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이 정부 측에 보험료 재정 낭비 과오를 반복하지 말고, 제대로 된 보장성 강화 정책을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17일 보건복지부는 올해 2월에 발표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의 후속 조치로 건강보험 적용기준인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고시를 개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장의 준비 기간을 고려해 10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다.
건강보험 노조는 이전 정부에서 급여 적용 범위를 확대했던 뇌·뇌혈관 MRI 검사가 뇌질환과 무관한 두통·어지럼까지 남용된다고 판단해, 이를 억제할 급여기준 개정안을 마련해 공표한 것이라 판단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번 고시 개정의 핵심 키워드는 '보장성'이다.
'문케어'로 불리는 보장성 강화 정책은 애초의 목표치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한동안 정체됐던 보장성을 2021년 기준 64.5%까지 끌어올리는 성과가 있었다. 대표적인 급여화 항목이 MRI, 초음파 등 고가의 검사였다.
다만 그 실행 과정에 몇몇 과오가 있었음이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서 확인이 됐고, 그 결과 의료 현장에서는 급여 적용의 범위를 폭넓게 해석해 검사 건수가 늘었다.
따라서 노조는 검사의 오남용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낭비를 줄이고자 정부가 급여기준개선협의체를 통해 고시 개정안을 만들고 시행하는 것을 일부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몇 가지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보험재정을 절약하고, 그것을 국민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기반을 강화하는 데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의료기관이 부족한 지역에는 공공정책수가, 의사가 부족한 소아·응급과는 기존의 수가에 추가로 수가를 얻어주는 가산수가를 활용해 필수의료 강화를 이루겠다는 것.
노조는 "공급자인 의사를 금전적 보상을 통해 유인하겠다는 것이나 이는 매우 우려스럽다. 보험자인 공단은 수가를 통해 안정적인 의료서비스의 제공을 유도할 뿐 그 외의 공급자를 관리할 수 있는 별도의 기제는 가지고 있지 않다. 특히 매년 수가협상을 통해 유형별로 수가 인상률을 달리 결정하지만, 대체로 보험 재정의 지출 축소에 초점을 맞추어 협상에 임하기에 그 활용도도 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이러한 수가를 통한 보상 외의 공급영역 관리 기전 부재는 현재의 필수의료 공백 문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꼽았다.
노조는 "정부는 공급자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인하기 위하여 공공정책수가, 필수의료 가산 등의 수가를 다시금 활용하고자 한다. 이미 실패해 국민이 제대로 된 필수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MRI의 오남용에 따른 재정 낭비를 경험했음에도 정부는 금전적 보상을 통한 공급자 유인 기제를 여전히 고수하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노조는 2021년 기준, 여전히 35.5% 차지하는 비급여 부문을 단 1%라도 축소함으로써 국민이 보장성 강화를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노조는 "전체 의료비 지출이 조만간 OECD 평균을 초과할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의 의료비 부담 경감이 가장 기본 정책이어야 하며, 그러기에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절실하다. 급여기준 강화로 인해 보장성이 낮아질수록 국민은 민간보험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으며, 이윤 추구가 목표인 민간보험은 결국 국민의 부담만을 가중할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조는 공공의료기관을 지역별로, 과별로, 규모별로 확충하는 것이 현 정부가 우려하는 '필수의료 공백'라는 표현 자체를 제거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통해 지속 증가하는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해 이윤이 아닌 오로지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삼는 공공성을 가진 의료기관을 확충해야 한다. 또한 민간 의료기관에 금전적 보상을 더 해주는 '공공정책수가'나 '가산수가'보다는 결과에 대한 평가가 보상까지 연결되는 '가치기반 지불제도'의 도입을 정부는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그래야 급여 기준 강화를 통한 보험 재정 절감이 단순히 보장성 축소가 아닌 또 다른 보장성 강화를 위한 올바른 정책임을 주장할 수 있으며, 국민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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