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 '소아응급', 파격적 수가 개선 필수‥"1000억 원 필요"

소아응급에서 기본적으로 저평가되거나 책정이 안 돼 있는 수가 부분 개선
지자체별 소아응급환자 의료기관 수익 보장돼야‥정부와 지자체 협력해 '지원금' 지급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9-27 11:47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말 그대로 국내 '소아응급의료'는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다.

소아청소년과를 지원하는 전공의는 찾아보기 힘들고, 이 탓에 응급실 소아환자 진료 및 입원 병동 운영을 폐지하는 의료기관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2020년부터 대학병원급 응급실에서 소아진료 불가라는 공지를 내걸거나 소아청소년과에서 입원 불가 상황에 대해 인근 병원들에 고지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 상황을 타파하는 방법은 결국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이다. 전문가들은 지원금과 수가 개선으로 소아응급의료 진료 인력을 유지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꼽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소아응급의료 확충을 위한 수가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수련병원 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가 최소 1~2명, 최대 10명 이상이 줄어든 상황이다.

24시간 응급실 진료를 위해서는 응급실당 최소 4~6명의 의사 인력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이러한 인력 공백이 채워지지 않으면 전국적으로 소아응급진료 상황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연구팀은 "소아 진료의 난이도, 보호자 설명의 어려움, 소아 환자의 의료소송의 위험성 증가 등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난이도·위험성을 반영한 수가 인상이 절실하다. 인상 시 연령과 방문 시간대, 전문의 진찰 여부에 따른 수가를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6세 이하의 소아는 의사소통이 어렵고 진료가 힘들다. 반면 질병, 감염, 사고와 중독의 위험성은 더 높아 소아응급진료의 취약한 연령층으로 구분된다.

더불어 소아는 기대 여명이 길기 때문에 응급진료 시 경증의 중증화, 합병증 발생, 사망 등의 위험을 최소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소아응급진료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한다면 전체 소아청소년 환자 중에서도 6세 이하의 소아에서 직접적인 위험이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소아에서 개별 행위수가 인상을 통한 수가 인상 효과는 크지 않으나, 기본적으로 저평가되거나 책정이 안 돼 있는 수가에 대한 부분은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중 소아에서 난이도가 높은 정맥로 확보, 진정치료, 초음파검사, 심전도, 도뇨관 삽입 처치 등에 대한 수가 인상이 제안됐다.

정맥로 확보는 첫 번째 시도에서 42% 성공, 평균 2.1회의 정맥 천자가 시행된다. 탈수 동반 시 평균 2.6-2.7회 이상, 33-50%에서 3회 이상 시도가 필요할 정도로 어려움이 있다. 아울러 해당 처치에 3명 이상의 간호사가 필요하며 소아의 특성 상 혈관과 피부가 약해 혈관 파열 및 카테터 고정부위의 잦은 피부 손상 등 관리가 어렵다.

여러 연구 결과와 물가 상승분을 반영할 때 정맥로 확보는 현재 수가의 최소 2배 이상을 책정해야 한다.

경증/비응급환자에 대한 '전문의 진찰료', '보호자 상담료'에 대한 수가 신설, 기타 소아에서 특수한 처치에 대한 수가 인상이나 신설도 제시됐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환자분류도구인 KTAS의 경우 소아환자에서 필요한 특수 처치에 대한 고려가 없어 저평가 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환자분류도구 중 ESI Triage tool 의 경우는 의료자원 필요 개수를 반영하고 있다. 소아 진정치료 시 통상 2개 이상의 자원이 사용돼 2단계 이상으로 분류되나, KTAS의 경우는 소아에서 진정치료가 필요한 열상 등의 외상환자를 4단계(경증)로 분류하고 있다.
 

연구팀은 전반적인 소아응급의료 확충을 위해서는 모든 응급의료기관 대상의 '수가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정리했다. 무엇보다 현재 권역센터와 지역센터가 소아응급환자 진료의 약 70%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수가 개선 시 추가 필요 비용은 약 1000억 원이며, 이 중 환자본인부담금은 30% 이상으로 판단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한 한국형 소아응급의료체계 구축도 필수적이다.

일본의 소아응급의료체계는 기본적으로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소아상담센터, 경증센터, 중등증 이상 환자가 입원 가능한 센터, 전문센터로 분류해 각각 적절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연구팀은 "우리나라는 지자체별 응급의료 자원과 소아 인구수가 상이해 정부에서 전 지역에 획일화된 체계를 마련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지역별 의료자원을 고려한 소아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지자체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지자체별 소아응급환자를 진료하는 의료기관의 수익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의 5명 인건비인 10~15억원(2023년 채용공고 기준) 정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지원금' 투입이 요구된다. 이른바 소아응급의료지원금(가칭)이다.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최종 치료/배후 진료를 목적으로 지원하고, 권역센터와 지역센터는 일정 수(비율) 이상의 소아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의료기관(약 50%)에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현재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1개소당 5억원을 지원 중인데, 연구팀은 구체적으로 기본 인건비 유지에 필요한 비용을 크게 420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2024년 확충 기준 12개소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지정 시 1개소당 약 40억 원으로 가정한 것이다.

연구팀은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의 경우는 중증응급환자의 최종치료를 담보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지역을 넘어선 진료가 필요한 경우가 발생한다. 이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역센터·지역센터의 경우 지원금을 차등 지급해 기관별 질 향상 노력을 유도해야 한다.

연구팀은 응급의료기관 평가 시 소아진료 관련 항목과 소아환자 진료량(지역별 소아인구수와 의료자원 고려)에 따라 등급을 달리하거나,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시범사업과 같이 평가 등급을 3단계로 분류하는 방식을 예로 들었다.

이들의 지원금은 2~4억 원으로 차등화해, 전체 권역센터·지역센터 중 약 50%인 90~100개소에 지원하는 방식이 적용 가능할 듯 보인다. 이렇게 되면 90개소 기준 시 약 270억 원이 마련돼야 한다.

연구팀은 "센터 1개소당 지원금 중 2~4억 원 정도는 소아진료 인력에 대한 인건비, 당직비 등 소아 환자 진료에 사용되도록 사용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적절할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팀은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와 권역센터 및 지역센터는 지역별 소아환자 수와 의료자원의 수준이 다르므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금 분담률은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