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치료제의 임상시험명(名)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담긴다.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는 포부가 표현되기도 하고, 기업 자체의 목표가 드러나기도 한다. 이른바 '이름값'을 한다는 소리다.
이러한 맥락에서 PCSK9 억제제 `레파타(에볼로쿠맙)`의 임상 이름에는 세상을 바꾼 위대한 과학자·과학자의 정신이 담겼다. 데카르트, 가우스, 테슬라 등이 그 예다.
암젠은 `레파타`라는 약이 극희귀질환부터 심혈관질환까지 담당하는 혁신적인 약이라 자부했다.
그래서 그만큼 다양한 임상을 기획했고, 고지혈증의 치료 가이드라인을 바꿀 정도로 차근차근 그 저력을 증명하는 중이다.
◆ PCSK9 억제제의 등장, 고지혈증 치료에 변화가 시작됐다
레파타의 개발 배경은 '고지혈증(고콜레스테롤혈증)'이다. 고지혈증은 3대 만성질환으로 불리는 당뇨병, 고혈압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러나 새로운 계열의 신약이 거듭 등장한 당뇨병, 고혈압과 달리, 고지혈증은 '스타틴'의 독주만 있을 뿐 비교적 잠잠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이는 레파타가 레파타가 개발되기 전의 이야기다. 레파타가 출시된 후부터는 고콜레스테롤혈증 치료에 있어 '진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레파타는 매우 낮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에 대한 우려를 종식시킨 약이다.
스타틴은 간에서 LDL 콜레스테롤을 흡수, 제거하도록 도움을 줘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힌다. 그런데 PCSK9 억제제는 스타틴과 기전이 서로 달라 함께 사용했을 때 시너지를 일으킨다. 스타틴 단독으로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지지 않는 환자라도 PCSK9 억제제를 함께 투여하면 빠르고 지속적으로 조절되는 이유다.
이런 점에서 레파타는 '극희귀질환'으로 분류되는 유전성 질환 '동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시작으로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의 재발 예방까지 임상적 근거를 확보한 상태다. 스타틴으로는 치료가 불가했던 의학적 미충족 수요 영역을 중점적으로 파고든 셈이다.
결과적으로 레파타 병용 요법은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을 한 번 이상 경험해 재발 부담이 높으나 기존의 스타틴 또는 에제티미브 치료로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LDL 콜레스테롤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강하시켰고, 이는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 효과로 이어졌다.
◆ `레파타` 근원이 된 FOUIRIER 연구‥진보가 시작됐다
레파타의 이름을 톡톡히 알린 연구는 단연 대규모 랜드마크(landmark) 3상 'FOUIRIER' 연구다.
이 FOUIRIER 임상은 2017년 4월 개최된 미국심장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가 되자마자 화제의 중심이 됐다.
레파타의 수많은 임상 성과 중에서도 FOURIER가 주목받은 이유는 여러가지다.
먼저 레파타의 다양한 임상 중 가장 많은 환자(N=27,564)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그리고 여러 위험요인을 가진 폭넓은 범위의 환자군에서 유의미한 근거를 도출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FOURIER 연구를 전후로 심혈관질환 환자의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레파타 이전에도 여러 연구를 통해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질수록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위험이 감소한다는 선형적인 상관관계가 알려진 바 있다.
그렇지만 레파타는 한발 더 나아가, 초고위험군에서는 LDL 콜레스테롤을 스타틴으로 조절되는 수준보다 낮추는 것이 심혈관질환 재발을 좀 더 확실하게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입증했다.
※FOURIER 임상주요결과
|
① (효과1) 심혈관질환예방: 추적기간중앙값2.2년간대조군대비MACE+(1차평가변수)는15%, MACE(2차평가변수)는20% 개선
② (효과2) LDL-C 강하: 48주차기준기저치(중앙값92mg/dL) 대비약59% 감소(중앙값30mg/dL) 및목표(70mg/dL 미만) 달성환자90%, 168주간효과지속
③ (안전성)중증이상반응을포함한10가지세부안전성지표에서기존치료와통계적으로유의한차이없음, LDL-C 수치가낮은환자(25mg/dL 미만)라도안전성프로파일차이없음
④ (하위분석1)아시아하위그룹분석: 아시아인의심혈관예방, LDL-C 강하, 안전성결과비아시아인과일관됨
⑤ (하위분석2)조기치료: 심근경색발생 1년내치료시심혈관위험감소효과25%로 1년후치료시(15%)보다효과적임
|
FOURIER가 발표된 후 국내외 유관 학회들은 연달아 이상지질혈증 치료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했다.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에게 LDL 콜레스테롤 보다 철저히 조절하도록 목표치를 70mg/dL 미만으로 제시하고, 기존 치료로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경우 새로운 치료제인 PCSK9 억제제를 추가하도록 권고한 것.
