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 년째 좌초, 건보공단 '특사경'‥노력 부족 때문인가

특사경 도입 공감대는 형성‥그러나 도입 이후의 긍정적 효과 등 설득 자료 부족
반대 의견 여전히 팽팽한 가운데, 건보공단이 구체적 자료 제시해야 한다는 조언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4-01-16 06:0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오랜 염원은 '특별사법경찰권(이하 특사경)' 도입이다.

건보공단은 불법개설기관의 근절을 위해 특사경 권한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법안 통과를 강조해 왔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정기석 이사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특사경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그는 "효율적인 조사 및 환수를 위해 공단에게는 특사경 제도가 필요하다. 수사권을 부여받을 수 있도록 국회, 경찰 등 각 이해관계자에게 제도 도입의 필요성 등을 설명해 공감대를 확산해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2020년 발의된 법안은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다가 지난 1월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속 심사'로 결정됐다. 결과적으로 특사경 법안은 또 통과되지 못하고 또 무기한 기다림을 얻게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간절하다던 건보공단 측의 태도에 의문을 던지는 시각도 생겨났다.

공단이 특사경 도입을 주장하는 이유는 뚜렷하다. 불법 개설 기관을 효과적으로 적발하고, 건강보험 재정누수 방지를 위해서다.

지금까지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은 환수결정액 대비 징수실적이 저조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10년부터 2023년(10월 말)까지 적발돼 환수결정된 사무장병원 등은 1712개이며, 총 환수결정액은 3조 4000억여 원에 이르나 환수율은 6.79%에 불과했다. 이를 계산해보면 하루 약 6억 2000만 원씩(연2200억 원) 누수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에 공단은 불법개설기관에 대한 수사 권한을 갖게 되면, 보다 효과적으로 적발을 강화할 수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이는 몇 년째 반복되는 건보공단의 입장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건보공단의 준비가 부족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법사위 회의에 제출한 자료가 지난 번과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사경을 원하는 건보공단 측에서 국민과 의료기관 권익 침해 등 우려를 해소할 만한 자료를 제출해야 하지만, 같은 설명만 되풀이했다는 지적이다.

건보공단은 이전부터 의료계를 설득시키기 위해 특사경을 도입해도 수사권 오남용은 불가하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실제로 특사경 법안은 수사 범위가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 약국으로 제한돼 있다. 특사경 추천권은 보건복지부장관이 행사하며,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도록 돼 있다.

건강보험 부당청구까지 수사권이 확대될 것이라 의료계의 우려에 대해서도 '국민건강보험법'상 부당청구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없으므로, 공단에 특사경 지명이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현행 법체계 상으로는 부당청구에 대한 수사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전문성 부족에 대해서도 공단은 전면 반박했다.

공단은 2014년부터 사무장병원 등을 조사해 온 현장 경험이 있다. 그리고 불법개설기관 조사에 특화된 전문 인력은 행정조사 경험자, 전직 수사관, 변호사 등 200여 명이 있다.

공단은 특사경 도입 시 사무장병원 조사에 특화된 전문성을 바탕으로 유죄 혐의 입증 비율을 높이는 한편, 평균 3개월이란 신속한 수사 종결 효과로 연간 약 2000억 원의 추가 재정 누수를 방지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들은 2020년부터 반복되고 있다. 특사경 법안이 2020년부터 묶여있는 동안, 건보공단이 제시한 여러 쟁점 해소 내용이나 근거에는 큰 변화가 없는 상태다.

특사경 도입을 위해서는 관계자들을 지속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상대적으로 건보공단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보는 시선이 생긴 이유다.

박용진 의원은 "건보공단 직원에게 특사경을 부여하게 되면 사무장병원 등 불법 의료기관에 대한 적발과 건보재정 누수를 막아 내는 데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을 구체적으로 데이터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비슷하게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도 특사경을 통해 효율적 수사가 가능해진다는 점을 자료로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정책상 건강보험공단이 특사경 권한을 부여받지 못할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특사경으로 지명된 자에 대한 수사 전문성과 수사 역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건보공단 측의 준비를 요구했다.

건보공단의 특사경은 많은 국회의원들이 주목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여러 의원들 사이에서 불법 행태의 악순환을 끊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당시 의원들은 건보공단이 특사경 도입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표적으로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건보공단은 재정 누수의 주범인 불법개설기관 근절을 위해 특사경 도입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법사위에서 건보공단의 적극성 부족이 언급되면서, 건보공단이 특사경 도입을 위한 다양한 분석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설득력은 계속 약해질 것으로 보여진다.

이런 가운데 건보공단은 최근 금융감독원, 경찰청과 보험사기·불법개설 요양기관 범죄 척결 및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들 3기관은 의료·보험 전문지식을 악용한 지능적이고 조직적인 보험사기와 불법개설 요양기관에 대응하기 위해 ①정보공유 활성화, ②조사·수사 강화, ③적발 역량 제고, ④피해예방 홍보 등 상호 협력 강화 등 협력·공조를 한층 더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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