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국내 의료기기 주요 기업들이 투자 한파에도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투자업계(IB)가 미국시장 신규 진출을 통한 매출 확대 가능성에 주목하면서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루닛과 아이센스는 인수합병(M&A)과 공장 증설을 위해 최근 각각 1715억원과 500억원을 전환사채(CB)로 조달했다.
루닛과 아이센스가 발행한 2215억원 규모 CB는 헬스케어(제약·바이오·의료기기) 업종에선 괄목상대한 자금 유치다.
특히 루닛이 발행한 1715억원 규모 CB는 지난해 8월 에스티팜이 기록한 CB(1000억원)발행 액수보다 750억원이나 크다. 최근 2년간 헬스케어 업종에선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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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닛, 1715억원 CB에 30여개 기관 참여
루닛의 이번 CB 발행에는 약 30여개 기관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투자자들로는 쿼드자산운용과 삼성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이다. 전환가액은 주당 5만4872원으로 사채 만기는 5년 뒤인 2029년 5월 3일까지다.
루닛은 이번 CB 발행으로 조달된 자금 전액을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Volpara Health Technologies)’의 주식 100% 취득에 사용한다.
볼파라 인수자금은 2억9253만 호주 달러(AUD)로 최근 환율을 감안하면 약 2600억원 수준이다.
이를 통해 회사는 유방암 검진에 특화된 AI 플랫폼 운영사 볼파라 인수를 통해 전 세계 의료AI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루닛은 유방촬영술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와 3차원(3D) 유방단층촬영술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DBT'의 미국 내 판매에서 큰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볼파라가 가진 미국 네트워크를 통해 루닛 솔루션이 유통되는 만큼, 루닛은 미국 내 판매 채널을 신규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볼파라는 미국 내 유방촬영술 검진기관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000곳 이상 의료기관에 자사 제품을 공급 중이다. 지난해 기준 미국 내 볼파라의 관련 시장 점유율은 42%에 달한다.
그런 만큼 다수 기관투자자들도 시장에서 루닛의 볼파라 인수와 중장기 경영 전략에 기대를 크게 거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서범석 루닛 대표는 “투자자들의 관심과 요구가 매우 크다보니, 전환사채 발행이 당초 계획보다 큰 규모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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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센스,
CB 이자율 0%…CGM 확대에 투자자들 매혹
아이센스도 최근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500억원 규모 CB 발행에 성공했다. 이번 CB 투자자로는 한국투자파트너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안다자산운용 등 5곳이 참여했으며, 전환가액은 1만9279원이다.
특히 회사는 이번 CB계약에서 이자율(표면·만기) 0%을 책정 받았다. 이자율이 낮다는 건 투자자로부터 기업 신뢰도를 높게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다.
아이센스는 CB 발행으로 조달된 자금 대부분을 3년간 송도2공장 CGM 자동화 생산라인 설비 투자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회사는 국산 최초 연속혈당측정기(CGM) '케어센스 에어'의 생산량을 현재 생산능력 대비 10배 이상을 목표로 끌어 올린다는 방침이다.
케어센스 에어는 손끝에서 채혈하는 과정 없이, 패치를 몸에 부착해 사용 기간 동안 혈당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의료기기다.
CGM은 당뇨병 치료 시장에서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미국 덱스콤(Dexcom), 애보트(Abbott), 메드트로닉(Medtronic) 등 외에 뚜렷한 제조사가 없다.
이에 아이센스는 CGM의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준비를 올해부터 본격 착수한다. 2025년부터 약 300억 수준의 허가임상 비용을 투자해 2026년 말 FDA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이센스 관계자는 "또 오는 5월 국내시장에 PL(Private label) 브랜드 론칭 및 헝가리 등 유럽 5개 국가에 CGM 첫 해외 진출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수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며 "글로벌 PL 브랜드 론칭을 위한 파트너 발굴작업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전환사채(CB)는 회사가 발행하는 사채의 일종으로 기업에 돈을 빌려준 투자자가 정해진 기간에 원금에 해당하는 부분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CB 발행 목적에 따라 시장에서는 호재나 악재로 받아들여진다. 운영자금이나 채무상환을 위한 목적이라면 악재로 작용하지만, 사업 투자 목적인 경우 호재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투자를 통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시장기대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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