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싸움 '인천 참사랑병원' 폐원 고민‥마약 치료기관 보상 이대론 곤란

늘어나는 마약 중독자, 그리고 힘든 치료‥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
'파격적인 지원' 없이는 의료기관과 의료 인력의 기피 현상 거세질 듯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9-04 11:40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외로운 싸움이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우리나라는 현재 '마약과의 전쟁'을 다시 한 번 선포하면서 마약 사범을 붙잡고 제대로 된 치료를 실시한다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그런데 정작 묵묵히 마약 중독자들을 치료하고 있던 병원들이 '경영난'으로 힘들어 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의 뚜렷한 지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마약 중독자, 부족한 치료기관과 적은 보상. 그렇게 국내 마약 중독자의 대부분을 치료해 왔던 인천 참사랑병원은 결국 폐원을 고민하기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보건복지부가 '마약류중독자 치료보호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마약 중독자에게 치료비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2021년 기준 전국 19개 치료보호기관이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2017년부터 치료 실적이 한 건도 없는 기관이 무려 8곳에 달했고, 국립부곡병원과 인천참사랑병원 두 곳이 치료 보호 실적 전체의 97%를 차지할 만큼 쏠림 현상이 심각한 상태이다.

마약류 중독환자가 정부 지원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대통령령인 '마약류중독자 치료보호규정'과 관련 규칙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과 전국 시·도지사 등이 지정한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지정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지정병원은 마약류 중독자 본인이나 가족이 치료 보호를 의뢰하면 각 지자체별 심의위윈회 승인을 거쳐 지정 기관은 최대 1년까지 무상 치료(입원치료·외래진료)를 해야 한다. 이후 치료를 끝낸 병원이 병원비를 청구하면 지자체와 보건복지부가 병원비를 반씩 부담하는 방식이다.

다만 매칭 펀드 제도로 운영되는 탓에 예산 증액이 어려운 현실이고, 지자체의 재정 상황에 따라 미수금을 지급 받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가 서울시의회 윤영희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년간 치료 보호기관 예산집행액과 미지급금 내역을 살펴보면, 마약중독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음에도 마약 치료비 예산은 오히려 감소했고 매해 마약치료비 예산이 부족해 미지급금이 늘어났다.

마약 중독은 치료가 까다롭고 관리도 어렵기 때문에 병원에서 꺼릴 수밖에 없고, 또 이를 치료할 수 있는 국내 전문 인력 또한 매우 부족하다.

늘어난 마약 중독자 대비 치료기관의 보상 지원은 없으니 전담 치료기관은 매번 한계에 부딪혔다. 이 탓에 국내 마약 치료 전담 병원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심지어 전담 병원의 인력들도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2015년 마약 치료 전담 병원으로 지정됐던 서울 강남을지병원은 2018년 전담병원 지정 해제를 요청했다. 이유는 역시 운영에 대한 어려움이었다.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치료적 접근의 실효성 제고 방안'을 작성한 국회입법조사처 김은정 조사관은 "국가 주도의 통합적 접근을 통해 관련 인력을 양성하고, 치료 병원 및 재활 센터 증설을 통해 치료적 처우 제도의 수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약 중독자 치료에 큰 역할을 했던 참사랑병원이 폐원을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보건복지부는 재빨리 사태 수습에 나섰다.

복지부는 최근 먀약 중독 치료기관의 폐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운영 손실에 대한 국가 보전 등 대책을 검토, 연내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마약류 문제에 대한 범정부 대응을 위해 지난해 10월 26일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중독자 치료보호 활성화 대책을 추진 중이다. 이 맥락에서 치료 보호 예산과 지원자 수, 입원치료 비중을 확대하고 치료보호기관도 3개소를 추가 지정한 바 있다.

그러나 마약 중독 치료가 어려운 만큼 치료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만약 지금보다 나은 보상이 없다면 의료기관과 의료진이 치료를 기피하는 현상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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