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지난해 10월, 이영배 씨 마음에는 희망이 가득찼다.
국정감사장에서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Hereditary recurrent fever syndromes)' 치료 환경에 대한 열악함이 지적됐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강중구 원장이 이를 인정하면서 "빠른 시일 내에 급여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기 때문이다.
이영배 씨는 조만간 공급이 불안정하고 부작용 관리가 미흡하며 직접 자가 주사하는 치료제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이영배 씨는 새해를 맞이하면서 불안함 마음이 커졌다.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의 치료제 급여는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이 씨는 "심평원장이 국회의원들 앞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직접 챙기겠다고 답변했기에 급여가 수월하게 흘러갈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고 말했다.
자가 염증 희귀질환인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은 주로 생후 10년 이내의 영유아기에 발생하는 극희귀질환이다. 이 질환은 평생 질환 관리가 필요하지만 진단도 어렵고 진단 이후에도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매우 제한적이다.
이 질환은 이상 유전자에 따라 ▲크리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CAPS), NLRP3 유전자 이상 ▲종양괴사인자 수용체 관련 주기적 증후군(TRAPS), TNFRSF1A 유전자 이상 ▲고면역글로불린D증후군/메발론산 키나아제 결핍증(HIDS/MKD), MVK 유전자 이상 및 ▲가족성 지중해 열(FMF), MEFV 유전자 이상 등 세부 질환이 나뉜다.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은 유전자 이상으로 면역체계가 인터루킨-1베타(IL-1β)라는 물질을 과다 생성해 발생한다. 그래서 인터루킨-1베타가 수용체에 결합하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이 치료 방법이다.
주요 치료제로는 인터루킨-1 수용체 길항제 '키너렛(아나킨라)'이 대표적이다.
이 약은 크리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CAPS) 중 세부 질환인 '만성 영아 신경 피부 관절 증후군(CINCA)' 환자만 사용할 수 있다. CAPS에는 CINCA 외에도 가족성 한냉 자가염증성 증후군(FCAS)과 청각 이상을 일으키는 머클-웰스 증후군(MWS) 등의 세부 질환도 있다.
다만 키너렛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공급 받아야 하며, 1일 1회 환자 체중에 맞춰진 용량을 정해진 시간에 주사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이영배 씨의 자식도 CINCA 환아다.
그는 "매일 집에서 키너렛의 용량을 조절해가며 투약하고 있다. 키너렛은 식약처에 정식으로 허가된 약제가 아니고 희귀질환의약품센터를 통해 도입되고 있는데, 코로나 기간 동안에는 공급 불안정이 있기도 했고 약제를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제약사가 없다보니 부작용 추적이 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부모가 직접 집이라는 환경에서 아이 몸에 직접 주사를 해야한다. 만약 우리 아이가 70세까지 이 주사를 맞는다고 한다면 약 2만3천 개 넘게 아이에게 주사를 꽂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 환자들이 오매불망 기다리고 치료제가 인터루킨-1베타 차단제 '일라리스(카나키누맙)'다.
한국노바티스의 일라리스는 2015년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지만 아직까지 비급여 상태다.
일라리스는 유전 재발열 증후군의 다양한 유형을 포함한 유일한 치료제다.
일라리스는 ▲크리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CAPS) ▲종양괴사인자 수용체 관련 주기적 증후군(TRAPS) ▲고면역글로불린D증후군/메발론산 키나아제 결핍증(HIDS/MKD) ▲콜키신이 금기이거나, 내약성이 없거나, 또는 최고 내약 용량의 콜키신에도 적절한 반응을 나타내지 않는 가족성 지중해 열(FMF)에 적응증을 갖고 있다.
특히 기존 약과 달리 일라리스는 8주 간격으로 투여해, 연 6회만으로 질환 관리가 가능하다.
일라리스는 허가 이후 2017년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비급여 판정을 받은 바 있다. 2022년 말에는 제약사가 급여 신청을 철회하기도 했다. 그러다 작년 초 다시 한국노바티스가 급여 신청을 시작하면서 지난해 9월 급여기준 심의를 하는 등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다행히 이영배 씨는 여러 국회의원들의 도움으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참석해 발언 기회를 얻었다.
이 당시 이 씨는 "이 병에 대해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는 없으나 완화할 수 있는 약이 있다. 키너렛을 통해 아이는 많이 개선됐지만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한다. 이에 보다 효과적인 8주에 1번 맞는 일라리스를 사용하고 싶지만 급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호소한 바 있다.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심평원 측에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에 대한 치료 환경 개선을 직접적으로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매일 맞던 주사를 8주에 1번 맞는 것만으로도 환자들의 삶의 질이 달라진다. 환자들의 상황을 고려해 신속한 급여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강중구 심평원장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강중구 심평원장은 "기존의 약이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으나 일라리스는 8주에 1번, 한 번 맞으면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일라리스가 빠른 시일 내에 급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 환자수가 워낙 적고, 과거 비급여 판정 전력이 있어 급여 등재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영배 씨는 "그동안 일라리스 보험급여 등재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국회와 심평원에 청원을 남기고, 심평원에 문의 전화나 민원도 넣었다. 국회 청원이 관심을 받으면서 작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서게 됐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일라리스 급여는 진척이 없어 심평원에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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