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말기신부전증 환자에게 '혈액투석'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일주일에 몇번이나 병원에 찾아가 몇시간이 필요한 혈액투석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은 혹시나 발생할지 모르는 '합병증'에 대해 두려워했다.
그래서 의사들은 오래도록 '요독물질'의 효과적인 제거를 위해 고민해왔다.
그런데 이는 혈액투석(HD) 장비에서 필터, 그러니까 `투석막` 하나를 교체하면서 해결됐다. 박스터가 개발한 `테라노바`라는 투석막의 교체 하나로 혈액투석은 한발자국 진보가 시작된 셈이다.
◆ '혈액투석'의 중요 목표, '요독물질'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것
만성콩팥병은 고령화 시대에 증가하는 대표적인 만성 질환이다. 최근 5년 새 국내 만성콩팥병 환자가 44% 큰 폭으로 증가했을 정도.
콩팥 질환이 3개월 이상 길어지면 콩팥에는 만성적인 손상이 생기고, 노폐물 여과를 하는 '사구체'의 기능이 떨어져 '말기신부전증(만성콩팥병 5기)'으로 진행된다.
건강한 콩팥은 사구체가 분당 최소 90ml 이상의 혈액을 거르는 반면, 말기신부전증 환자의 사구체 여과율은 분당 15ml 미만이다. 그래서 말기신부전증 환자는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이에 말기신부전증 환자는 혈액투석과 같은 신대체요법을 이용해야한다. 혈액투석은 보통 주 3회 병원을 방문해 매회 약 4시간 정도 진행된다.
콩팥 질환은 조기 발견과 기술의 발전 등으로 혈액투석을 꾸준히 지속할 경우, 10년 이상 장기 생존을 기대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의학 기술의 발전에도 여전히 `의학적 미충족 수요(Unmet medical needs)`는 존재했다.
말기신부전증 환자는 콩팥 질환이 없는 환자에 비해 심혈관질환 이환율(morbidity)과 사망률이 높다. 실제로 국내 말기신부전증 환자의 50% 이상은 관상동맥질환, 울혈성 심부전 등을 동반하고 있다. 그리고 요독 환경(uraemic milieu)에 빈번하게 노출돼 그로 인한 빈혈, 염증, 산화 스트레스 발생 위험이 높다.
합병증에 대한 해결도 필요하다. 투석 치료에도 불구하고 하지불안증후군, 소양증(가려움증), 영양실조, 두통 등의 합병증 발생은 기존 혈액투석 치료의 한계점으로 남아있다.
합병증이 발생하는데에는 다양한 요인이 존재한다. 혈액투석 환자에서 중대한 합병증 발생에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진 것은 요독물질, 체내 저류, 당뇨병과 같은 동반된 기저 질환과 감염(전염성 합병증) 등이 있다.
특히 중분자(500 Da to 25kDa 미만) 및 큰 중분자(25kDa to 60kDa) 요독물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죽하면 혈액투석 치료의 중요한 목표가 이와 같은 중분자 및 큰 중분자 요독물질의 효과적인 제거로 설정됐을까.
※특정중분자및큰중분자요독물질관련동반질환 |
요독물질 |
분류 |
크기(kDa) |
관련성 |
람다유리경쇄(λFLC) |
큰중분자 |
45 |
전(pro) 염증성물질; 혈장내수치는 CKD 환자의 생존율, 면역조절과같은 결과와 상관관계있음 |
알파1-마이크로글로불린(A1M) |
33 |
하지불안증후군 |
섬유화세포성장인자(FGF-23) |
32 |
심혈관질환합병증 |
카파유리경쇄(kFLC) |
중분자 |
22.5 |
아밀로이드증(경직및통증유발) 등 |
미오글로빈(Myoglobin) |
17 |
심부전, 심근염, 골격근질환 |
베타2 마이크로불린(β2M) |
12 |
아밀로이드증(경직및통증유발) |
물론 고유량 혈액투석(High-flux HD)과 최근 유행하는 온라인 혈액투석여과(OL-HDF)는 소분자(500Da 미만)와 중분자(500 Da to 25kDa 미만) 요독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그렇지만 심혈관질환 진행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알려진 큰 중분자(25kDa to 60kDa) 요독물질 제거에는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온라인 혈액투석여과(OL-HDF)에서는 요독물질 제거를 위해 대류 기전이 이용된다. 이를 위해 많은 보충액(convection volume) 전달이 필요하고, 높은 혈류 속도는 필수적이다.
따라서 온라인 혈액투석여과는 혈관통로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에서의 사용이 어렵고, 체내 필수 물질 중 하나인 '알부민'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제한점을 내재하고 있다.
이에 연구자들은 보다 효과적으로 요독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 결과, 박스터는 2017년 `테라노바 투석막`을 이용한 확장된 혈액투석(Expanded hemodialysis, 이하 HDx) 방식을 도입했다.
테라노바는 혁신적인 신기술로 만들어진 요독물질에 대한 투과성과 선택성을 개선한 Medium cut-off(MCO) 투석막이다.
