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백내장 수술'의 적정성 및 질적 관리에 시동을 걸었다.
이 백내장 수술은 건강보험 재정 악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으며, 과잉진료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외 백내장 수술의 현황 및 심평원 청구 자료 분석에 의하면, 백내장 수술의 증가는 OECD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됐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백내장 수술을 받는 연령이 점차 낮아지는 특징을 보였다.
이와 같은 백내장 수술의 증가에도 우리나라는 적절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임상진료 현장에 맞는 적정성 지표가 요구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백내장 수술의 적정성 및 질 관리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은 건강보험 요양급여로 적용되지만 안경 또는 콘택트렌즈 등을 대체하기 위한 시력교정술은 비급여 대상이다.
이 가운데 백내장이 심하지 않아 수정체 수술이 필요 없더라도 수정체 적출술과 함께 인공수정체 삽입술(비급여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행위)이 급증하고 있다. 이는 노안과 근시, 원시 등의 굴절 이상의 문제를 교정하려는 목적이라고 이해된다.
이를 악용한 일부 안과에서는 브로커를 통한 환자 유치, 페이백, 숙박비, 교통비 제공 등으로 허위 백내장 진단 및 이익제공행위를 시행해 국민적 지탄을 받기도 했다.
비급여 인공수정체를 사용한 백내장 수술의 증가는 표준화된 수술 적응증 및 사후관리 미비에 따른 의료 질 저하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백내장 수술의 질 관리를 위한 계량화된 지표 개발 및 사후관리 개선 방안이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단, (1) 백내장은 비가역적인 수정체의 변화로 시간에 따라 진행하며 수술에 대한 기준 설정이 수술 시기를 늦추는 풍선 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점, (2) 백내장 수술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평생 한 번의 수술만이 필요한 점, (3) 백내장 수술로 인한 시기능의 개선에 따라 삶의 질 향상과 사회 경제활동의 증가가 나타나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심평원 연구에서는 백내장 수술의 적정성 제고 방안 중 1안으로 '비급여 인공수정체를 사용한 백내장 수정체 수술은 전체 비급여 적용'을 제안했다.
현재 비급여로 적용되는 라식, 라섹 등 시력교정술과 같이 비급여 인공수정체를 사용한 백내장 수정체 수술을 전체 비급여로 적용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백내장이 발생해 수정체 혼탁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역차별이 될 수 있다. 비급여 인공수정체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급여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환자 보장성이 크게 축소된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전체 비급여가 될 시,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상승할 수 있다.
2안은 '백내장 수정체 수술의 적응증 제시'였다.
심평원 연구팀은 수술 적응증을 수정체 혼탁이 존재하고, ▲최대 교정시력의 저하 ▲핵 백내장으로 인한 2D(디옵터) 이상의 부등시 중 최소 1개 이상 만족하는 경우로 정리했다.
또한 ▲시력저하를 호소하지 못하는 환자(영유아, 소아, 지체장애 등)를 대상 ▲당뇨망막병증 등 망막관찰이 필요하나 백내장으로 인해 관찰되지 않는 경우 ▲녹내장으로 인한 전방각 폐쇄 예방, 안압 조절을 위해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수정체 관련 질환이 있는 경우(수정체 용해, 수정체 팽대 백내장 등 ▲유리체 절제술과 동반한 백내장 수술에 해당 경우도 포함했다.
만약 노년성 백내장(50세) 발생 이전의 연령이라면 앞선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급여는 제외된다.
연구팀은 "2안은 일반적인 백내장 수술에 대한 적응증을 객관화된 지표를 제시하고 있어 현실적인 대안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빛 번짐 또는 일상생활수행능력(ADL)의 지장 여부는 환자의 주관적 호소와 관련된 항목으로 객관적으로 평가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3안은 '백내장 수정체 수술의 상한 기준 제시'였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50세 미만 환자의 수정체 수술 건수의 연간 상한선을 제한하는 방안이다.
반면 이 방안은 전체가 아닌 50세 미만의 연령층만을 대상으로 하며, 백내장이 있는 환자가 왔으나 한 병원에서 이미 제한된 수를 채운 경우 수술을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더불어 의료기관별 특성에 따라 백내장 수술에 대한 이해관계가 다르므로, 이를 고려해 모두가 납득할 만한 객관적인 상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4안은 '백내장 수정체 수술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한 점검표 보완'이다.
현재 의료기관은 백내장 수술 청구 시 질 점검표를 반드시 작성하고 있으므로 이 안은 전체 의료기관에 바로 적용이 가능하다. 동시에 백내장 수정체 수술 전 환자 상태를 기록하게 함으로써 의료기관의 자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연구팀은 점검표에 ▲수정체 혼탁의 위치 및 정도 ▲최대 교정시력 ▲굴절 이상 ▲환자의 주증상 등을 추가하도록 제안했다.
그러나 질 점검표 항목 추가에 따른 행정적 부담이 증가될 수 있고, 질 점검표 보완으로 수술의 적응증을 결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연구팀은 "백내장 수술의 적정성 제고 방안에서 제시된 장·단점을 검토해 볼 때, 2안과 같이 백내장 수술의 적응증 및 기준에서 노년성 백내장(50세) 발생 이전의 연령으로 백내장 수술의 적응증을 보완하는 방안과, 4안과 같이 의료 질 향상을 위한 점검표를 보완해 수술 전 환자의 상태를 기록화 하는 방안이 가장 적절할 것"이라 제언했다.
여기에 '복잡 백내장 수술'에 대한 반영도 요구됐다.
현재 국내 백내장 수술은 포괄수가제 적용 대상으로 진료에 소요되는 행위, 약제 및 치료재료의 비용을 포괄해 정액의 진료비로 지급하고 있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 지출 억제에 효과적인 제도이나, 백내장 수술의 세부적인 진료 행태를 반영하기 어렵다.
이에 연구팀은 백내장 수술 시 추가로 시행한 특정 행위나 사용한 재료가 있는 경우, '복잡 백내장 수술'로 정의했다.
그리고 ▲수술 중 수정체낭팽창고리(Capsular Tension Ring)의 사용 ▲앞유리체 절제술(Anterior Vitrtectomy) 시행 ▲인공수정체 공막고정술(IOL Scleral Fixation) 시행 ▲수술 중 홍채 당김기(Iris Retractor) 사용 등에 한해 추가적인 보상이 지급된다면 의료제공자들에게 유인책이 돼 백내장 수술의 질 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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