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시술 재료 수가 인하 추진 '필수의료·시대'에 역행

위대장내시경학회 "재사용 재료 타깃, 의료폐기물 증가 우려"
'저수가 보전 차원' 정액수가제 설정 배경도 미반영 지적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9-04 06:02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내시경하 시술용 재료 정액 수가 인하안 추진에 위대장내시경학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위험도나 중요성이 반영되지 않은 지나친 저수가 보전을 위한 정액수가제라는 배경에 대한 고려 없이 인하를 추진할 경우 결국 응급내시경을 받을 수 없는 지역도 생겨날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재사용 재료가 타깃이 되면서 일회용 재료 사용을 늘리고 의료폐기물을 증가시켜 시대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는 3일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시경하 시술용 재료 정액 수가 인하안 추진에 우려를 나타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올해 포셉, 스네어 등 내시경하 시술용 재료 정액 수가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실거래가 조사결과 수가가 높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해 위대장내시경학회는 정액수가제 설정 배경을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내시경하 시술용 재료 정액 수가는 검사나 시술 위험도가 반영되지 않은 지나친 저수가를 보전하는 차원에서 설정됐다는 설명이다. 위대장내시경학회에 따르면 국내 위장관 내시경 분야 수가는 미국의 2%에 불과한 수준으로 책정된 실정이다.

인하 추진 근거가 된 시장가격도 전체 40%도 되지 않는 의료기기 업체 시장가격을 근거로 했고, 이마저도 원가 및 인정배수 산정 오류가 발견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위대장내시경학회는 이 같은 배경에 대한 고려 없이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만 매몰돼 수가 인하안을 추진한다면 일부 지역에서 심장혈관 시술 의료기관을 찾기 어려운 것처럼 응급내시경을 받을 수 없는 지역이 생겨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재사용 재료와 일회용 재료 수가를 이원화하면서 재사용 재료 수가를 일회용 재료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가로 책정했다는 점에도 반발했다. 재사용 재료는 의료폐기물을 줄이는 순기능도 갖고 있지만 평가절하됐다는 지적이다.

이는 의료폐기물로 배출되는 일회용 재료 사용을 더욱 늘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점도 우려했다.

장웅기 위대장내시경학회장은 "지금도 80~90%가 일회용 재료를 쓰고 있다. 그러다 불량품이 나왔다거나 고장났다거나 할 때 재사용 재료를 쓰는 식이 많다"며 "재사용 재료 수가 평가절하는 결국 일회용 사용량을 더 늘릴 것이고, 의료폐기물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재사용 재료 사용감소는 제조·유통업체 타격으로 재료 공급 중단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위대장내시경학회 박근태 이사장은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지만, 인하안이 추진될 경우 우려가 크다"며 "이번 안이 시행된다면 저가 제품 사용이 만연해져 의료 질 저하를 유발하고 결국 국민 건강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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