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기자에게 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국민청원을 올린 다발골수종 치료 중인 환우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좋은 기사에 고마움과 감사 인사를 하고자 메일을 드립니다.
기사를 한 글자 한 글자 읽게 됐습니다. 미소를 짓다가 없앴다가, 한숨을 쉬다가 거두다가 하게 됐습니다.
CAR-T 치료제가 환우 곁에 오기까지는 긴 시간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냉정한 현실을 알고 있기에, '지금 재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우들이 생전에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아픔이 있습니다.
그러나 울고만 있을 수 없기에, '국민청원'을 올리게 됐습니다. 당장 제도 개선을 바라는 간절함 보다 더 중요한 '희망'을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희망이 곧 환우에겐 '치료제'라고 생각됩니다. 기자님의 기사가 저희에겐 큰 희망의 씨앗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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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에게 메일을 보낸 환우는 J&J의 다발골수종 치료제 '실타캡타진 오토류셀(ciltacabtagene autoleucel)'의 빠른 허가와 급여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치료제는 기존 3가지 이상 치료에 실패한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최근 기자에게는 이러한 메일이 계속해서 도착하고 있다.
CAR-T 치료제는 재발 및 불응성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이 진행됐다. 일반적으로 재발이 거듭될수록 치료 효과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앞서 여러 번 치료를 받았어도 CAR-T 치료제는 높은 반응률과 관해율을 보였다. CAR-T 치료제는 재발 및 불응성 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치료제인 셈이다.
이러한 치료제가 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희망을 가졌던 환우들이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환자들은 또 다시 불안해했다. CAR-T 치료제를 사용할 환자들이 적다는 이유로, 다른 암종 치료제만큼 관심을 받지 못해 허가와 급여가 늦어지지 않을까하는 이유있는 불안함이었다.
한 예로, 한국노바티스의 '킴리아(티사젠렉류셀)'는 지난 3월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가 됐다.
킴리아의 적응증은 ① 25세 이하의 소아 및 젊은 성인 환자에서의 이식 후 재발 또는 2차 재발 및 이후의 재발 또는 불응성 B세포 급성 림프모구성 백혈병(B-cell acute lymphoblastic leukemia, 이하 B-ALL)의 치료 ② 두 가지 이상의 전신 치료 후 재발성 또는 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iffuse large B-cell lymphoma, 이하 DLBCL) 성인 환자의 치료다.
백혈병 및 림프종 환자들에게는 킴리아가 마지막 희망과도 같다. 그렇지만 킴리아는 우리나라에서 미국보다 3년 6개월, 일본에 비해 2년이나 늦게 허가를 받았다.
게다가 킴리아는 지난 7월 14일에 개최된 제 5차 암질환심의위원회에 상정되지 않아, 급여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환자들은 이 불안한 마음을 없애기 위해 직접 글을 쓰기 시작했다.
◆ 표현할 수 있는 마음은 오로지 국민청원 뿐
'킴리아'가 허가된 후, 국민청원에는 지속적으로 글이 올라오고 있다. 글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비슷했다. '마지막 희망'인 킴리아가 하루 빨리 급여가 되길 바란다는 마음이 듬뿍 담겨 있었다.
1. 청원 동의 약 2,400명(종료)
"23살 동생의 마지막 희망인 킴리아의 빠른 건강보험 급여를 요구합니다."
환자 A씨는 2018년 3월, 대학 입학 첫날 갑자기 쓰려져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그 이후 약 3년간 투병 중 조혈모세포이식을 준비했으나 100% 맞는 공여자를 찾을 수 없어 형(청원 글쓴이)이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을 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백혈구 수치 증가로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을 수 없었고, 그러던 중 A씨와 간병을 하던 어머니는 코로나19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 감염 상태에서 항암 치료 시 80% 이상 확률로 암세포가 폐로 전이돼 사망한다고 했지만 치료를 멈출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A씨는 혈액 내 암세포가 70% 이상 남아있고 더 이상 쓸 항암제도 없다. 그러던 중 '킴리아'가 국내 허가를 받았으나, 아직 건강보험 급여가 되지 않아 개인이 전부 비용을 부담할 수도 없다.
