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완결적 의료체계에서 허리를 담당하는 전문병원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준 완화가 아닌 지원 강화가 핵심이라는 현장 목소리가 나온다.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동기를 키워주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돼야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병원을 운영 중인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정성관 이사장은 지난 17일 개원 10주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역완결적 의료체계 완성을 위한 전문병원 역할을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보건복지부 지정 전문병원 인증을 받은 소아청소년과 병원은 전국에서 성북 우리아이들병원과 구로 우리아이들병원 두 곳이 전부다.
정부는 지역완결적 의료체계 확립을 위해 동네 1차 의료기관과 지역 2차 병원, 최종치료를 담당할 권역책임의료기관 등 역할 확립과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2차 병원에서는 필수 분야 전문병원 확충을 유도하고, 전문병원 중심 협력진료 모델도 개발한다.
정 이사장은 우리아이들병원이 지난 2021년부터 4주기 전문병원으로 지정되며 이 같은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아이들병원은 동네 의원급 의료기관 28곳, 병원급 의료기관 5곳, 서울대 어린이병원 등 대학병원급 의료기관 15곳과 진료협력체계를 자체적으로 구성해 운영 중이다.
구로 우리아이들병원은 인근 고대안암병원과 메신저 단체 대화 채널을 구축, 전원이 필요한 중증 환아를 실시간으로 의뢰하며 소통하고 있다. 반대로 인근 1차 의료기관과 구축한 채널을 통해 의원급에서 보기 어려운 폐렴, 경련 등 환아를 받기도 한다.
정 이사장은 "전문병원은 특성 클리닉이 있어 의원급은 물론 일반적인 종합병원이 받을 수 없는 환자를 받을 수 있어 권역별 네트워크에서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아이들병원은 서울대 소아응급실에서 경증 환자를 받을 수 없을 때 대신 받거나 중등증 입원환자 전원을 받는 등 로딩을 감소시키고, 최근 서울대병원이 파업했을 때 보라매병원에서 입원환자를 전원받는 등 역할을 인정받아 서울대 진료협력센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전문병원은 지역완결적 의료체계에서 허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있지만, 활성화를 위한 정책 방향에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전문병원에서는 진입 장벽이 높고 소요 비용은 많은 데 비해 지원은 부족해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 전문병원 활성화를 강조했지만, 지원 강화가 아닌 진입 장벽 완화를 택했다.
정 이사장은 "이번에 소아청소년과 전문병원 인력 기준을 6명에서 4명까지 낮췄지만, 지원이 늘진 않았다"면서 "시험에서 80점 맞은 아이에게 90점 맞으면 맛있는 걸 사준다고 해야지 70점 맞아도 괜찮다고 하는 건 제대로 된 활성화 정책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전문병원 의료질 평가 지원금이나 외래관리료, 입원관리료 등이 아직 턱없이 낮다"며 "엄격한 기준 만큼 전문성을 갖춘 곳에 지원을 강화한다면 자발적으로 따라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책이나 제도 구조상 당장 지원 강화가 어렵다면 정부 차원에서 전문병원에 대한 인식 제고라도 나서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전문병원은 엄격한 기준을 거쳐 각 분야에서 의료 질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문병원 제도에 대한 환자 인지도는 낮다는 것.
국가 차원에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와닿을 수 있게 홍보해주는 부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 이사장은 "제대로 된 의료전달체계 확립에 전문병원이 역할이 중요한 만큼 제도 활성화에 긍정적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며 "지금은 우리아이들병원이 유일한 소아청소년과 전문병원이지만, 제도가 활성화 돼 더 많은 소아청소년이 향상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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