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두드러기'로 고통받던 3년‥"`졸레어` 투약 후 화장을 하게 됐어요"

[연중기획 희망뉴스] '치료제를 만나 삶이 바뀐 환자들'
만성두드러기 앓는 환자의 '삶의 질'에 주목돼야‥급여 이유는 충분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18-09-13 06:0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희망뉴스 취재를 위해 서울대병원에서 환자를 만나기로 했다. 

취재시간이 다 되어 약속장소로 움직이니, 밝은 표정의 중년 여성이 나타났다. 분명 '만성두드러기'로 오래도록 고생을 했다고 들었는데, 외적으로는 전혀 환자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여담이지만 나중에 의사에게 듣고 나서 알게됐다.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졌던 두드러기 환자들 대부분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증상이 개선되면, 하나같이 밝은 표정으로 병원을 방문한다는 것을.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CSU, Chronic Spontaneous Urticaria)`는 가려움증과 두드러기가 6주 이상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피부 면역 질환이다.

이 환자들은 두드러기 증상이 워낙 다양하고 경과를 예측할 수 없어 삶의 질의 하락이 굉장히 심했다. 간지러움으로 피부 상처가 나는 것은 물론, 얼굴에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들은 일상생활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이러한 환자들에게는 1차적으로 항히스타민제가 처방되는데, CSU 환자들 중 50% 이상이 불충분한 효과를 보이고, 약 30%에서는 항히스타민제를 4배까지 증량한 후에도 두드러기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된다.

대학병원에는 결국 기존 치료를 모두 받다가, 호전이 되지않아 오는 환자가 많았다.

이런 가운데 노바티스의 `졸레어(오말리주맙)`가 CSU의 적응증을 획득했다. 직접 이 치료제를 사용해 본 의사들은 극적인 효과 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환자들의 표정 자체가 이전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밝아지는 모습을 확인했다.

안타까운 점은 '만성두드러기'와 같이 환자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주는 질환이, 암처럼 심각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 일상생활조차 불가한 환자들 많아‥`삶의 질` 하락은 심각한 수준
 
▲ 과거 송유빈 씨는 얼굴에 가려움과 열감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현재 졸레어 치료
후 깨끗한 피부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두드러기는 전체 인구의 3분의 1정도가 단기간일지라도 일생에 한 번씩은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두드러기는 흔한 질환이다.

그런데 이 증상이 6주 이상 지속되면 '만성두드러기'라고 일컫는다. 이 만성두드러기는 발발하는 연령대와, 환자마다 호소하는 증상 또한 다양하다.

서울대학교병원 알레르기내과 박흥우 교수는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과 같은 만성질환의 경우, 지금 당장 체감할 수 있는 증상이 딱히 없기 때문에 약을 복용하지 않더라도 이전과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없다. 그러나 두드러기는 당장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가려움증이 심해 피가 날 정도로 긁게 되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 이 고통이 몇 달 동안 지속된다.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삶의 질을 매우 떨어뜨리는 질환이다"고 설명했다.

만성두드러기를 치료하는 약물은 1차적으로 '항히스타민제'다.

박 교수가 있는 서울대병원과 3차 병원을 찾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거쳐 치료를 받았음에도 호전이 되지 않는 케이스였다.

박 교수는 "만성두드러기의 경우 환자들이 처음 방문한 병원에서 1주일 간 약을 복용하고, 호전되지 않아 다른 병원을 전전하다가 최후에 3차 병원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메디파나뉴스가 만난 송유빈 씨(50세)도 마찬가지의 케이스다. 그는 자그마치 3년을 두드러기로 고통스러워했다.

송 씨는 "3년동안 어지간한 피부과는 다 가봤다. 처음에는 부분적으로 발병하다가 올해 들어 증상이 더 심해졌는데, 얼굴 쪽으로 발병한 두드러기는 여러 약을 복용해도 가라앉지 않았다"고 말했다.

송 씨는 3년동안 외출을 거의 하지 못했다. 가려움증과 열감 때문에 매일 냉찜질을 2~3시간마다 해야했고, 만약 하루라도 냉찜질을 하지 않으면 가려움에 얼굴을 계속 긁었다. 그러다보니 상처도 생겼다.

