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사건·사고‥의사들은 '국가책임제'를 꾸준히 말해왔다

입원하기 어려운 시스템, 급성기 중증정신질환자 악화 사례 많아‥"치료 중단 막아야"
국가책임제, 사법입원제 등 국가가 적시 치료 나서야‥해외와 비교되는 국내 시스템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8-07 11:48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최근 사회적으로 여러 범죄가 발생하면서 또 다시 '정신질환자'가 편견에 시달리고 있다.

신림역과 서현역 인근에서 발생한 '묻지마 흉기 난동'은 큰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고, 사건이 발생하자 가해자가 '정실질환 치료 이력이 있는가' 등이 주목됐다.

그동안 관련 학회는 사건이 발생하면 조현병 등의 정신질환 병명이 곧바로 보도되는 것에 우려를 표했고, 오히려 이러한 잣대가 질환에 대한 편견을 키운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학회는 꾸준히 '국가책임제'를 주장해 왔다. 중증정신질환자가 급성기 상태에서 치료가 중단돼 증상 악화로 강력 범죄 등을 저지르지 않도록 국가가 개입하는 제도다. 가족이 아닌 국가가 입원 및 치료 필요성 여부를 결정하고 이를 책임진다면, 환자의 인권과 생명을 보호하고 사회의 안전을 확보하며 의료진은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2017년 '정신건강 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 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비자의적 입원)이 까다로워졌다.

중증정신질환자의 경우 병식이 없어 자발적으로 치료를 받기는 어렵기 때문에 가족 등 보호의무자의 또는 지방자치단체 혹은 경찰에 의한 강제 입원을 통한 치료가 가능하다.

그런데 법이 개정되면서 우리나라는 정신질환자를 강제 입원시키려면 2명 이상의 보호자 신청, 서로 다른 병원에 소속된 2명 이상의 일치된 소견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타해 위험'과 '치료 필요성'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환자가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정신질환 증상이 심하거나, 환자 자신 또는 타인의 안전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경우를 만족해야 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찰이 그 입원 필요성 여부를 판단해 실제로 입원시키는 과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반면 해외에서는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만 만족해도 입원 치료가 가능하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대만은 자·타해 위험가 있는 정신질환 발견 시 경찰과 소방, 의료기관까지의 이송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일본도 신고가 접수되면 지자체가 전문의를 집으로 보내고 공무원과 함께 방문해 평가를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송이 이뤄지지 못하며, 경찰이나 정신건강복지센터가 할 수 있는 조치는 환자를 설득하는 방법 뿐이다.

의료계는 더이상 아픈 사람들이 나쁜 사람으로 몰리는 상황을 두고볼 수 없다는 의견이다. 치료가 필요한 정실진환자들이 적시에 입원하기 어려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특히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국가책임제 외에도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사법입원제도'를 제안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처럼 가족만이 비자의적 입원을 시키는 것이 아닌, 필요하다면 사법기관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미국은 정신건강법정(Mental Health Court)의 전문 판사가 다학제팀과 함께 정신질환자의 비자의적 입원 또는 외래치료지원제도를 심사한다. 호주와 영국의 경우 법원이 아닌 '정신건강심판원'이라는 준 사법기관에서 정신질환자의 비자의적 입원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정신질환자의 '지속 치료'를 위한 밑거름이다. 의사들은 증상이 매우 심하거나 치료 받지 않는 몇몇 환자의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정신질환 환자가 폭력이나 범죄 사건을 일으키는 경우는 실제로 많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신질환을 치료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약물 복용과 적극적인 활동'이다. 환자와 보호자들이 약을 끊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까지는 지속적인 약물 복용이 재발 및 악화 방지에 필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면서 일상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치료 목표를 잡아야 하지만 국내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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