청원을 쓴 글쓴이(환자의 형)은 이렇게 말했다.
"돈이 없어 동생이 죽는 것을 지켜보고 싶지 않습니다. 부디 킴리아의 건강보험 급여를 조속히 실행해 주세요. 돈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수많은 백혈병 및 암환자들이 고통에서 벗어나 희망을 쫓게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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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청원 동의 약 14,420명(종료)
"킴리아의 빠른 건강 보험 적용을 촉구합니다."
환자 B씨(글쓴이 오빠)는 2019년 7월(당시 24세)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 받았다. 항암 후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려 했지만 100% 맞는 공여자가 없어 약물 위주 치료 중 두 달만에 재발했다. 50%만 일치하는 어머니의 세포로 이식했지만 한 달 후 또 재발했다. 환자 B씨에게 남은 치료제는 '킴리아' 뿐이다.
"며칠 전 아니 불과 어제 같이 대화했던 환우와 오늘은 만날 수 조차 없을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에서 킴리아가 빠른 시일 내에 보험 적용이 되기를 바랍나다. 백혈병은 멀리 있는 병이 아니었습니다. 건강했던 사람에게도 갑자기 생길 수 있고, 본인 뿐만 아니라 주변인에게도 갑자기 닥칠 수 있는 무서운 암입니다. 부디 백혈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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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청원 동의 약 9,410명(종료)
"엄마이기에 간절히 올립니다. 킴리아의 빠른 건강보험 적용 부탁드립니다."
"저희 딸이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입니다. 두 번 재발을 한 상태입니다. 엄마이기에 너무 간절해서 청원을 올립니다. 이번에 승인된 킴리아가 올해 안에 빨리 건강보험 적용이 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저희 딸을 살려주세요. 백혈병을 치료하는 모든 분들께 희망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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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청원 동의 약 660명(종료)
"항암제 CAR-T 세포치료제 '킴리아'의 신속한 건강보험 적용을 촉구합니다."
생명과학을 공부하는 한 고등학생이 암환자에게 CAR-T 치료제(킴리아)가 어떤 의미인지를 알리려 글을 올렸다. 올해 3월 킴리아가 식약처 승인을 받아 기뻐했으나, 일반 환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사실이 너무 슬프고 안타까워 건강보험 적용을 간곡하게 촉구했다.
"미국에서는 많은 환자가 이 치료제로 건강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특히 혈액암 환자에게 80% 이상의 효과를 보인다고 합니다. 생명은 소중하고 최우선 돼야 합니다. 고통받고 있는 암환자들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보험 적용이 돼야 합니다. 암환자들의 큰 희망이 될 수 있는 CAR-T 세포치료제(킴리아)의 건보 적용을 간곡하게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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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청원 동의 수 약 420명(8/4 기준)
"백혈병 림프암 치료제 킴리아의 건강보험 등재를 요청합니다."
35살의 두 아이의 아버지인 C씨. 작년 7월 아내가 유방암 4기 진단을 받은 데 이어, 올해 7월 C씨도 DLBCL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완치 목표 성과가 좋은 치료제(CAR-T)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완치 목표 성과가 좋은 킴리아라는 CAR-T 치료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 비용 5억이란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합니다. 제 아내와 아이들은 누가 보살피나요. 제가 완치돼 보살펴야 합니다. 킴리아가 건강보험 적용이 돼 아픈 환우들과 보호자들의 한줄기 빛이 돼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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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예'가 있어야 환자들이 믿고 기다릴 것
기존 치료에 불응하거나 재발한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급성 B세포 림프모구성 백혈병(ALL) 등 말기 혈액암 환자는 국내 약 200여명 내외의 소수다.
DLBCL은 질병 진행 속도가 빠른 '공격형 림프종'으로 구분된다. 즉각적인 치료를 하지 않으면 수개월 내 사망할 수 있는 위중한 질환이다.
DLBCL의 치료는 악성도와 병기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부분의 환자(80~90%)들은 1차 표준 치료(항암화학요법)를 통해 부분 관해 이상의 반응을 획득한다.
