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신의 한 수'. 어떤 일을 처리하거나 해결하는 데에 매우 뛰어나고 기묘한 수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노바티스의 '엔트레스토(사쿠비트릴/발사르탄)'는 최근 FDA로부터 '심박출계수 보존 심부전(HFpEF, Heart Failure with preserved Ejection Fraction)' 적응증을 승인받았다.
이를 통해 엔트레스토는 심박출계수 감소 심부전(HFrEF, Heart Failure with reduced Ejection Fraction)과 심박출계수 보존 심부전 환자에게 모두 사용 가능한 '최초'이자 '유일'한 치료제가 됐다.
지금까지 만성 심부전 환자의 증상 완화 및 동반 질환 관리를 위한 치료제로는 가이드라인에 정의된 심박출계수 감소 심부전 외에 없었다.
그런데 이를 엔트레스토가 뒤바꿔 놓은 셈이다.
◆ 시작 : 심박출계수 감소 심부전
2015년 7월, 엔트레스토는 FDA로부터 '심박출계수 감소' 만성 심부전에 첫 허가를 받았다. 15년만의 새로운 심부전 치료제라며 주목을 받던 때였다.
엔트레스토는 최초의 안지오텐신 수용체-네프릴리신 억제제(ARNI) 계열 심부전 치료제로, 다양한 경로로 심장 신경 호르몬계에 작용해 신체의 보호 기전을 강화하며 안지오텐신 II 수용체를 차단한다.
이 기전을 기반으로 엔트레스토는 HFrEF 만성부터 급성 심부전까지 치료 혜택을 보이며, 차근차근 영역을 확대해왔다.
① 만성 심부전
[PARADIGM-HF 연구]
심박출계수 감소 만성 심부전 환자 대상.
- 결과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을 모두 반영한 1차 유효성 평가 변수에서 에날라프릴 대비 전반적 위험 20% 감소.
- 의미 : 현행 표준 치료 대비 유의한 임상적 혜택 확인, 엔트레스토가 그동안의 심부전약에서 볼 수 없는 사망률과 입원율을 모두를 낮춘 유일한 약제임을 보여줌.
- 특징 :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는 엔트레스토 치료 환자에서 심혈관계 원인에 의한 사망이 유의미하게 더 낮은 것을 확인하고 연구의 조기 종료를 권고.
② 급성 심부전 입원 후 안정화 환자
[PIONEER-HF 연구]
급성 심부전으로 입원 후 안정화된 심박출계수 감소 심부전 환자들이 포함. PIONEER는 이들의 퇴원 전 엔트레스토와 에날라프릴의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한 연구로, 여기엔 ACE/ARB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도 포함.
- 결과 : 4주 및 8주 시점에 심부전 중증도 평가와 예후 평가에 사용되는 바이오마커인 NT-proBNP 수치가 에날라프릴 대비 29% 감소. NT-proBNP는 심부전 진단에 필수검사이자, 급성 호흡곤란의 감별진단, 심부전 진단 및 예후 판정, 음성 예측도가 높다.
엔트레스토 치료 환자는 8주 동안 에날라프릴 대비 사망, 심부전 재입원(입원 기간 24시간 초과), 좌심실 보조장치 삽입 또는 심장 이식 등록 필요 등의 복합 위험이 46% 감소.
12주 추적 결과에 따르면, 12주 시점에서도 일관된 치료 효과와 안전성 확인.
- 의미 : 급성 심부전 입원 환자에서 엔트레스토 초기 사용 임상적 필요성 확인.
③ 차별화 기전에 대한 연구
[PROVE-HF 연구]
- 결과 : 12개월 시점에 엔트레스토의 NT-proBNP 농도 감소와 심박출량 및 심장 기능 지표 개선에 유의미한 연관성 확인. 심부전 처음 진단 받거나 기존에 ARB 혹은 ACE 억제제를 투여 받지 않은 초기 환자군의 심박출량 개선과 심장 크기 감소에 있어 더 강력한 효과 확인.