2019년 업데이트된 유럽심장학회(ESC) 가이드라인의 경우 초고위험군의 LDL 콜레스테롤 목표치를 가장 강력한 수준인 55mg/dL까지 낮췄다.
이러한 학계의 지지를 바탕으로 레파타는 이미 출시된 동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에 이어, 심혈관질환 예방 적응증도 빠르게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2018년 8월 심혈관질환에 허가 확대됐으며, 2020년 1월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이는 '초고위험군'의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암젠과 정부 및 유관 학회가 공동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 임상 이름에 담긴 '철학', PCSK9 억제제로 미충족 수요를 풀다
낮은 LDL 콜레스테롤의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와 안전성으로 레파타는 금방 인정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의사들은 신중했다.
오랜 기간 축적된 임상연구와 처방 경험을 통해 안전성에 대한 확신이 있는 스타틴과 달리 레파타는 새로운 기전의 약물인 탓이었다.
지질저하 치료를 장기간 지속해야 하는 만성질환 환자에게 PCSK9 억제제는 불확실성이 컸다. 또 그 동안 볼 수 없었던 '너무' 낮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도 존재했다.
이에 암젠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레파타의 장기 추적 연구를 진행했다.
그 전에 암젠이 진행한 레파타 임상들의 `비하인드 씬`을 알릴 필요가 있겠다. 여기에는 암젠의 철학과 의지가 그대로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레파타의 성과의 기저에는 암젠이 체계적으로 구축해온 임상 포트폴리오, PROFICIO(프로피시오) 프로그램이 있다.
PROFICIO(프로피시오)는 다양한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레파타가 LDL-C 강하 및 심혈관질환 예방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임상 프로그램(Program to Reduce LDL-C and Cardiovascular Outcomes Following Inhibition of PCSK9 In Different POpulations)이다.
PROFICIO가 시작된 2011년부터 현재까지 36건 이상의 임상시험이 진행됐으며, 전 세계 3만 8천여 명의 환자들이 참여했다.
PROFICIO는 라틴어로 '진보·발전·전진'을 뜻한다. 아울러 암젠은 PROFICIO의 각 임상시험에 인류 역사에서 혁명적인 전환을 이끌었던 세계적인 과학자와 철학자의 이름을 붙였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언을 남긴 근대 철학의 아버지 르네 데카르트(Rene Descartes, 1596-1650), 19세기 최고의 수학자이자 '가우스 함수'를 만든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Carl Friedrich Gauss, 1777~1855), 에디슨과 함께 전기의 아버지로 꼽히며 전 세계 1위 전기자동차 테슬라 상호명의 기원이기도 한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 1856-1943) 등이 그 예다.
레파타의 임상시험들은 이들의 철학과 혁신 정신을 고스란히 이어갔다. 심혈관질환 예방 적응증의 기반이 된 FOURIER 임상연구 역시, 수학자로서 수리물리학의 발전을 이끈 장 밥티스트 조제프 푸리에(Jean Baptiste Joseph Fourier, 1768-1830)의 이름에서 비롯됐다.
◆ 여러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지', 레파타의 확실한 임상들
최고의 근대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Rene Descartes)의 이름을 차용한 DESCARTES 임상을 살펴보자. DESCARTES 연구는 레파타의 장기 지속적인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보고된 첫 번째 연구다.
※ DESCARTES 임상주요결과
|
① (효과) 52주간LDL-C 강하효과: 기저치대비50% 감소(위약군6% 증가)
② (효과) LDL-C 70mg/dL 미만도달률: 52주기준82%(위약군6%)
③ (안전성)레파타는52주간양호한내약성을보였으며, 위약군대비안전성프로파일에서통계적으로유의한차이없음
|
이 연구는 52주 간 레파타 병용 요법과 위약 투여군을 비교 관찰했다. 이전에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 또는 저용량 스타틴/고용량 스타틴/고용량 스타틴+에제티미브 치료를 받고 있던 환자 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75mg/dL 이상인 성인 905명을 대상으로 한다.
지난 2019년에는 레파타의 또 다른 장기 추적 연구 'OSLER-1'의 최종 데이터가 보고됐다. OSLER-1도 세계적인 심장 분야의 권위자이자 '근대의학의 개혁' 등 의학 사가(史家)로 알려진 윌리엄 오슬러(Sir William Osler, 1849-1919)의 이름을 빌렸다.
※ OSLER-1 임상주요결과
|
① (효과) 5년간LDL-C 강하효과: 기저치(평균140mg/dL) 대비56~67% 감소유지(평균61mg/dL)
② (안전성) 5년간시간경과에따른이상반응발생률변화없음
③ (안전성) 5년중화항체발견되지않음
|
OSLER-1은 고콜레스테롤혈증 관련 5개의 2상 임상시험(MENDEL, LAPLACE, GAUSS, RUTHERFORD, YUKAWA) 참여 환자를 대상으로 최대 5년 간 진행한 공개 연장(OLE, open-label extension) 연구다. 레파타는 OSLER-1 연구를 통해 역대 최장 기간인 5년 동안의 일관된 LDL 콜레스테롤 강하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이 밖에도 학계에서는 레파타 병용 요법이 LDL 콜레스테롤을 큰 폭으로 떨어뜨리자 인지 기능(cognitive function)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존재했다. 이미 스타틴 투여 후 인지 장애를 경험한 케이스들이 보고됐기 때문이다.