그런데 문제는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불응성) 반복적으로 병이 재발하는 환자(재발성)다. 실제로 10~15%의 환자는 1차 치료에 불응하며, 환자의 20~25% 정도는 관해 후 재발을 경험한다.
1차, 2차 치료에 불응하거나 관해 후 재발을 경험하는 환자는 연간 약 150명 내외로 매우 소수이지만, 예후가 불량하고 정립된 치료법이 없어 중앙 생존기간이 6개월에 불과하다.
ALL의 치료 상황도 비슷하다. ALL은 10세 이하 소아의 사망 원인 1위일 정도로, 소아암 중 가장 높은 빈도를 차지하는 질환이다.
ALL 치료 실패의 가장 많은 원인은 '재발'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표준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되지만, 일부 소수 환자는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재발을 경험한다.
재발성∙불응성 환자 중 조혈모세포 이식 등 2차 치료에도 실패한 경우 대체 치료가 없어 기대 여명이 약 6개월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나쁜 예후를 보인다.
다행히 지난 3월 5일 국내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바법) 1호로 CAR-T 치료제 '킴리아'가 허가됐다. 재발성 또는 불응성 ALL과 DLBCL 환자들에게 장기 생존이 가능한 새로운 치료 옵션이 생긴 것이다.
재발 또는 불응성 DLBCL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JULIET) 결과, 킴리아는 전체 반응률 53%, 그 중 39.1%가 완전 관해에 도달했다.
완전 반응에 도달한 환자의 경우 12개월 생존율은 90.6%, 24개월 째 75.4%로 나타났다. 또 24개월과 36개월 시점에 모든 환자가 생존할 확률은 각각 40%, 36%로 나타났다.
재발 또는 불응성 B-ALL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ELIANA) 결과, 킴리아 군의 전체 반응률은 82%, 관해에 도달한 환자의 98%에서 미세잔존질환이 음성으로 나타났다. 미세잔존질환은 치료 후에도 적은 양의 암세포가 체내에 남아있는 상태로, 치료 효과를 측정하고 재발 위험을 예측하는 지표가 된다.
18개월, 24개월째 전체 생존율은 각각 70%, 66%였으며, 이들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
킴리아는 더이상 치료 옵션이 없던 환자들에게 유일한 치료 옵션이다. 단 1회 치료로 완전 관해 도달 및 장기 생존은 물론 일상 복귀까지 기대할 수 있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은 재발 또는 불응성 ALL과 DLBCL 환자에게 충분한 근거를 통해 CAR-T 치료제를 표준요법으로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생명과 직결된 신약이 보험 급여 적용을 받지 못하면, 기대 여명이 짧은 환자들은 치료 기회를 놓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신약은 허가와 함께 '급여'라는 과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해외의 경우,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이태리, 독일, 스위스, 호주, 스코틀랜드 등 다수에 국가에서 킴리아의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보험 급여 등재가 유사한 국가(호주, 영국, 캐나다, 스코틀랜드)는 허가 후 신속 심사를 통해 킴리아의 보험 급여를 적용했으며, 유럽, 일본은 허가와 동시에 급여를 인정했다.
한국노바티스는 킴리아의 신속한 보험 급여 등재를 위해 '허가 급여 연계 제도'를 사용했다. 허가 전 당국에 급여 신청 서류를 제출하고, 최대한 신속히 급여 적용될 수 있도록 당국과 긴밀히 협의 중에 있다.
지난 7월 킴리아는 암질심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지만, 오는 9월 다시금 급여 논의를 기대하고 있다.
환자들이, 그리고 토론회에서 소신 있게 의견을 말한 의사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있다. 바로 "환자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이상 치료 방법이 없는 재발 또는 불응성 말기 환자는 3~6개월 이내 대부분 사망한다. 이들에게 킴리아의 건강보험 등재는 생명줄과도 같다. 킴리아가 올해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면 환자 중 상당수는 사망할 것이다."
독자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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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우**2021.08.17 22:42:10
소중한 생명을 지켜 사랑하는 가족과 더 오래 살고 싶습니다.
부디 여러분들의 관심으로 다발골수종 환우들에게 J&J의 실타캡타진 오토류셀이 하루 빨리 지원되기를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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