- 의미 : 기전에 따른 심장의 구조적 개선 효과에서도 초기 사용 중요성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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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DIGM-HF 연구를 바탕으로 미국심장학회(ACC)와 심장협회(AHA), 심부전학회(HFSA),
유럽심장학회(ESC)의 최신 가이드라인은 심박출계수가 감소된 경증~중등도 심부전(HFrEF) 환자에게 엔트레스토를 1급(Class I 약제)으로 권고했다. 표준요법으로 사용되던 ACE 억제제 또는 ARB 대신에 말이다.
PIONEER-HF 임상은 엔트레스토를 심부전의 1차 치료제로 사용해도 된다는 가능성을 입증한 연구다. 해당 결과는 2020년 개정된 국내 급성 심부전 진료 지침, 2019년 발표된 유럽∙미국심장학회 전문가 합의 지침에서 급성 심부전 입원 후 안정화 환자에 엔트레스토 조기 사용을 권장하는데 영향을 줬다.
그리고 2021년 1월 11일, 미국심장학회는 전문가 합의 의사 결정 지침을 통해 엔트레스토를 심박출계수 감소 심부전 환자의 '초기' 최우선 치료 옵션으로 권고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엔트레스토는 Stage C 심부전 환자에서 최우선으로 고려되는 선호요법(Preferred)으로 권장됐다. 이번 개정으로 그동안 심부전 기본 치료제로 사용되던 ARB 혹은 ACE 억제제보다 엔트레스토를 우선 사용하는 것이 힘을 얻었다.
엔트레스토는 허가 후 지속적으로 새로운 임상 데이터를 발표 중이다. 그 중 엔트레스토 치료로 확인된 '비용효과성' 연구가 눈길을 끈다.
연구 결과, 입원 중 엔트레스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에날라프릴 치료 후 변경 또는 에날라프릴 지속군 대비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환자를 52,856명 감소시켰다. 또 입원 중 엔트레스토 초기 사용은 환자들이 기대 수명을 연장시켰다. 이는 결국 치료 비용 절약으로 이어졌다.
◆ 최초 : 심박출계수 보존 심부전
2월 16일, 엔트레스토는 또 한번 심부전 치료에 새 역사를 쓰게 된다. FDA는 엔트레스토를 좌심실 박출률(LVEF, Left Ventricular Ejection Fraction)이 정상 미만인 '심박출계수 보존' 심부전 환자 치료제로 승인했다.
여기서 좌심실 박출률은 가변적이고 정확한 기준을 정하기 쉽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53~73%를 정상적인 박출률로 정의한다.
이로써 엔트레스토는 '심박출계수 보존 심부전'에 허가된 '최초'의 치료제가 됐다. 이는 그동안의 심부전 치료의 미충족 수요를 정확히 파고든 것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크다.
심부전 환자들은 생명을 위협하는 반복되는 재입원의 고통 속에 살아간다. 통계적으로 4명 중 1명이 심부전 재입원을 경험하며, 10%는 퇴원 후 30일 이내 사망한다.
미국의 경우 600만명이 만성 심부전 환자이며, 그 중 300만명이 심박출계수 감소 심부전, 그리고 나머지 300만명 중 200만명이 좌심실 박출률이 정상 미만인 심박출계수 보존 심부전 환자다.
흔히 심박출계수 보존 심부전은 심박출계수가 유지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심박출계수 감소 심부전 대비 예후가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불량한 예후는 동일하다.
심박출계수 보존 심부전의 경우, 질환 및 환자 이질성 등 때문에 그동안 임상∙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를 찾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오랜 기간 HFpEF의 치료 옵션을 찾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됐지만 그 어떤 치료제도 임상을 성공하지 못했다. 심박출계수 감소 심부전 치료제로 흔히 사용되는 ACE 억제제, ARB, 베타 차단제 등도 심박출계수 보존 심부전 치료제로는 허가 받지 못했다.
