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알레르기 디지털치료기기 개발 통해 경구면역요법 보급"

[인터뷰]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지현 교수 
"아동 식품 알레르기 유병률 6%…발병 되면 온 가족 부담 떠안아"
"경구면역요법 디지털화 통해 시공간 제약 없이 치료하고자 기획"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4-01-11 06:05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아이를 잘 낳도록 하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낳은 아이들을 소중하게 키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소아 식품 알레르기 환자는 단체 급식에서 소외될 수도 있어 사회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습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지현 교수<사진>는 식품 알레르기 디지털 치료기기를 개발하게 된 이유에 대해 '사명감'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이기도 하지만, 두 아이의 엄마다. 그러다 보니 소아 중증 아토피 피부염과 식품 알레르기 연구에 더욱 애착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는 김 교수. 

그에 따르면 어린이 식품 알레르기 증상 유병률은 전체 아동의 4~6%를 차지한다. 그 중 우유나 계란, 견과류, 밀가루 등에 가장 흔한 이상반응이 나타난다. 심지어 약 1%는 아나필락시스까지도 올 수 있다.

식품 알레르기 문제는 비단 아이 삶의 질 저하뿐만 아니라 보호자 양육 부담을 더욱 가중시킨다. 

김 교수는 "아이가 일상에서 식품에 심한 반응을 보이게 되면 사회활동 참여는 매우 제한적이다. 또 제가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식품 알레르기를 가진 아이 엄마들은 다른 엄마들보다 불안감도 높고 우울감도 훨씬 높게 나타났다. 결국 식품 알레르기는 아이 문제가 아닌 가족 전체 문제로 번지게 된다"고 말했다. 

식품 알레르기 치료 방법으로 그는 '경구면역요법(Oral Immunotherapy, OIT)'를 제시했다.

경구면역요법이란 알레르기 원인 식품에 대한 면역관용이 유도되도록 6개월~12개월 정도 조금씩 투여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우유에 반응을 보이는 아이에게 우유를 조금씩 먹임으로써 과민반응을 억제하는 치료 방법이다. 

김 교수는 OIT에서 뭣보다 '탈감작(desensitization)'이 중요하다고 했다. 탈감작은 일정한 양의 원인 식품을 지속적으로 투여하는 동안 증상이 유발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즉, 아이의 면역반응 상태를 봐가며 알레르기 유발 식품을 가감하는 게 치료 핵심이다.  

그럼에도 경구면역요법은 아직 국내 소수 전문가들만 시행할 수 있다. 경구면역요법이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해 일부 수도권 대학병원에서만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구면역요법을 가정에서 잘못 시행하게 되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해외 연구에 의하면 경구면역요법을 시행하더라도 환자 14%는 이상반응을 경험했고, 환자 9%는 경구면역요법을 중단했다는 보고도 있다. 
이 가운데 김 교수는 경구면역요법을 국내 학계에 처음으로 보고한 인물 중 한 명이다. 게다가 가정에서 증량을 진행할 수 있는 독자적인 식품알레르기 경구면역요법 프로토콜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그가 개발한 경구면역요법 프로토콜은 탈감작이 약 90%에 달할 정도다. 

이에 김 교수는 "전국적으로 소아청소년과 의사 부족으로 인해 새로운 의료기술 도입과 전파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 면역관용을 목표로 한 새로운 프로그램 도입 필요성은 높아져 가고 있다"면서 "이를 디지털에 접목시켜 시공간 제약 없이 경구면역치료를 보급하고자 디지털 치료기기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던 차에 김 교수는 국내 메드테크 스타트업인 웨이센을 소개 받았다. 마침 웨이센도 그가 머릿속에 구상한 개념들을 재빨리 디지털로 재현시켜 프로토타입 출시는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됐다. 

김 교수는 "제가 생각도 많고, 아이디어도 많다보니 한 달에 한 번 미팅 때마다 쏟아내다시피 했는데, 그 다음 한 달 뒤에 이미 다 구현을 해놓더라. '무슨 이런 회사가 다 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6개월 만에 식품 알레르기 프로토타입이 완성됐다"고 술회했다. 

이에 김 교수와 웨이센은 식품 알레르기 디지털 치료기기 상용화를 위한 임상시험을 준비 중에 있다. 현재는 탐색 임상시험을 위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서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식약처 임상시험 승인이 떨어지면 올해 상반기 내로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식품 알레르기 DTx가 상용화된다면 경구면역요법도 비로소 전국적으로 보급될 수 있을 거라 했다. 

그는 "제 마음이 항상 아팠던 점은 제대로 된 의료기술 혜택을 못 받는 아이들을 볼 때였다. 잘하는 병원에서 좋은 치료를 받고 싶은 마음은 부모로서 다 똑같다. 또 저를 만나 경구면역요법을 하더라도 중간에 아이가 알레르기 반응이 생길 수 있다. 그럼 아이 엄마는 의사와 상담이 너무 하고 싶어도 매번 서로 만나기 어려운 제약도 있다. 만약 이 기술이 실제 보급이 된다면 그런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할 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 지원도 절실하다고 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소아청소년 질환에 대한 지원은 더욱 넓힐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교수는 "출산 지원금만 중요한 게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투자가 많아야 된다"면서 "가깝게는 중증 아토피 피부염 신약에 대한 소아 급여 확대, 어린이 천식약 품절 이슈 해결, 연구예산 확대까지 소아 전문의로서는 소아질환에 대한 투자가 굉장히 적다고 체감한다.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결국 우리 모두의 몫이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식품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늘 불안하게 살았다"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심리적인 지원 방법도 디지털 치료기기에 탑재를 할 예정이다. 인문학적인 부분과 의학을 융합해 엄마 마음에 쏙 드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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