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예방요법`의 힘‥"혈우병도 희망적인 이야기가 많아요"

[연중기획 희망뉴스] '치료제를 만나 삶이 바뀐 환자들'
2살 때부터 `베네픽스`로 예방요법 시작한 `윤성`이‥'삶의 질' 자체 또래와 다르지 않아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19-01-07 06:05

 ▲ 어머니 한서진 씨와 김윤성 군, 그리고 박영실 교수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생후 5개월 정도였어요. 아이의 팔 안쪽에 멍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기가 예뻐서 사람들이 하도 안다보니 멍이 들었나 보다'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러다 동네에서 예방 접종을 하러 갔을 때 의사가 윤성이 팔에 멍을 확인하더니 빨리 큰 병원으로 가 보라고 하셨어요. 그제서야 윤성이가 `혈우병`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윤성이(2009년생)가 혈우병을 진단받은 것은 고작 생후 5개월 때. '혈우병'을 진단받은 후 한선진(어머니) 씨는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강동경희대병원 소아과 박영실 교수는 한 씨에게 희망적인 이야기를 계속 들려줬다.

효과적인 '유전자재조합 응고인자' 제제가 나오면서 주 1회~2회 `예방요법(prophylaxis)`으로 혈우병 환자도 다른 이들과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현실'을 말이다.

이러한 박 교수의 응원은 한선진 씨를 다시금 일으켰다.

윤성이는 2살 때 부터 혈우병B 치료제 `베네픽스`로 예방요법을 시행하고 있다. 덕분에 이제 한선진 씨는 혈우병과 관련한 문제보다 윤성이의 사춘기를 고민한다. 그만큼 윤성이는 혈우병 환자이지만 또래의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고 있다.

"게임을 좋아해서 '게이머(gamer)'가 되고 싶어요."

메디파나뉴스는 수줍지만 또박또박 '게이머'가 되겠다고 답한 윤성이의 꿈을 응원하고 싶다.

◆ 조기부터 시행하는 '예방요법'이 중요한 이유‥`중증출혈 예방`

실제로 `예방요법`은 중증출혈을 감소시키고,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견인하며 혈우병 치료의 큰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았다.

세계혈우연맹(WFH)은 혈우병 환자의 출혈과 관절 손상을 예방하고, 골근격계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예방요법이 시행되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Level 2).

혈우병은 선천성 질환이지만 진단되는 시기는 조금씩 다르다. 윤성이의 경우 빨리 발견된 케이스로, 돌 이전에는 아이가 어떤 출혈 양상을 보이는지, 출혈성 경향이 어떤 정도인지 등 소아의 일반적인 발달과정과 접종 상황 등을 함께 보면서 치료방법이 판단된다.

박 교수는 "예방요법 시작 시기는 환자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만약 돌이 지나면서 또는 그 전부터라도 관절이나 근육 출혈과 같은 중증 출혈이 생기면 그 때부터는 부족한 응고인자를 주기적으로 보충하는 예방요법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윤성이 역시 두 돌이 지날 때 쯤, 뇌출혈이 발생해 예방요법을 시작하게 됐다. 박 교수가 조기에 적극적으로 예방요법을 권유한 이유는 그만한 `이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혈우병에 있어 빠른 예방요법이 중요한 이유는 '출혈'의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갑상선이나 당뇨를 앓고 있는 환자를 치료할 때, 어떤 증상이 나타나기 전 미리 호르몬이나 인슐린을 주사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혈우병은 관절에 출혈이 발생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치료하면, 이미 관절이 많이 손상됐거나 추후 더 심각한 출혈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혈우병 환자의 경우, 관절병증과 같은 중증 합병증 위험이 중등도 혈우병 환자에서 나타나고 있어, 예방요법의 조기 시작과 지속적인 시행의 중요성이 계속해서 강조되고 있다.

박 교수는 "예방요법을 설명할 때 응고인자를 보충해 주기만 하면 혈우병 환아가 보통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지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출혈에 있어서도 대비가 가능함을 강조한다. 중증 출혈이 있을 때 예방요법을 하던 환자와 안 한 환자는 예후가 다를 수 있다는 논문도 있다. 예방요법을 안 하다가 어떤 이벤트가 벌어지면 치료 경과도 더 오래 걸리고 안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성이는 주 1~2회로 예방요법이 가능한 '베네픽스'를 자가주사하고 있다. 2회 맞을 용량을 고용량으로 주 1회, 어머니가 직접 투약한다.

베네픽스의 '400 임상연구'를 살펴보면, 65세의 중증 혹은 중등증 혈우병B 환자 50명에게서 두 가지 예방요법(주 1회 100IU/kg, 주 2회 50IU/kg)의 연간 출혈 발생률은 각각 4.6, 2.6으로, 보충요법의 연간 출혈 발생률 35.1 대비 89.4%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연구는 예방요법 기간에서 보충요법 기간 대비 연간 외상성 출혈 발생률 및 자발성 출혈 발생률이 더 낮게 나타났다는 점이 특징이다.

'1010 임상연구'에서는 선행 치료를 받은 12–65세 중증 혹은 중등증의 혈우병B 환자 25명을 대상으로 주 1회 100IU/kg을 예방요법으로 투여했다. 그 결과 중앙 연간 출혈 발생률은 2.0으로, 보충요법의 33.6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낮게 나타났다.

