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암` 환자에게서 장기생존을 직접 본 의사 이야기

[연중기획 희망뉴스] '치료제를 만나 삶이 바뀐 환자들'
'키트루다', PD-L1 음성인 환자에서도 '장기생존'의 기회 제공‥급여 절실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19-04-25 06:0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많은 의사들이 `방광암은 치료가 어렵다`라고 말한다.

고령환자가 대부분이고, 치료법도 30~40년동안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발이 잦은 전이성 방광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5%에 불과할 정도.

그런데 이 방광암의 치료환경은 '면역항암제'가 등장하면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김찬 510.jpg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김찬 교수<사진>는 방광암 환자들의 상태를 직접적으로 확인하고,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 의사 중 하나였다.

김찬 교수는 "최근 들어 방광암 치료에도 `희망`이 보이고 있다. 최근 3년간 면역항암제와 같은 새로운 약들이 신속히 승인되고 있고 고무적인 데이터들도 계속적으로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광암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치료 옵션에 있어 과거 30년보다 최근 3년간의 발전이 더 크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다"라고 말했다.

그중 김찬 교수는 MSD의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에 주목했다. 키트루다는 PD-L1의 발현율과 상관없이 백금 치료 경험이 있는 방광암 환자에서 생존기간 개선을 보여줬다. 이는 면역항암제 중 최초이자 현재까지 유일하게 3상 임상으로 증명됐다.

앞서 방광암에 허가받은 타 면역항암제가 PD-L1 발현율이 양성일 때 급여가 되고 있기 때문에, 만약 해당 기준에 맞는 환자라면 주치의의 판단에 따라 약을 선택하면 된다.

그러나 키트루다의 경우, PD-L1이 양성 혹은 음성일지라도 치료의 기회를 제공한다. 면역항암제에 반응한 환자는 장기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해당 기회는 더욱 의미가 크다.

◆ 기존 치료에 힘들어하던 환자, 키트루다로 보여준 변화 

현재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에서 권고되는 1차 표준치료법은 시스플라틴과 같은 백금계 항암요법이다. 하지만 백금계 항암제는 구토와 콩팥 독성이 빈번하게 나타나는 단점이 있다. 방광암과 같은 비뇨기암 환자 중에는 이미 신장 기능이 저하된 케이스가 많아 부작용에 더욱 취약한 편.

이러한 맥락에서 면역항암제는 고령인 방광암 환자들에게 훨씬 적은 부작용으로 항암치료를 가능하게 했다. 뿐만 아니라 일부 환자의 경우 생존기간 연장을 넘어 관해 사례도 보고되기 때문에 방광암 치료의 새 희망이 되고 있다.

김찬 교수를 찾아온 A씨(55세·남)는 2016년 9월 방광암으로 첫 진단을 받았다. 그 해 9월, 방광경 절제술을 통해 1차적인 수술을 마쳤으나, 2017년 8월 간과 폐에 전이가 확인됐고, 이후 약 6개월간 백금계 항암요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2018년 3월, A씨는 항암제에 내성을 보이며 간과 폐에 전이가 됐다.

김찬 교수는 A씨의 조직검사 결과 PD-L1 양성을 확인했고,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란 예상 아래 2018년 3월부터 키트루다 치료를 시작했다. 16차 투여를 마친 A씨는 펨브롤리주맙에 매우 좋은 반응 보이며 호전 중이다.

그런데 김찬 교수가 주목하는 환자는 B씨(65세·여)다. B씨는 2017년 6월, 방광암으로 첫 진단을 받은 환자다.

김 교수는 "진단 당시 B씨는 전신 뼈에 아주 심한 전이가 있었다. 조직검사상 아주 나쁜 세포 아형을 가지고 있었기에, 진단 당시 소견으로는 6개월 정도의 기대 여명을 예상했다"고 말했다.

여느 방광암 환자가 그렇듯, B씨는 곧바로 2017년 7월부터 백금계 항암요법을 시작했다. 하지만 심한 구역으로 인해 4개월만에 치료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환자 본인도 해당 치료를 굉장히 힘들어 해 더이상 항암치료를 지속하기란 어려웠다.

게다가 B씨의 조직검사 결과, PD-L1은 음성.

이 당시 폐암에 적응증을 획득한 많은 면역항암제들이 'PD-L1 발현율'을 주요 바이오마커로 내세운 상황이었기에, 자연스레 방광암에서도 이 조건이 그대로 반영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렇지만 의사들은 암의 종류, 치료 차수 등에 따라 PD-L1은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 교수는 "면역항암제 치료에서 'PD-L1' 발현여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검사 후 음성 결과가 나오면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많다. 일부 암종에서는 PD-L1의 유효성이 검증됐을지 몰라도 방광암에 있어서는 그 유효성을 확언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B씨는 키트루다를 통해 20개월 이상 성공적인 치료를 이어갔다. 키트루다가 방광암에서는 PD-L1이 음성인 환자에게서도 효과를 보인다는 점, B씨가 키트루다 사용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이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다. <사진 참고>

김 교수는 "실제 PD-L1 음성인 방광암 환자가 면역항암제를 통해 치료된 사례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그러니 실망하지 말고 치료에 도전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PD-L1 음성 환자라도 면역항암제의 치료 기회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간의 면역시스템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암종에 따라 바이오마커와 같은 생물학적 특성은 다르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하나의 바이오마커로 모든 암의 치료 효과를 단언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여러 바이오마커를 병용하면 좀 더 확신을 가질 순 있겠지만,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 방광암 환자도 장기생존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봤다

면역항암제로 효과를 보고 있는 환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한다. 탈모나 구토 등이 발생하는 기존 항암치료 대비 부작용이 적다고. 일부 이상반응이 발생하는 사례도 있지만 고령 환자들이 충분히 감수 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면역 체계를 지나치게 활성화시키다 보니 이에 대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으나, 이조차 기존 항암치료 대비 부작용의 빈도와 강도는 현저히 낮은 편이다.