이에 암젠은 FOURIER 연구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인지 기능에 대한 하위 분석 연구를 사전 계획했고, 독일 심리학자이자 인간 기억 연구의 아버지인 헤르만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 1750-1909)의 이름을 따 EBBINGHAUS로 명명했다. EBBINGHAUS 임상 결과는 2017년 미국심장학회에서 FOURIER 연구 결과와 함께 발표됐다.
※ EBBINGHAUS 임상주요결과
|
① 기처지대비19개월후인지기능변화: 레파타와위약군의점수공간작업기억전략점수변화는유의한차이가없음(비열등기준부합, p<0.001)
② LDL-C 수치에따른인지기능변화: LDL-C 25mg/dL 미만환자군과40mg/dL 이상환자군간점수변화에유의한차이없음
|
FOURIER에 참여한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환자 1,204명은 레파타 투여군과 위약군으로 구분돼 19개월(중앙값) 동안 치료를 받았다. 환자의 실행인지기능(executive cognitive function)을 평가하는 1차 평가변수는 전산화 신경 심리검사(CANTAB, Cambridge Neuropsychological Test Automated Battery)로 측정한 공간작업기억전략(Spatial Working Memory strategy index) 점수였다. 연구 결과, 레파타 병용 요법을 통한 LDL 콜레스테롤 강하가 환자의 기억∙인지 기능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암젠은 레파타의 심혈관질환 관련 5년 공개 연장 연구인 FOURIER OLE 임상도 진행 중이다. 해당 결과에 따라 레파타의 장기 투여가 심혈관질환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더욱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FOURIER OLE 연구는 2021년 종료된다.
뿐만 아니라 의사들은 LDL-C를 조절하는 것이 얼마나 심혈관질환에 영향을 주는지 확실히 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암젠은 FOURIER 임상연구에 앞서 LDL 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른 죽상경화반(죽종)의 변화를 관찰한 GLAGOV 임상을 진행했다.
GLAGOV 임상 결과가 발표된 후, 레파타를 통한 LDL 콜레스테롤 조절 효과의 심혈관질환 예방 가능성이 주목됐다.
※ GLAGOV 임상주요결과
|
① (효과) 죽상경화반부피감소: 18개월시점0.95% 감소(위약투여군0.05% 증가)
② (효과) LDL-C 강하& 죽상경화반상관관계: LDL-C 수치가감소할수록죽상경화반부피가감소하는선형적관계확인
|
연구명의 기원이 된 시모어 글라고브(Seymour Glagov, 1925-2008) 교수는 혈관 전문가로 죽상경화반의 축적에 대한 보상 기전으로 해당 부위 혈관이 확장된다는 '동맥의 재형성'을 처음 소개한 인물이다.
GLAGOV는 심혈관질환의 주요 원인이자 전 단계인 죽상경화반이 LDL 콜레스테롤 강하를 통해 억제·퇴행될 수 있음을 확인한 연구다. 즉, 레파타를 통한 LDL 콜레스테롤 강하가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감소시키는 기전을 데이터로서 입증한 것이다.
심근경색, 뇌졸중, 말초동맥질환 등 죽상경화성 심혈관계 질환은 심장과 연결된 동맥 내막에 지방 및 세포 덩어리인 '죽상경화반'이 쌓이고, 이것이 파열돼 발생한 혈전이 혈관을 막으면서 진행된다.
죽상경화반을 만드는 요인은 고혈압, 흡연 등 다양하지만 주로 높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GLAGOV 임상 결과, 스타틴으로 치료받고 있는 관상동맥질환 환자에게 18개월 동안 레파타 또는 위약을 투여하자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을수록 죽상경화반의 부피도 낮게 나타났다.
레파타의 죽상경화반 억제 효과도 확인됐다. 레파타 투여군은 LDL 콜레스테롤이 기저치 대비 60% 감소하고, 죽상경화반의 부피도 0.95% 감소한 반면, 위약군은 LDL 콜레스테롤도, 죽상경화반도 오히려 증가했다.
암젠은 '레파타'가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서 치료의 진보를 이끌었다고 자신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근거를 마련할 것이라 약속했다.
2017년 4월, FOUIRIER 임상결과를 발표한 마크 사바틴(Marc S. Sabatine) 박사
<사진>는 확신 아닌 확신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 당시 마크 사바틴 박사의 소감을 전하며, 메디파나뉴스의 비하인드 씬을 마무리한다.
"저는 이번 학술대회가 끝나면 임상 현장에서 환자들에게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최적의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 점이 굉장히 행복합니다."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