송 씨의 경우 얼굴에만 증상이 두드러졌지만, 만성두드러기는 전신 어디라도 발병할 수 있다.

송 씨는 본인은 너무 괴로운 반면, 이 증상에 대해 주변 사람들을 이해시키는 것도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송 씨는 "가려움과 열감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은 물론, 가족에게도 내 상태를 온전히 이해시키는 것도 힘들었다. 가려움증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일상생활 자체도 어려웠고, 평소 외향적인 성격인데도 불구하고 증세가 심해진 올해부터는 거의 사람들을 만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 이미 `기존 치료제`로도 효과 없는 환자, `졸레어`가 가장 확실한 대안
 ▲ 박흥우 교수와 송유빈 환자

그렇게 3년을 고통스러워하다 송 씨는 올해 6월 서울대병원을 방문했다. 송 씨는 이미 일반 피부과에서 항히스타민제를 2~3가지 이상 처방받아 복용했으나, 효과가 별로 없어 스테로이드제를 쓰고 있었다. 송 씨의 상태를 본 박 교수는 '졸레어' 주사를 제안했다. 

박 교수는 "송유빈 환자는 만성두드러기를 앓은 기간도 오래 됐고, 여러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제를 써도 효과가 없는 상태였다. 스테로이드제나 다른 면역조절제의 용량을 늘려 장기간 써 볼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여러 이상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 졸레어 주사 치료를 추천했다"고 말했다.

기존 가이드라인 상으로는 항히스타민제가 효과가 없을 경우, 스테로이드제와 다른 면역조절제를 써보는 것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졸레어가 등장한 뒤 2018년 1월에 발표된 글로벌 만성 두드러기 가이드라인에서는 환자의 증상 경중도에 따라 약물치료를 4단계로 권고하고 있다.

▲1단계 : 2세대 H1-항히스타민제 투여(이전 단계 치료 이후 2-4주 또는 그 이전에 증상을 견딜 수 없는 경우) ▲2단계 : 2세대 H1-항히스타민제 4배까지 증량(이전 단계 치료 이후 2-4주 또는 그 이전에 증상을 견딜 수 없는 경우) ▲3단계 : 오말리주맙 추가(이전 단계 치료 이후 6개월 또는 그 이전에 증상을 견딜 수 없는 경우) ▲4단계 : 사이클로스포린 추가가 그렇다. 

박 교수는 "졸레어 전에는 증세가 호전되지 않는 환자에는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처방하거나 면역조절제인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e)을 처방했다. 그러나 이러한 약들은 유해 반응이 심한 약제들이기 때문에 두드러기는 좋아지지만 얼굴이 둥그래지거나, 속이 쓰리거나, 살이 찌거나, 감염 등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두드러기를 치료하려다가 되려 다른 질병을 얻게 되는, 즉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최근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스테로이드제의 처방 이전에 졸레어 사용을 추천할 정도로 높은 효과와 안전성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졸레어의 허가 용량의 H1-항히스타민제 치료에 실패한 319명의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 환자를 대상으로 한 ASTERIAⅠ연구결과에 의하면, 치료 12주 차에 졸레어 300mg 투여군에서 위약군 대비 가려움증이 유의미하게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졸레어 투여군에서 빠르면 투여 1주차에 가려움증이 완화(치료 전 대비 ISS 감소)됐으며, 졸레어 300mg 투여군에서는 24주 차까지 증상 완화 효과가 지속됐다. 치료 12주 차에 졸레어 300mg 투여군의 약 52%와 150mg 투여군의 약 40%는 두드러기 활성도 점수(UAS7, Urticaria Activity Score) 6 이하에 도달(P<0.0001)했으며, 졸레어 300 mg 투여군에서 피부-삶의 질 지수 (DLQI; Dermatology Life Quality Index)가 투여 전 13.0 (±6.7)에서 -10.29 (±7.23) 만큼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가 용량의 H1-항히스타민제 치료에 실패한 323명의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 환자를 대상으로 한 ASTERIA II 연구에서는 치료 12주 차에 졸레어 300mg, 150mg 투여군에서 위약군 대비 삶의 질이 유의미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졸레어 300mg 투여군에서는 삶의 질이 78%, 150mg 투여군에서는 66%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이밖에 주간 두드러기 활성도 점수(UAS7, Urticaria Activity Score)를 기준(UAS7≤6)으로 한 OPTIMA 임상연구에서는 졸레어를 사용해 초기 치료했을 경우, 치료를 중단했다가 재개하더라도 증상 관리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졸레어를 투약한 후의 변화는 송유빈 씨가 가장 빠르게 느꼈다. 환자마다 약의 효과가 나타나는 시기는 다르지만, 송 씨는 굉장히 빠르게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송 씨는 "졸레어 투여 후 약 1주일 후부터 가려움증과 열감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3주 정도 후에는 가려움증이 거의 다 사라졌고, 2차 주사 투여를 받은 지금은 가려움증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 씨는 이 졸레어를 언제까지 맞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이전의 삶과 비교했을 때, 훨씬 나은 삶을 살고는 있지만 `고가`치료비용 때문에 고민이 되는 것.