따라서 심박출계수 보존 심부전으로 정의된 박출계수의 환자는 증상 완화 및 동반 질환 관리에만 의지해야했다. 효과적인 치료제 부재로 지난 20여년 간 HFpEF 환자의 사망률이 개선되고 있지 않던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엔트레스도 승인을 통해 심부전 환자들이 혁신적인 치료 혜택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엔트레스토의 HFpEF 적응증 획득은 PARAGON-HF 임상을 바탕으로 허가가 이뤄졌다. PARAGON-HF 연구는 현재까지 심박출계수 보존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한 가장 규모가 크고, 유일한 3상 연구다.
ESC 2019에서 발표된 데이터에 의하면, 엔트레스토는 발사르탄 대비 심부전 입원 및 심혈관 사망 위험을 13% 감소시켰으며, 특히 엔트레스토는 좌심실 박출률이 정상 미만인 환자들에게 가장 큰 치료 혜택을 보여줬다.
◆ 과제 : 심부전 환자들에게 빠른 혜택 제공
엔트레스토는 심박출계수 감소 만성 심부전, 새롭게 심부전을 진단 받았거나, 기존 치료 후 상태가 악화된 심박출계수 감소 심부전 입원 환자 등에 강력하게 권고되는 치료제다. 그리고 최근 심박출계수 보존 심부전에서 FDA 사용 승인을 받으면서 말 그대로 '전방위' 심부전 치료제로 거듭나게 됐다.
이제 남은 과제는 심부전의 재입원율과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국가적인 관심이다.
심부전으로 입원한 환자 대부분은 응급실을 통할 정도로 매우 위급한 상태로 방문한다. 그리고 퇴원 후에도 반복적 입원, 장기적 외래 치료 과정의 악순환을 반복한다.
국내 심부전 레지스트리 등 자료에 따르면, 만성 심부전 환자의 83%는 급성 심부전으로 1회 이상 입원하고, 심부전 환자의 평균 재원일은 8일이다. 또 퇴원 후 30일 간 환자의 25%가 재입원을 경험한다.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은 막대한 '경제적 부담'도 초래한다. 국내 심부전 환자의 진료비 부담은 2015년부터 연 평균 19%씩 증가하고 있으며, 2019년 기준 심부전 전체 진료비 부담의 90%가 입원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심부전 입원 환자는 입원 후 진행하는 '초기' 치료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는 입원 시 재입원율과 사망률을 낮출 수 있는 초기 유용성이 검증된 약제 사용이 권장되고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심부전 입원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퇴원 전 충분한 약물 조절과 교육을 받도록 권고하고, 대규모 임상 연구를 통해 가이드라인에 등재된 약제는 신속히 의료 보험을 통해 지원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심부전으로 입원 후 재입원과 사망 위험을 줄이기 위한 치료 지원이 부족한 상태다.
엔트레스토는 국내에서 2017년 10월 1일부터 좌심실 수축 기능이 저하된 만성 심부전 환자 중 좌심실 박출률이 40% 이하인 일부 환자 치료제로 급여를 적용 받았다.
반면 그 외에는 급여가 되지 않아, 국내에서 입원 초기 환자가 사용하기엔 경제적 부담이 큰 편이다.
게다가 국내 급여 기준 상 엔트레스토는 좌심실 수축 기능이 저하된 만성 심부전 환자(NYHA class II-IV) 중 좌심실 박출률(LVEF)이 40% 이하인 환자로서, ACE 억제제 또는 안지오텐신 II(Angiotensin II) 수용체 차단제를 표준 치료와 병용해 '4주 이상' 안정적 용량으로 투여중인 경우에만 급여가 된다.
엔트레스토를 우선 사용하는 것이 권고되는 가운데, 조기 사용의 혜택을 얻기엔 국내 급여 기준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심부전 초기에 엔트레스토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급여가 확대된다면, 위험도가 높아지기 전에 발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심장 변형의 빠른 회복 및 심부전 재입원율, 응급실 방문을 낮춰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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