기존의 투석막으로 제거하기 어려운 큰 중분자(25kDa to 60kDa) 요독물질을 효과적으로 없애고, 반대로 알부민 영양소의 손실은 최소화한다.
온라인 혈액투석여과(OL-HDF)와는 달리 특수한 장비가 필요하지 않아 기존에 병원에서 사용하던 혈액투석(HD) 장비에서 필터만 '테라노바'로 교체하면 확장된 혈액투석(HDx)이 가능하다. 게다가 혈관 상태가 약한 환자를 비롯한 거의 '모든' 환자에서 확장된 혈액투석(HDx)을 적용할 수 있다.
테라노바를 이용한 확장된 혈액투석(HDx)은 글로벌 임상연구와 국내외 환자 증례를 통해 중분자 및 큰 중분자 요독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함을 입증했다. 혈액투석 환자도 삶의 질(QoL)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점이 인상적이다.
콜롬비아 네트워크 신장치료 클리닉에서는 총 666명의 환자가 테라노바 투석막을 이용해 6개월 간 확장된 혈액투석(HDx) 치료를 받았다. 그 결과, 투석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하지불안증후군' 증상이 약 50% 감소했다.
국내 혈액투석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테라노바 투석막을 이용, 확장된 혈액투석(HDx) 치료 결과도 유사했다. 이들은 치료 3개월 시점에 '아침과 저녁으로 발생하는 가려움증'과 '긁는 행위'의 빈도가 줄어들었다.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혈액투석 센터 18곳에서는 2015년 11월부터 2016년 2월까지 테라노바 투석막을 이용한 확장된 혈액투석(HDx) 치료를 약 5천건 이상 수행했다. 그 결과에서도 일부 환자들에서 가려움증, 영양실조, 피로감 등의 증상이 개선되었다는 증례가 확인됐다.
◆ 테라노바 투석막 이용 확장된 혈액투석, 한국인에게도 '효과적'
최근 치료제 분야에서도 허가 임상 외에 실제 임상에서의 효과 증명이 중요해졌다. 테라노바 역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가 존재한다.
그런데 혈관 상태가 좋지 않은 한국인 환자에게서, 테라노바의 효과를 재입증하는 새 연구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끈다.
▲ 연세의대 신장내과 박형천, 김태훈 연구팀
이는 연세의대 신장내과 박형천, 김태훈 연구팀이 한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확장된 혈액투석(HDx)의 큰 중분자 요독물질 제거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 전향적 관찰 연구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적인 신장분야 학회지인 BMC Nephrology(2020년)에 게재됐다. 그리고 이 연구는 특정 기업의 후원 없이 연구자 차원에서 독립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갖는다.
연세의대 신장내과 박형천 교수는 "최근 국내 도입된 테라노바 투석막을 이용한 확장된 혈액투석(HDx)은 각종 합병증 발생과 삶의 질 저하에 영향을 미치는 큰 중분자(25kDa to 60kDa) 요독물질을 High-flux HD 및 OL-HDF 와 비교해 더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고 보고됐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실제 진료 환경에서도 확장된 혈액투석(HDx)이 같은 효과를 나타내는지 확인하고자 관찰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세의대 신장내과 박형천, 김태훈 연구팀은 2018년 8월부터 11월까지 전향적 관찰 연구에 참여할 환자를 모집했다. 이후 한국인 말기 콩팥병 환자 6명을 대상으로 각각 고유량 혈액투석(High-flux HD)군, 온라인 혈액투석여과(OL-HDF)군, 테라노바 투석막을 이용한 확장된 혈액투석(HDx)군으로 나눠 다양한 크기의 요독물질 제거율(Reduction Ratio, RR, %) 및 청소율(Overall Clearance, mL/min)에 대한 비교 분석을 진행했다.
연구에는 주 3회 혈액투석 치료를 받고 있는 임상적으로 안정된, 평균 연령 66.1세 환자가 포함됐다.
이번 한국인 대상 임상연구를 통해 테라노바 투석막을 이용한 확장된 혈액투석(HDx)은 큰 중분자 요독물질인 람다 유리경쇄(λFLC)와, 중분자 요독물질인 미오글로빈(Myoglobin) 등을 더욱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재입증됐다. 고유량 혈액투석(High-flux HD) 및 온라인 혈액투석여과(OL-HDF)와 비교해서 말이다.
대표적인 큰 중분자 요독물질인 '람다 유리경쇄(λFLC)'는 염증을 일으키는데 관여하는 매개물질이다. 혈액투석 시 충분히 제거되지 않고 축적되면 염증 발생으로 인한 식욕 감소, 혈관 석회화, 혈관내피세포 기능부전이 생기고, 결국 심혈관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다.
확장된 혈액투석(HDx)에 의한 람다 유리경쇄(λFLC, 45kDa)의 제거율은 약 43.2%로 다른 투석 방법에 비해 유의하게 높은 제거율을 나타냈다 (vs. OL-HDF 33%, High-flux HD 26.8%,).
