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사용기한 지난 수액 투여…끊이지 않는 종합병원 안전성 구설수

서울 용산구 소재 종합병원서 사용기한 지난 수액 투여 후 사망
병원, 수액 관리·사용 부실 인정…수액과 사망 인과성에는 부정
수년간 기한 문제 수액 사용 계속돼와…일각선 '자성 노력 필요'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3-01-10 06:04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종합병원 안전성이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의료기관 신뢰 확보에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종합병원에서 한 급성 백혈병 환자가 2개월 이상 사용기한이 지난 수액을 맞은 후에 사망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환자는 만 21세로 지난해 5월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같은 해 11월부터 해당 병원에서 고강도 항암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다 11월 27일 2개월 이상 기한이 지난 문제의 포도당 수액을 100㎖ 가량 맞았고, 이후 고열에 시달리다 일주일 뒤 패혈증 증세를 보이면서 사망했다.

병원은 기한이 지난 수액을 사용한 점에 대해선 인정하고 있다. 의료기관은 날짜가 지난 의약품을 반납하도록 관리할 의무가 있으나, 해당 병원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내부 의료진도 수액 사용 과정에서 사용기한을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

병원은 문제의 수액 사용과 환자 사망 간에 인과성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잘못된 수액 사용은 대외적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사건이 단순히 한 병원에서만 나타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종합병원 내 수액 관리 문제는 이번 사안에 앞서 지난 수년간 되풀이돼왔다.

지난해 8월에는 제주도 내 한 종합병원에서 사용기한이 한 달 이상 경과한 수액을 투여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병원은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한 달 가량 사용기한이 지난 500㎖ 용량 수액을 사용했다. 환자는 이 수액을 3시간 30분 가량 투여받은 후에야 사용기한이 지난 사실을 확인하고 병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병원은 수액 관리 부실에 대해 죄송하다는 입장과 함께 패혈증 가능성을 고려해 경과를 지켜보는 조치를 취했다. 다만 사용기한이 지난 수액을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환자 안위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답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19년에도 서울에 위치한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사용기한이 지난 수액을 소아 환자에게 투여했다가 논란이 됐다.

당시 문제된 수액은 사용기한이 4개월 넘게 지난 상태였다. 보호자가 이를 발견해 수액 교체가 이뤄졌고, 병원은 수액에 대한 균 배양검사 등 조치를 취했다. 또 관련자에 대해 징계를 내렸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18년에는 서울 내 상급종합병원이 8개월이 지난 수액을 사용했다가 사회적으로 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사용기한이 지난 수액을 사용하는 것은 안전성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문제된 사안에서 대다수 병원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우려가 적잖다.

한 의료진은 "수액은 혈관에 직접 투여되기 때문에 전신 감염이나 패혈증으로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때문에 사용기한이 지난 경우 투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사용기한을 명시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권장되는 사항은 지켜줄 필요가 있다. 일선 병의원은 사용기한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료진은 "사용기한이 지난 수액 사용은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 곳곳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문제다. 문제된 수액을 사용한 후 구토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적잖다"며 "수액 사용 후에 문제가 없다고 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이는 의료기관 신뢰와도 직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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