김 교수는 "아직 면역항암제를 통한 치료 사례가 많지 않기에 부작용에 대해서도 과잉으로 걱정하는 환자들이 있다. 그렇지만 내 경험상 부작용에 대해 환자와 깊게 상의하고 설명하면 대부분은 치료 받기를 희망한다"며 "치료를 위해 입원할 필요가 없다는 점, 그러니까 일상생활을 하며 치료가 가능한 것도 면역항암제 치료의 장점이다"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면역항암제 등장 이후 의사의 입장에서 가장 기쁜 것은 `방광암 완치`에 대한 희망이다.

키트루다의 경우 면역항암제 중 유일하게 3상 임상에서 방광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시켰다.

김 교수는 "임상의로서 항암치료 약물을 처방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전체 생존기간(OS)' 연장 여부이다. 펨브롤리주맙은 3상 임상에서 전체 생존기간을 유의미하게 연장시켰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매우 가치 있는 약제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KEYNOTE-045 3상 임상에 따르면, 생존 중앙값을 기준으로 키트루다 그룹이 10.3개월을 기록했다. 이는 항암치료 그룹(7.4개월) 보다 약 3개월 정도 긴 결과다.

키트루다는 PD-L1 발현 여부와 관계 없이 20%~21% 정도의 반응을 일관성 있게 나타냈으며, 전체 환자 및 PD-L1 양성 환자(PD-L1 CPS≥10) 모두에서 항암치료 대비 치료 반응률 개선을 증명했다.

이와 더불어 12개월까지의 약물 반응기간을 보이는 환자 비율에 대한 예측 수치를 계산한 결과, 키트루다 그룹은 환자의 68%, 항암치료 그룹은 35%로 키트루다의 약효 지속력이 보다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임상 결과에 따라 '미국 NCCN 가이드라인'에서 키트루다는 다양한 2차 치료 약물 중 카테고리 1으로 가장 우선적으로 권고되고 있다.

김 교수는 "기존 항암치료는 5년 생존율이 매우 저조해 환자에게 '완치'라는 단어를 꺼내는 것이 매우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면역항암제를 통한 치료가 활성화된 이후에는 '완치'라는 희망적인 단어를 전해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남은 과제는 역시나 환자의 '접근성'‥'기회'를 박탈하진 말아야

'방광암 환자도 '장기생존'이 가능하다'. 김찬 교수는 최근 이 부분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키트루다'의 급여 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면역항암제 치료에 있어 상당수 환자들이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다. 물론 국가 재정에는 한계가 있어 모든 약제에 대한 보험 급여 적용은 어렵겠지만, 전이성 방광암 치료에서 펨브롤리주맙은 그 효과가 객관적으로 증명된 약제다. 근거가 확실하다면 급여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 급여제도 하에서 키트루다는 일부 경제적 여유가 있는 환자만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효과를 입증한 치료제를 더 많은 환자들이 사용하는 것. 김찬 교수는 그 기회조차 박탈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찬 교수는 "현 제도 하에서는 PD-L1 양성의 일부 환자만이 타 면역항암제의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PD-L1 음성 발현 환자들도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볼 수 있는만큼, 환자들이 미리 실망하고 치료를 포기 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PD-L1과 관련한 조건이 아니더라도, 면역항암제에 반응하는 환자는 일부 뿐이다. 그리고 조건없이 투약하더라도 그 효과는 2개월 안에 판가름이 난다.

김 교수는 "면역항암제는 모든 환자가 반응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일부 환자에서는 완치가 되거나 장기간 효과를 보이며, 기존치료제 대비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면역항암제의 효과는 결국 2개월 안에 판단이 가능하다. 모든 환자에게 효과를 보이지는 않지만, 그 극히 일부가 거의 완치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다면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열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환자 입장에서는 본인부담률을 조금 올리더라도 투약할 의향이 있다. 그러므로 면역항암제 투약할 때 1년까지는 급여를 해주고, 그 이상은 환자가 직접 부담을 하는 등 급여와 관련한 좀 더 다양한 옵션이 제시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대만은 키트루다를 포함한 3가지 면역항암제에 승인 받은 모든 허가 적응증의 보험 급여를 일괄 적용했다. 이는 면역항암제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의사의 입장에서, 방광암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의료진으로서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은 '금연'이다. 방광암의 가장 큰 원인이 흡연이다. 발병률을 5배 가량 증가시킬 뿐 아니라 치료 효과도 떨어뜨리고, 내성이 생길 수도 있다. 항암치료 효과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는 꼭 금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