암에 이어
두 번째로 사망자가 많은 질환이다. 특히 사회 생활이 활발한 40~50대에서 사망률 1위를 차지하고 있어 질병 부담이 높다.
간암을 조기 발견할 경우, 간 절제 및 이식 등의 수술적 치료가 가능하나 환자의 상당수는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거나 기존 간 질환과 증상을 혼돈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약 70%의 환자는 이미 진행된 상태에서 간암을 발견하게 된다.
이 씨도 간암으로 진단받기 전까지는 특별한
전조 증상이 없었다. 평소처럼 피곤함이 조금 느껴지는 정도였을 뿐.
다만 이 씨는 간 질환에 대한 가족력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였고, 성인이 된 후에는 음주도 잦은 편이었다.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은 갈비뼈 쪽의 통증이었다. 갈비뼈 쪽이 담이 생긴 것처럼 아팠다. 통증을 없애기 위해 약을 몇 번 먹었는데 1~2달 사이에 살이 갑자기 빠지기 시작했다.
이 씨는 "평소 B형간염이 있어서 6개월에 한번씩 동네 내과에서 정기적으로 초음파를 받는다. 간암 진단 시기 즈음엔 너무 바빠 11개월만에 초음파를 촬영하게 됐고, 그때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의원에서는 확실한 검사를 위해 대학병원에 가기를 권했고, 이후 CT 촬영을 통해 2011년 8월 간암 4기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충격도 잠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가족'들이었다. 간암은 치료가 힘들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고, 항암치료에 드는 비용과 옆에서 치료과정을 지켜보는 가족들이 걱정됐다는 그.
이 씨는 "간암이 워낙 생존율이 낮다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솔직히 두려웠다. 간암 사망률이 폐암 다음으로 2위라는데 그 숫자가 참 무서웠다. 게다가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간암은 치료 방법도 많지 않다고 나왔다. 4기인 만큼 치료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겠다는 생각에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이 컸다"고 말했다.
그러나 치료를 더 늦출 수는 없었다. 이 씨는 곧 바로 간암의 기본적인 치료인 색전술 치료를 2회에 걸쳐 진행했다. 열과 오한이 왔다갔다하는 증상이 1개월간 지속됐다.
그래도 '치료'를 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부작용은 견딜 수 있었지만, 혈관에 자리하고 있는 암세포는 방사선 치료를 통해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권유받았다.
22회에 걸쳐 진행된 방사선 치료는 이 씨를 더욱 지치게 했다. 방사선 치료 특성상 입원이 어려워 병원 주위에서 머물러야했고, 정상세포까지 건들기 때문에 부작용을 더 적나라하게 겪게된 것.
이 씨는 "방사선 치료 동안 병원 앞에 '환자 방'이라고 불리우는 거처를 마련해 지냈다. 방사선 치료는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도 죽이게 되는데, 입맛이 없어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거기에 격리되는 생활까지 겹치니 심리적 압박감이 상당했다. 그래도 체력 유지를 위해 식사를 꾸준히 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 '희망의 끈'이라 여겼던 '넥사바'‥"선택에 후회없어"
그렇게 힘든 치료 과정을 겪었지만 이 씨에게는 또 한번의 시련이 찾아왔다. 간세포 암이 '폐암'으로 전이됐다는 결과를 들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씨가 주치의인 국립암센터 박중원 교수로부터 권유받은 것은
'넥사바'를 통한 약물치료였다.
넥사바는 간세포암 환자에게 유의한 생존기간 연장을 보여준
최초의 전신 항암 치료제이다.
진행성 간세포암 환자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알아보기 위해 진행한 SHARP 연구에서 넥사바는 위약 대비 생존율을 44%까지 높이는 등 OS(Overall Survival, 전체 생존기간) 및 TTP(Time to Progression, 질병 진행까지의 시간)의 유의한 개선을 입증했다.
이 씨도 '넥사바'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간암 판정을 받고 난 후 인터넷을 통해 치료방법에 대해 정말 많이 찾아봤기 때문이다.
간암치료제는 개발도 쉽지 않고, 시중에 출시된 약도 많지 않아 찾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이 가운데 넥사바는 그 당시 쓸 수 있는 유일무이한 1차 약물 치료제였다. 반면 온라인 간암 환우 커뮤니티에는 넥사바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 혼란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이 씨는 "간암은 예후가 좋지 않아서인지 인터넷에 민간요법이나 한의학에 대한 정보가 유독 많았다. 그런데 나의 주치의는 대증요법은 질환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의 권유에 맞는 표준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도움 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간암은 더욱 효과적인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아시아 간세포암 환자의 대다수는 TACE 무반응 판정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TACE 치료를 받으며 전신 치료법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TACE 치료가 적합하지 않은 환자에게 반복 시행시 치료 효과가 떨어지거나 환자의 간 기능을 악화시켜 2차 치료로의 전환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1차 표적치료제를 도입하는 최적의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씨의 주치의인 박중원 교수도 간암 치료에서 기존 치료법으로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을 경우, 적기에 다음 치료방법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6개월 이내 2회 이상의 통상적 TACE를 시행했으나 객관적 치료반응(완전반응 또는 부분반응)의 부재, 새로운 혈관침범, 또는 간외전이 중 하나 이상이 발생한 경우는 TACE 불응성으로 판단한다. 이 때 환자의 간기능 등을 고려해 새로운 치료법(표준치료법) 도입과 같은 치료방법의 변경을 고려한다.