주 1회 예방요법 시행기간 동안, 36%의 환자는 출혈을 경험하지 않았고, 48%의 환자는 자연 출혈을 경험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출혈(82.1%)은 1회 투입을 통해 지혈됐으며, 환자 설문에서도 88.4%가 1회 투여에 'Excellent' 또는 'Good'으로 평가했다.

박 교수는 "베네픽스라는 약이 안정적으로 계속 공급이 되면서, 예전에 치료했던 어른들과 지금 치료받고 있는 아이들은 차이가 크다. 지금 대학생 정도 되는 아이들이 십여 년, 몇 십 년 전부터 치료를 잘 받으면 보통 일상적인 사회생활이 다 가능하다. 반면 옛날 어린 시절에 이런 치료가 시행되지 않았던 환자들은 관절의 상태가 안 좋거나 대부분 한 두개 이상의 관절염을 가지고 있게 되고, 심하면 수술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네픽스의 또 다른 강점 중 하나는 '유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는 주 2회가 기본적인 예방요법 방법이지만, 최근 여러 임상데이터를 통해 주 1회에도 효과가 유지되는 장기지속성(long-acting)을 보였다.

박영실 교수는 "베네픽스는 반감 주기가 상대적으로 천천히 낮아진다. 다른 여러 약제들, 특히 8인자 제제는 더더욱 용량을 아무리 많이 맞아도 기본적으로 반감기가 짧고 지속시간이 짧다. 이런 점에서 베네픽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 예방요법 이후 달라진 생활, '꾸준함'이 결국 혈우병에서 요구되는 과제

2살 때부터 예방요법을 시작했다고 한들, 어린 윤성이에게 주기적인 주사 투여를 이해시키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한 씨는 "처음엔 윤성이가 주사를 거부하고 무서워했다. 그런데 한 6개월 정도 맞으니까 그 때부터 아이도 주사를 받아들인 건지, 지금은 자기가 직접 손을 내밀고 맞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는 어렸을 때부터 윤성이에게 '혈우병이 있어서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다. 다행히 그런 솔직함이 아이가 본인의 병을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런 예방요법을 통해 윤성이는 또래의 아이들과 별반 차이없이 학교 생활을 하고 있다.

박 교수도 이 점을 환자와 보호자에게 끊임없이 설명한다고 전해왔다. 박 교수는 "'삶의 질'이라는 표현은 뭔가 구체적인 데이터를 내야 할 것 같지만, 단순히 보여지는 상황만으로도 예방요법의 장점은 확인 가능하다. 처음에 부모들은 아이가 혈우병으로 진단받으면 걱정을 많이 하지만, 주사를 주기적으로 잘 맞기만 하면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응급실에 몇 번 오는지, 학교 결석이 몇 번인지에서 차이를 느낀다. 결국 혈우병 환아의 삶의 질은 거의 보통 아이들과 똑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예방요법으로 혈우병을 관리할 시, '꾸준함'을 요구했다.

그는 "예방요법이 왜 좋은가?라고 물었을 때 장기적으로 보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어른이 됐을 때 관절염이 생기거나 관절 출혈이 자주 있으면 사회적인 활동 제한으로 오는 손실이 있을 수 있다. 만약 관절 수술을 한다고 했을 때, 그 기간 동안 사회활동을 못 하는 손실이나, 그 때 들어가는 엄청난 양의 약 등을 따져보면 주기적인 예방을 꾸준히 시행하는 것이 더 이익이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예방요법을 시작한 윤성이도 언젠가는 직접 주사를 해야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한서진 씨는 윤성이가 사춘기가 다가오면, 본인의 질환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직접 주사할 수 있는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윤성이는 보호자가 굉장히 혈우병에 대해 잘 설명해주고 이해시켜주고 있다. 아이가 직접 자가주사하는 시기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어머니가 주사를 해주다가 아이가 청소년 시기를 넘어갈 때 자가주사가 유지되는 것이 쉽지 않다. 예방요법은 주사를 규칙적으로 꾸준히 맞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계속해서 예방요법을 시행할 수 있도록 많은 환자와 보호자, 의사간 많은 대화와 이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서진 씨는 윤성이가 평생 주사를 맞아야하지만 효과나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고 전해왔다. 흔히 유전자 재조합 주사를 맞을 때 '항체' 생성을 고민하고는 하지만, 9인자 제제는 그 발생 자체가 적다.

`베네픽스`는 응고인자 치료 경험에 관계 없이 모든 환자에서 모두 낮은 농도의 항체 발현율을 보였으며, 15년 장기간의 후향적 통합 연구 결과에서도 항체 생성 위험, 알레르기 반응 발생률은 일관적으로 낮았다.

혈우병은 윤성이의 케이스를 보듯, 이제 예방요법을 잘 하기만 하면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 박 교수는 혈우병 치료를 장기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더 나은 환경을 꿈꿨다.

그는 "혈우병은 점점 만성질환처럼 관리되고 있다. 당뇨 환자처럼, 혈우병 환자도 자신의 기능이 조금 떨어진 것을 주기적으로 어떻게 보충하느냐 하는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라며 "최근 혈우병은 '개인 맞춤화 치료'에 집중되고 있다. 중증이지만 자발출혈이 없는 경우도 있고, 중등증인데 출혈이 잦아 예방이 필요한 환자도 있다. 우리나라도 case by case로 혈우병을 치료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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