사실 처음 박 교수가 졸레어를 제안했을 때에도 치료비용 때문에 주저했던 것이 사실이다.

송 씨는 "비용이 부담스러웠지만 고통이 심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다는 마음이 절실했다. 졸레어 치료 후 아주 만족하고 있지만, 사실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제 가격만 낮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말했다.

만성질환은 필연적으로 의료비가 상승한다. 따라서 효과가 좋은 약물 치료를 통해 유병 기간을 단축시키거나 예방하는 것이 장기적인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다.

그렇지만 두드러기와 같은 질환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분위기로 인해 만성질환 치료제의 급여권 진입 장벽이 높았다. 경제성 평가에 따른 소모적 논쟁으로 신약 급여가 늦어지거나 급여 기준도 엄격하다. 치료제 혜택을 보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이유다. 
 
이는 박 교수도 인정하는 바였다. 박 교수는 진료 현장에서 졸레어를 약 1,000회 이상 투여해 봤다. 이중 투여를 중단할 정도의 심한 이상반응이 발생한 환자는 없었고,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그는 "대부분 두드러기는 하루 이틀 약을 복용하면 낫는 질환이라고 치부한다. 하지만 만성두드러기 환자는 암이나 그 어떤 질환 못지않게 큰 고통을 겪으며 살아간다. 중요한 것은 환자들의 삶의 질이다. 외출하는 것도 어려워지면, 중증질환으로 외부활동을 하지 못하는 환자들과 다를 바가 없다. 삶의 질 측면에서 만성 두드러기 환자들은 다른 암이나 중증 환자들 못지 않게 치료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재정적으로 볼 때에도, 졸레어까지 사용해야하는 만성두드러기 환자군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의 만성두드러기 환자는 항히스타민제를 꾸준히 잘 쓰면 좋아지기 때문.

행여 졸레어를 써야할 정도로 중증으로 넘어갔을 경우, 졸레어는 만성두드러기 치료에서 장기간 사용을 하지 않아도 된다. 2~4회 투여 후 치료가 완료 되거나, 괜찮아지면 1년 뒤에 1~2회 정도 투여하는 패턴이기 때문에 재정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박 교수는 "장기치료가 아닌 단기로도 드라마틱하게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환자들이 단순히 비용적인 측면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해 일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전문가의 판단을 바탕으로 치료제 투여를 한다면 국가 재정에 영향도 크지 않을 수 있다. 또 만성 두드러기에 대한 인지도 좀 더 높아져야 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이미 송 씨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대표적으로 그토록 하고 싶던 화장을 하고 다닐수 있다는 점에 웃음이 나왔다.

송 씨는 "이전에는 화장품을 쓸 수 없어 거의 맨 얼굴로 다녔다. 병원에 내원할 때도 마스크라도 쓰고 싶은데 그것조차 간지러워 쓸 수 없을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3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병원을 다니는데 낫지를 않으니 너무 스트레스가 컸다. 이제 자신 있게 외출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화장도 할 수 있어서 일상생활을 하는데 있어 마음이 가벼워졌다. 몸과 마음이 편해지고, 외출을 할 때도 다른 이들을 의식 하지 않고 다닐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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