또 이 씨는 박중원 교수에게 환자들이 두려워하는 약물치료 시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상세히 들을 수 있었다. 소라페닙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수족증후군'과 '설사'였다. 하지만 수족증후군은 소라페닙 복용 3개월이 지나면 더이상 악화되지 않는 경향이 있으므로 치료 초기에 환자 교육과 관리가 제시되고 있다.
이 씨는 이미 앞선 치료에서 부작용을 겪어봤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각오가 되어 있었다. 다행히 이 씨에게는 넥사바의 부작용이 크게 나타나지 않았고, 곧바로 효과를 몸소 느끼기 시작했다.
이 씨는 "처음 넥사바를 4알로 시작했다가 치료 효과가 좋아 복용량을 3알, 2알로 줄여 나갔다. CT 촬영 결과에서도 암 크기가 많이 줄어 경과가 좋다고 했다"고 말했다.
많은 환자들이 걱정하는 부작용인 '수족증후군'은 없었을까?
이 씨는 "전 치료가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있어 박중원 교수가 사전에 넥사바 이상작용에 대해 설명했을 때 걱정은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이상반응은 심각하지 않았고, 1~3달마다 내원해 상황에 맞게 용량을 조정했다. 덕분에 이상반응으로 치료를 중단한 적은 없었다. 손발이 갈라지는 등 부작용은 있었지만, 방사선 치료 때보다는 고통스럽지 않았다"고 말했다.
◆ 치료의 '두려움'보다는 '삶에 대한 의지'‥완치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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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가 시작한 붓글씨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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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12일부터 2015년 3월 11일. 이 씨가 넥사바를 투여한 기간이다.
793일동안 이 씨는 주치의의 관리 아래, 꾸준히 넥사바를 복용했다. 그리고 2017년. 이 씨는 '완치 판정'을 받았다.
이 씨는 "완치됐을 때의 심정은 말로 다할 수 없었다. 가족과 의료진 모두의 축하를 받으며 병원을 나왔던 기억이 난다. 치료에 대한 여러 소문에 귀 기울이지 않고, 주치의를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전문의의 판단에 따른 치료법을 잘 따라간 것이 중요했던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이 씨는 암을 치료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긍정적인 마음으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붓글씨'와 '한지 공예'는 항암치료 과정에서 만난 소중한 재능이다. 심신의 안정을 위해 시작한 작품활동이지만, 몇년동안 푸욱 빠져 임하다보니 몇가지 수상작도 생겨났다. 이 씨는 앞으로도 이 활동을 이어가기로 다짐했다.
이 씨는 마지막으로 전신치료를 망설이는 다른 진행성 간암 환자 및 가족들이 본인을 보고 '희망'을 가지길 바란다고 전해왔다.
그는 "넥사바로 인해 완치된 사례가 많지 않아 환자들이 좌절하는 것 같다. 환자들이 전문의 외에 기댈 수 있는 곳이 인터넷 밖에 없다는 점이 무척 안타깝다. 나의 완치 사례를 환자들이 접하면 하나의 희망을 가질 수 있지않을까 소망해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에 넥사바 치료 이후 대안인 '스티바가' 나왔다고 들었다. 환자들에게는 더욱 반가운 소식이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삶에 대한 의지라고 생각한다. 나의 완치 사례로 다른 환우들도 꼭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독자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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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2019.05.12 06:44:35
간암3기에서 폐전이 환우입니다. 현재 넥사바 복용 10일째 입니다. 고대 안산병원에서 2017년 간40% 절재술을 받았고 색전술 3회을 받으면서 암이 사라지고 또 나타나고를 2회 반복하다가 올 4월 부터 간에 10cm 폐에 2.5cm나타나서 넥사바 복용 중인데요 현재 가슴에 심한 통증(위장쓸림)이 있어 진통제을 같이 먹고있습니다. 손바닥 발바닥은 보습제을 바르니 빠르게 적응이 되는듯 합니다. 가슴 통증이 조금만 편해질수 있다면 님처럼 넥사바의 은혜를 받을수도 있을것 같은데요. 아직 부작용이 어떻게 작용할지가 의문이긴 하지만 그래도 현재 10일이 지난 지금의 상태로만 부작용이 있다면 넥사바를 포기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저는 비타민 메가도스 요법도 같이 하고 있읍니다. 아무쪼록 간암을 비롯한 모든 병자들이 고통에서 벗어날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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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2018.08.27 10:28:47
딸이 기사를 보내주더라고요. 저른 간암은 아니지만 몇년째 암투병중이에요. 딸인이가 어디 매체에서 환자 사례가 나온다고 해서 기자님이 쓴 것을 다 읽어봤습니다. 먼저 감사하다고 말할게요. 어떻게 이런 기사를 쓰게되섰는지는 몰라도 말그대로 희망을 얻고있습니다. 사실 환자들은 항상 정보가 부족해요. 그런데 나와 같은 병을 앓고있던 환자가 다 나았다는 소식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요. 근데 이 기사보고 부러움이 드는 동시에 나도 되지않을까하는 희망도 생깁니다. 솔직히 메디파나라는 신문을 잘 알지는 못했는데 기사 읽으러 자주 올 것같아요. 그리고 완치되신 분도 정말 축하합니다. 고생하셨어요. 앞으로도 희망차게 살아가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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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2018.08.27 07:22:13
기사 읽다보니 나도모르게 눈물이 흐르네요 희망이 보이기에~~모든 아픈이들이여 희망을 안고 열심히 치료에 힘씁시다 고통을 참읍시다 우리에게는 이 기사처럼 희망이 있으니까~~꼭 이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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