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취약지의 가장 큰 문제 '의사 부족'‥'당근'이 없다

공중보건의사 부족, 수요와 공급의 차이 등으로 의료 취약지 의사 인력 공백
의료 취약지에서 근무하게 만들 유인책 부족‥해외는 일시적 인센티브 제공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8-18 06:01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사람을 다룰 때 필요한 상과 벌을 흔히 '당근과 채찍'이라고 일컫는다.

우리나라는 의료 취약지에서 공공의료 인력의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의료 인력의 지역 간 불균형, 수요와 공급 간의 불균형 문제는 고질적인 문제였으나 '당근'이 부족했던 탓일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더욱 심화돼 '경고등'이 켜진지 오래다.

의료 취약 지역의 핵심적인 문제 중 하나는 '의사 인력 부족'이다. 의사들은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있고, 지방에는 의사가 부족한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인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까.

국회입법조사처의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 따르면, 의사 인력 부족의 원인 중 하나로 '수요와 공급의 차이'가 언급됐다.

인구 고령화·만성질환 증가·의료서비스에 대한 기대 수준 향상 등으로 수요는 증가한 반면 2006년 이후 지금까지 의과대학 정원은 동결돼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의료 인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목됐다.

또한 전문분야 세분화로 인한 필수의료 부문 인력 비중의 상대적 축소, 의과대학 여학생 비중의 지속적 증가, 2005년 의학전문대학원 도입으로 인한 군필자 대학원 진학 비율 증가로 공중보건의사 부족, 노동 시간의 감소와 삶의 질 추구 등 사회 전반의 변화 등도 취약 지역 의사 인력 부족 현상과 관련이 있다.

과거에는 지역 간 의사 수 불균형 및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한지의사제' 시행된 바 있다.

한지의사제는 특정 지역 내에서만 의료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한을 받는 의사로서, 일제 강점기에 의료 인력이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수급을 위해 시행된 제도다.

해방 후 의과대학 증설로 의료 인력이 증가되면서 1985년 대한의학협회가 보건사회부에 폐지를 건의, 1986년 관련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해 한지의사들이 정규 의사 면허로 갱신할 수 있게 됐다.

이후에는 '공중보건장학제도'가 있었다. 공중보건장학제도는 졸업 후 의료취약지역 등에서 일정기간 근무하는 조건으로 의과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시스템이었다. 1977년 시작돼 1996년까지 약 1460명이 선발됐다.

해당 제도는 지원자 감소와 공중보건의사 배출 증가에 따라 1996년 중단됐다가 지난 2019년 '공중보건장학제도' 시범사업 형태로 부활했다.

이 제도는 졸업 후 장학금을 지원받은 기간 동안 지역 공공보건의료기관에 의무 근무(최소 2년~최대 5년)를 조건으로 하며, 공공 의료에 사명감을 갖춘 학생을 선발한다. 향후 해당 지역에 근무하게 함으로써 지역 의료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중 보건 장학을 위한 특례법'에 근거를 둔다.

'공중보건의제도'도 대표적인 의료 취약지 관련 정책이다.

공중보건의사란 국민의 의료 균점(均霑)과 보건향상에 기여하고자 1980년 12월 31일에 제정된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을 근거로 한다. 공중보건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병역법' 제34조 제1항에 따라 공중보건의사에 편입돼 공중보건업무에 종사할 것을 명령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가 포함된다.

문제는 의료 취약지역에 배치돼 대체복무로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공중보건의 수가 대폭 감소했다는 점이다.

연도별 신규 공중보건의 수는 2008년 1278명에서 2015년 622명, 2022년 511명으로 감소했으며, 전체 공중보건의 수는 2015년 2239명에서 2022년 1714명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지역 의료인력 확충은 더욱 악화됐다.

더불어 남성 의과대학생 비율이 줄고 여학생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도 무시할 수 없다. 

복무 기간이 긴 공중보건의(장기 복무 36개월)보다는 짧은 현역병(육군 18개월) 입대를 선호하는 의대생이 늘고 있어, 향후에도 공중보건의 수급이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외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하도록 할 유인(incentive) 요소가 부재하다고 꼬집었다.

독일의 경우, GP(General Practitioner)가 의료 취약지역에 처음 개업하거나 진료를 시작하면 재정적으로 일회성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독일은 16개 연방 주(Lander) 중에 11개 주에서 제공하고 있으며, 주, 지방자치단체의 규모, 의료인력 부족 정도, 의료서비스의 종류 등에 따라 지급되는 인센티브 범위가 EUR 1만 5000~EUR 6만(약 2000만 원~8300만 원) 수준이다.

예산의 출처는 지역에 따라 다른데, 주 정부, 법정 건강보험 의사 및 보험회사 연합 간에 공동부담하거나 한 곳에서 전적으로 부담하기도 한다.

캐나다의 여러 주에서도 일회성 인센티브 지급과 같은 유사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주 마다 다양한 유형으로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도 비슷한 맥락으로 다양한 정책이 건의되고 있다.

제21대 국회에서는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안'이 발의돼 있는 상태. 여기엔 지역 의사 양성을 위해 '지역의사 선발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에게는 장학금 등을 지급, 체계적으로 교육 및 연구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면허 취득 후에는 특정 지역 내 중증·필수 의료기능을 수행하는 의료기관 등에서 의무복무하도록 하는 등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다만 제정안은 장학금 지원과 연계된 의무 복무를 통해 지역 의사 배치와 그 전제로 '의대 정원 확대'까지 예정하고 있다.

이는 대한의사협회 등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의료계는 의사 인력 증원을 통한 지역의사제 도입은 우리나라 전체 의료 체계 및 의료 인력 수급의 적정성을 간과한 근시안적 대안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향후 의사 공급 과잉으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오히려 의료계는 필수의료에 대한 수가 인상이나 지역 의료 인프라 지원 등을 통한 취약지 지원, 공중보건·지역의료 분야에 교육 강화, 취약지의 정주 여건 개선 등을 통한 근본적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지역 공공의료기관에서 근무할 의사를 별도로 양성하는 '공공의대 설립'을 제안하기도 한다.

정부는 공무원으로 임용돼 일할 의사를 양성하고, 지원 학생들도 입학 시점부터 일정 기간 공공의사로 근무할 것을 전제로 학업을 수행한다. 이렇게 되면 예정된 분야로 진출하므로 직접 의사 인력 양성에 관여할 수 있다.

특수 분야의 경우 국가가 직접 대학을 설립해 교육하고 졸업 후 해당 직위에 임용하는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의 경우 졸업 후 보건소 등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으로 임용하는 자치의과대학 등을 정부가 직접 설립해 필요한 의사를 확보한 사례가 있다.

시니어 의사를 포함한 은퇴 등 비활동 의사 인력이 취약지 의료기관에 근무할 수 있도록 사업도 눈길을 끈다. 의사의 상당수가 은퇴 이후에도 진료하기를 희망하고 있고, 다방면에서 충분한 진료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시니어 의사들이 비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시니어의사-지역공공의료기관 매칭사업'은 이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부족한 의사 인력에 대한 단기적 대안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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