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특례법·수가 정상화, 의대정원 논의 선결 조건"

일본은 필수의료 무너지자 사회적 합의로 형사기소 근절
내과醫 "필수의료 대책이 먼저…이후 의대정원 적정 추계 논해야"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10-23 06:03

(왼쪽부터) 내과의사회 이정용 부회장, 박근태 회장, 김태빈 부회장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대정원 확대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의료계 내부에서는 필수의료 대책이 의대정원 논의 선결 조건이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 이유를 필수·지역의료 해법으로 내세운 만큼 필수의료 기피 원인으로 꼽히는 의료사고 형사처벌 경향과 저수가 해결 등 필수의료 해법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대한내과의사회는 22일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결의문을 발표했다.

내과의사회는 먼저 의료사고특례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에도 코로나 시기 '의료진 덕분에'라는 슬로건이 무색할 만큼 법적 처벌이 줄을 이어 방어진료를 넘어 필수의료 기피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의료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검사가 의사를 업무상과실치사상죄 기소한 건수는 연평균 754.8건이다. 일본 경찰 신고 건수 대비 9.1배, 영국 의료과실 의심 관련 과실치사 경찰 접수 건수 대비 31.5배 수준이다.

이날 내과의사회와 교류 차원에서 학술대회에 방문한 일본 임상내과의사회에 따르면 일본과 형사기소 건수가 9배 이상 차이가 나는 이유는 사회적 합의에 기인한다.

일본 임상내과의사회에 따르면 10여년 전 분만 중 신생아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형사 소송으로 이어지자 산부인과에서 분만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의료공백을 우려하는 여론이 커지자 정치권까지 가세했고, 악의적인 의료사고가 아닌 경우에는 형사 소송하지 않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정부도 의료사고 형벌화 경향이 필수의료 기피 원인 가운데 한 축이라는 점을 인식, 지난 20일 필수의료혁신 대책에도 법적 리스크 부담 완화를 언급했지만 방향만 제시된 상태다.

박근태 내과의사회장은 "정부 필수의료혁신 대책에 내용은 포함됐지만 진행된 건 없다"며 "필수의료 살리는 대책이 선결 조건이다. 그러고 나서 의대정원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수의료 기피 다른 축으로 꼽히는 수가 정상화도 촉구했다.

불투명하고 불합리한 수가협상 구조 개선부터 시작해 적정 수가 산출, 한정된 건강보험과 별도로 기금 등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의대정원 문제는 이 같은 선결 조건을 해결한 뒤 근거와 추계를 바탕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봤다.

정부가 주장하는 OECD 의사 수 등 숫자는 국가별 지역이나 의료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통계 수치 비교라고 지적했다.

사회적 갈등 없이 필수의료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상황을 반영한 적정 의사 수 모니터링·추계 기구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증감을 논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내과의사회는 이 같은 시각에 따라 ▲의료사고특례법 제정 ▲형사처벌 중단 ▲수가정책 개선 ▲일방적 졸속추진 의대증원 반대 등을 결의했다.

박근태 내과의사회장은 "임기응변식 일회성 정책이 아닌 내과를 살리고 국민 건강권도 지킬 수 있는 근본적, 장기적 대책을 조속히 수립하고 시행하기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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