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사각지대' 놓인 치료제들‥심평원 국감에서 '희망' 발견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 '화농성 한선염' 등 희귀질환 급여 상황 전달
'면역항암제'와 '엔허투' 등 항암제 신속 급여도 요청 이어져
저출산 상황에 맞는 'RSV' 급여 기준 확대와 초고가 신약의 '사후관리' 강화도 눈길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10-19 12:04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치료제의 급여 심사를 맡고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기 때문일까.

지난 1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에는 급여의 사각지대에 놓인 치료제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강중구 심평원장은 대부분의 질문에 "조속한 급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뭉뚱그려 답변했으나, 이 대답만으로도 환자들은 기대했다.

첫 시작은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다. 강 의원은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의 급여 상황을 지적했다.

강선우 의원은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은 주로 생후 10년 이내의 영유아기에 발생하는 극희귀질환이다. 이 질환은 평생 질환 관리가 필요하지만 진단도 어렵고 진단 이후에도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매우 제한적이다"라고 말했다.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 치료제로는 인터루킨-1 수용체 길항제 '키너렛(아나킨라)'이 대표적이다. 다만 키너렛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공급 받아야 하며, 1일 1회 환자 체중에 맞춰진 용량을 정해진 시간에 주사해야 한다.

이밖에 인터루킨-1베타 차단제 '일라리스(카나키누맙)'가 있다. 일라리스는 2015년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지만 아직까지 비급여 상태다. 기존 약과 달리 일라리스는 8주 간격으로 투여해, 연 6회만으로 질환 관리가 가능하다.

강 의원은 "매일 맞던 주사를 8주에 1번 맞는 것만으로도 환자들의 삶의 질이 달라진다. 환자들의 상황을 고려해 신속한 급여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강중구 심평원장도 일라리스의 효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일라리스는 지난 9월 급여기준 심의를 했고 빠른 시일 내에 급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화농성 한선염'에 주목했다. 아토피피부염과 중증 건선에 비해 삶의 질이 훨씬 낮다고 보고된 질환이다.

국내 유병 인구는 1만 명으로 추산되며 생물학적 제제인 '휴미라(아달리무맙)'가 대표 치료제다.

그렇지만 화농성 한선염의 급여기준과 산정특례 기준이 달라 현장에서는 치료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농성 한선염은 헐리체계(Hurley staging system)를 기준으로 중증도를 3단계로 판정한다. 급여기준 상 화농성 한선염은 중증도로 봤을 때 심각한 3단계에서 급여가 가능하게 돼 있다.

그런데 산정특례는 2단계부터 가능하게 돼 있다. 급여기준이 산정특례 적용 기준보다 높게 설정돼 있어 신규 등록된 일부 환자는 생물학적 제제를 비급여로 사용해야 한다.

정 의원은 "심평원에서 급여기준을 제대로 살펴봐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은 최근 면역항암제가 다양한 적응증을 획득하고 급여 확대를 신청한 상황을 설명했다.

최 의원은 "세포독성항암제보다 덜 고통 받을 수 있는 면역항암제에 대해 여러 적응증 급여가 심사되고 있다. 하지만 앞서 비소세포폐암 1차 급여도 4년 6개월 정도가 소요됐다. 급여 기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중구 심평원장은 면역항암제가 단독으로 사용되는 것보다 병용요법으로 큰 효과를 내고 있다는 최신 연구데이터들을 언급했다.

강 원장은 "고가인 면역항암제가 병용요법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고가 비용 대비 효과가 있는지를 꼼꼼하게 따지다 보니 늦어지는 면이 있다"며 "급여 논의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국내에서 여성 암환자가 남성 대비 크게 늘어나고 있으나, 혁신 약제라고 불리우는 여성 암치료제들의 급여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엔허투(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가 글로벌 임상도 다 끝난 상황에서 왜 급여가 늦어지고 있는지를 물었다.

엔허투는 지난 5월 제3차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이전에 한 개 이상의 항 HER2 기반의 요법을 투여 받은 절제 불가능한 또는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의 치료'에 급여기준이 설정됐다. 현재는 경제성평가가 진행 중이다.

강 심평원장은 "약을 환자에게 썼을 때 암이 줄어들거나 생명 연장이 되는지 효과 지표를 확인해야 한다. 과거의 약들은 이중맹검 방식으로 임상을 많이 진행했으나 지금은 단일 임상이거나 환자가 많지 않다보니 살펴보는 데 시간이 더 소요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여러 의사들과 환자들이 글로벌에서 인정받은 항암제가 있다고 고대하고 있다. 한국이 복지 강국으로 가려면 돈이 없어서 치료받지 못하는 국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최영희 의원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엔허투 급여와 관련한 국민 동의 청원은 6건, 누적해 15만 명이 동의한 상태. 최 의원은 엔허투의 신속한 급여를 주문했다.

강 심평원장은 "암질심에서 급여기준이 설정됐고 경제성평가 단계이므로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예방 접종에 대한 급여기준 논의도 요구됐다. RSV는 2세 미만 영유아의 95% 이상에서 최소 한 번 이상 감염되고 인플루엔자보다 사망률이 높다.

RSV는 예방 주사를 통한 수동 면역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러나 RSV 예방 주사의 비용은 체중에 따라 1회 주사 비용이 60만-90만원에 달하며, 겨울이 시작되기 전 한 차례 주사하고 예방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 달 간격으로 모두 다섯 차례 맞아야 한다.

이러한 질환의 특성 및 고위험군에서 치명률을 고려해 정부는 건강보험을 통해 접종을 권고하고 있지만, 급여 적용 기준이 매우 까다롭다. 특히 고위험군이라고 할 수 있는 32-35주에 태어난 이른둥이는 손위 형제·자매가 있어야 건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기준이 설정돼 있다. '손위 형제·자매'가 없는 다둥이·외동 이른둥이들은 예방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은 "현행 RSV 급여기준은 쌍둥이·다둥이에도 적용이 안 된다. 국내에는 이미 외동이 많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저출산 환경에 맞지 않는 급여기준이다"고 발언했다.

강중구 심평원장은 "약가도 비싸고 5번 맞아야 하기 때문에 급여기준 확대와 관련해 보건복지부와 논의해 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은 '킴리아(티사젠렉류셀)'와 '졸겐스마(오나셈노진 아베파르보벡)'와 같이 초고가 신약이 급여가 된 상황에서, 철저한 사후 관리를 요청했다.

초고가 중증질환 신약은 비용효과성이 불분명해 '환자단위 성과기반 위험분담제'를 시행하고 있다. 환자별로 치료 성과를 추적 관찰해 효과가 없을 경우 계약에 따라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약사가 건보공단에 환급하는 방식이다.

김 의원은 치료성과율이 낮은 의약품의 경우 제약사가 건보에 환급하는 비율 높이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강 심평원장은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희귀난치성질환 치료제나 항암제 등 고가의약품의 경우 사후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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