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진료과 택한 전공의‥"희망 갖고 수련에 임할 수 있도록"

"좋은 프로그램, 학회와 지도전문의 노력이 있어도 앞길이 밝지 않다면 무용지물"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11-08 11:44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우리나라 전공의 수련교육 제도는 그 어느 때보다 급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외과, 내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은 최근 수년 동안 새롭게 전공의를 지원하는 젊은 의사들로부터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놓고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 내지 어두움 때문일 것이라 분석했다.

따라서 관련 학회들은 전공의 수련 과정을 더욱 내실 있게 만들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한 예로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는 분과 및 세부 전문의 제도가 정착돼 각 진료과목의 전공의 수련 과정을 4년에서 3년으로 줄였다. 그리고 역량 중심의 수련 교육을 제시하고 각 병원의 수련 프로그램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필수 진료과를 선택한 이들이 희망을 갖고 수련에 임할 수 있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대한의학회 'E-NEWSLETTER'의 '수련교육 측면에서의 전공의 제도의 변화와 최신 동향'에 따르면, 전문의가 갖춰야 할 역량은 크게 핵심(core)과 발전(advanced)으로 구분한다.

핵심 역량은 전공의 수련 과정 중에 반드시 알고 수행해 전문의가 됐을 때 독자적인 진료가 가능한 수준에 이르러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발전 역량은 전문의로서 보다 우수하고 진전된 수준의 역량을 갖추도록 권장하는 것을 뜻한다.

최근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약칭, 전공의법)이 시행되면서 전공의 수련 시간이 줄어든 상태다. 

이에 각 학회들은 누락될 수 있는 여러 가지 환자 경험을 e-learning, 전문학회 주관의 상담 및 술기 교육 등을 통해 보완하도록 나서고 있다. 외과의 외상중환자, 초음파과정, 복강경, 내시경 과정 등과 소아청소년과의 육아상담, 모유수유 상담 과정 등이 그 예이다.

과거에도 이런 과정이 수련 중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각 병원의 수련프로그램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졌기에, 전문 학회가 직접 수련 과정을 제공하고 이를 전공의가 제대로 교육을 받았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수련 과정 중 의료전문가로서 공통적으로 갖춰야 할 역량도 강조되고 있다.

환자·의료진 및 의료관련 타직군에 대한 존중, 의료 윤리, 보건의료법규, 효율성과 공평성에 기반한 자원의 관리, 환자 안전 및 감염관리, 사회와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이해와 사회적 책무, 자기 계발, 팀워크와 리더십, 실습 학생과 인턴을 포함한 후배 연차에 대한 교육자로서의 역량, 연구 설계와 논문 작성 등이다.

이러한 수련 프로그램이 각 수련 병원에서 제대로 실행되기 위해 '지도전문의'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과거에는 전문의 자격을 획득하고 일정 기간 이상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면 지도전문의자격이 주어졌다. 하지만 현재는 전공의법에 따라 자격을 갖춘 전문의에게 수련병원의 장이 지도전문의를 지정하게 된다.

지정을 받으려면 일정 시간 이상의 지도전문의가 되기 위한 기초교육과 정기교육을 받아야 하고 해당 진료과목의 수련 내용, 교육 및 평가 등은 물론이고 전공의가 지켜야 할 윤리와 지도전문의 자신이 지켜야 할 윤리규정 등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책임지도전문의는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을 총괄해 관리함과 동시에 지도전문의를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각 학회에서는 책임지도전문의에게 전공의법이 규정한 수련 규정이 잘 준수되고 있는지, 전공의 근무 환경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살펴 책임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희철 전북대병원장(수련환경평가위원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수련교육 제도 하에서 학회가 정한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에 따라 내실 있게 수련을 받는다면 충분한 역량을 갖춘 훌륭한 전문의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수련을 받는 전공의가 있어야 새로운 전문의가 배출될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했다.

유 병원장은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라도, 또한 학회와 지도전문의, 책임지도전문의가 노력한다 해도 그 진료과목을 선택한 전문의로서의 앞길이 밝지 않다면 무용지물이다"라고 꼬집었다.

전북대병원 조대선 교육인재개발실장은 "필수 진료과를 선택한 이들이 희망을 갖고 수련에 임할 수 있도록 우리 국민들과 정부, 의료계의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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