이와 함께 확장된 혈액투석(HDx)은 카파(κFLC, 22.5 kDa)와 람다 유리경쇄 청소율(overall clearance, mL/min)의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 대표적인 중분자 요독물질인 '카파 유리경쇄(kFLC)'는 체내 축적 시 아밀로이드증을 일으키고, 근육의 경직과 통증을 유발한다.
확장된 혈액투석(HDx) 치료 시 카파와 람다 유리경쇄의 평균 청소율은 각각 16.8 mL/min와 7.2 ml/min로, 기존 고유량 혈액투석(High-flux HD)과 온라인 혈액투석여과(OL-HDF)와 비교하여 약 2-3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vs. High-flux HD 10.3 mL/min와 2.2 ml/min, OL-HDF 9.8 mL/min와 2.6 ml/min).
확장된 혈액투석(HDx)의 미오글로빈 제거율은 약 63.1% 다른 투석 방법에 비해 높은 제거율을 나타냈다 (vs. High-flux HD 43.5%, OL-HDF 49.8%,). 미오글로빈(Myoglobin, 16.7 kDa)은 체내 축적 시 심부전, 심장 마비, 근육통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섬유화 세포 성장인자(FGF-23, 22.5–32.0 kDa)는 체내에 과도하게 쌓이면 심혈관질환 합병증 발생을 일으킬 수 있다. 확장된 혈액투석(HDx)에서 FGF-23 제거율은 약 55.5%로 기존 고유량 혈액투석(High-flux HD) 또는 온라인 혈액투석여과(OL-HDF) 방법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vs. High-flux HD 34.6%, OL-HDF 35.8%,)
이 밖에도 테라노바 투석막을 이용한 확장된 혈액투석(HDx)은 기존 고유량 혈액투석(High-flux HD) 및 온라인 혈액투석여과(OL-HDF) 방식과 거의 유사한 수준으로 카파 유리경쇄(kFLC) 및 베타2 마이크로불린(β2M) 제거율을 나타냈다.
연세의대 신장내과 김태훈 교수는 "중분자 및 큰 중분자 요독물질은 만성 염증, 죽상동맥경화증, 구조적 심장 질환(structural cardiac disease), 단백질-에너지 소모(protein energy wasting), 영양불량 상태 등과 연관성이 있으며, 심혈관질환을 유발하는 염증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제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테라노바 투석막을 이용한 확장된 혈액투석(HDx)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직접적으로 낮추는 것은 아니지만, 심혈관질환과 연관성이 있는 큰 중분자 요독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함으로써 혈액투석 환자에서 합병증과 사망 위험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잠재적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테라노바 투석막을 이용한 혈액투석이 한국인에서도 효과적임이 드러나자, 앞서 증명된 장점도 다시금 부각되기 시작했다.
단적으로 기존의 온라인 혈액투석여과(OL-HDF)는 혈관통로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에서 사용이 어려웠다.
김태훈 교수는 "확장된 혈액투석(HDx)은 혈류속도에 대한 제한(high blood flow rates)이 없고, 온라인 혈액투석여과(OL-HDF)에서 요구하는 높은 대류량(large convection volumes)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혈관 상태가 좋지 않은 노인 환자와 온라인 혈액투석여과(OL-HDF) 장비가 없는 지역의 혈액투석 환자에서 보다 유리한 치료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과거 여러 글로벌 임상연구에서 테라노바 투석막을 이용한 확장된 혈액투석(HDx)의 평균 혈류속도(blood flow rates, 이하 BFR)는 300~400ml 정도로 높았다. 그렇지만 한국이나 일본에서의 혈액투석 치료에 사용되는 평균 혈류속도는 약 230~250ml 정도로 그보다 낮은 것으로 보고된다.
이번에 연세의대 신장내과 박형천, 김태훈 연구팀이 진행한 한국인 대상 연구에서 설정된 BFR은 250ml로, 혈관 상태가 좋지 않은 고령 환자 및 많은 아시아 환자들의 낮은 혈류속도에서 확장된 혈액투석(HDx)은 유효성을 입증했다.
게다가 테라노바 투석막을 이용한 확장된 혈액투석(HDx)은 혈액투석여과(HDF) 전용 모니터와 초순도 정수기와 같은 별도의 장비가 필요하지 않다. 또한 신장실 인력에 대한 추가 교육 없이 기존 혈액투석(HD) 기계에서 투석막만 테라노바 투석막으로 바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 의료진 입장에서도 치료와 관리가 편리하다.
박형천 교수는 "테라노바 투석막은 '거의 모든' 혈액투석 환자에서 제한 없이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이번 연구를 통해 재확인 됐다. 무엇보다 혈관 상태가 서양 환자들에 비해 약한 동양인과 고령 환자에서도 테라노바 투석막을 이용한 확장된 혈액투석(HDx)이 유의미하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향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환자에서 확장된 혈액투석(HDx) 사용이 더욱 확대돼 긍정적인 환자 증례가 축적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논문을 리뷰한 레이몬드 밴홀더(Raymond Vanholder) 교수는 유럽 요독소 연구회(European Uremic Toxin Work Group) 멤버이고 요독소 연구로 저명한 학자다. 그는 이 결과에 대해 심도 깊게 진행된 연구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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