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응급의료 개편안'에 우려 목소리‥"절대적으로 부족한 자원"

'재배치' 아닌, 기존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바꾸는 조치 시급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2-28 17:1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전국 어디서나 최종 치료까지 책임지는 응급의료'라는 목표로 지난 2월 8일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안)'이 발표됐다. 4차 계획안은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13조의2'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은 5년마다 중앙응급의료위원회 심의를 거쳐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그런데 의료계의 우려가 만만치 않다. 이대로라면 말 그대로 '빨간불'의 경고등이 켜질 것이란 전망이다.

의료계는 응급의료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자원의 재배치는 효율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한중소병원협회 박진식 부회장은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대책 없는 추가 자원을 배치한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28일 LW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 개편방안 좌담회'에는 대한응급의학회 김현 기획이사,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 대한중소병원협회 박진식 부회장(세종병원 이사장), 대한병원협회 유희철 기획위원장(전북대학교병원장), 소방청 119구급과 유해욱 품질관리팀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모두 한마음이었다.

정부가 발표한 개편안에 따르면, 기존의 권역응급의료센터 40개를 '중증응급의료센터'로 개선해 50~60개소로 늘린다. 이 센터는 뇌출혈, 중증외상, 심근경색 등 급성기 치료가 사망위험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중증응급 환자의 최종 치료를 맡는다.

그리고 중소병원이 운영하는 '지역응급의료센터' 125개를 '응급의료센터'로 개선해 중증응급의심환자의 최종 치료 및 중증응급환자를 일차로 수용한다.

'지역응급의료기관' 243개는 '24시간 진료센터(지역응급실)'로 개선해 일차응급의료 및 경증응급환자의 최종 치료로 기능이 전환된다.

또한 개별 의료기관에서 365일 대응이 어려운 중증응급질환에 대해 지역 내 병원 간 순환당직제를 제도화한다. 월요일 A병원, 화요일 B병원 등 돌아가며 당직 근무를 서는 것이다.

응급의료분야 우수 인력 확충 및 적정 배치를 위해 응급실에 24시간 상시 전문의가 최소 1명이 상주하도록 하는 등 인력 기준도 강화된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박진식 부회장은 "현재 중증응급의료, 필수의료의 문제는 해당 분야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데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즉각적인 제도 개선이 있어야 하고, 개선이 돼도 적어도 10년 이상이 지나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가 지적한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단기간 내에 중증센터를 추가 지정하고, 분야별 전문가를 더 채용하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부회장은 "정부는 분야별 전문가 숫자의 절대적인 부족보다 비효율적인 배치가 주된 원인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됐다. 취약지 인력난을 가속화해 무너지기 직전의 지역 응급의료 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의료계가 제시한 대안은 자원의 재배치가 아닌, 기존의 자원이 더 효율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박 부회장은 "순환당직제의 경우 임시 조치가 될 것이란 비판이 있으나, 중증응급환자 진료를 위한 인력이 대기하면서 생기는 피로감을 낮춰 줄 수 있는 보완책이다"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응급의료체계에 편입되지 않은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대표적으로 심혈관, 뇌혈관, 화상, 수지접합 등의 전문병원과 지역응급의료기관 중 심뇌혈관 및 외상이 치료 가능한 병원이다.

이를 통해 지역응급의료센터와 응급의료기관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중증응급의료센터로 중증의심 환자를 집중시킬 경우, 비중증 환자 및 중도중증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자원을 소비해 최종 치료 제공자로써 역할을 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박 부회장은 "응급의료센터가 중증의심 환자의 일차선별센터로 작용하고, 해당 센터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환자는 중증응급의료센터가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종 치료 능력은 있으나 면적, 병상수 등 지역센터 시설 기준이 되지 않는 지역응급의료기관에게도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전원시스템의 효율적 운영은 중증응급의료센터의 과밀화를 방지할 수 있는 핵심적인 부분이다.

이 맥락에서 최종 치료 병원을 중증응급센터로 한정하는 경우, 최종 치료가 가능한 지역응급의료센터에서 더 빠른 치료를 받을 수 있음에도 더 먼 거리의 센터로 이송을 해야 한다. 이는 최종 치료 제공까지의 소요되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

박 부회장은 "지역 내 중증 응급환자에 대한 최종 치료 제공 가능 의료기관을 파악하고, 의료기관종별 환자이송지침 대신 의료기관 기능을 중심으로 환자가 빨리 치료를 제공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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