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모달리티(Modality)'는 신약개발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됐다. 각 질병 또는 개인마다 특성이 다른 만큼 약물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모달리티가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으며, 빅파마들 또한 새로운 신약개발을 위해 여러 바이오텍과 활발하게 협력하고 있다.
9일 서울 코엑스(COEX)서 진행 중인 '바이오 코리아 2024(BIO KOREA 2024)'(이하 바이오코리아)는 '차세대 신약 플랫폼 개발 전략'을 주제로 컨퍼런스 스페셜 세션을 마련, '표적단백질분해치료제(TPD)', '항체-약물접합체(ADC)',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 다양한 신규 모달리티를 연구개발하는 국내외 기업의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해당 세션은 해외 기업과 국내 기업으로 나눠 진행됐는데, 해외기업은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이, 국내기업은 한태동 앱티스 대표이사가 좌장을 맡았다.
해외기업 부문에서 제어루 장 우시바이오로직스 수석부사장은 ADC를 비롯한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빠르게 임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발표했다.
가사하라 미키오 로슈 사업개발 이사는 로슈가 ADC뿐만 아니라 TPD 2세대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TPD는 접근이 어려운 표적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가진다. 현재는 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향후 신경계 질환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진단된다.
미키오 이사는 최근 국내 벤처기업 오름테라퓨틱이 TPD와 ADC를 결합한 TPD2(이중정밀표적단백질분해제)로 미국 BMS에 기술이전 빅딜을 성사시킨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글로벌 기업들의 TPD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향후 성장하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울푸 베트케 밀테니 바이오텍 아시아 임원(박사)은 CAR-T 등으로 주목받고 있는 CGT가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제조시간 단축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시간은 보통 10~14일 가량 필요하지만 이를 2~3일로 단축하기 위함으로, 제조 및 공정 자동화에 초점을 맞춰 시스템을 개발해 실제로 적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공정 혁신은 게임 체인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선도기업인 3곳 모두 발표를 통해 각자의 전략 실행을 위해 다양한 바이오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는 것은 물론, 앞으로도 협력의 기회가 열려있음을 강조했다.
이들의 발표에 앞서 먼저 다양한 신규 모달리티에 대해 오버뷰(Overview)한 박영민 사업단장은 "모달리티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분석과 전략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면서 "빅파마들이 독자적으로 모달리티를 개발하기도 하지만, 개발 속도를 높이거나 다양성을 부여하기 위해 바이오텍들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기업 세션에서는 한태동 대표가 'ADC 연구개발 동향과 전략 및 AbClick Pro를 활용한 CLDN18.2-targeting ADC 소개', 김건수 큐로셀 대표이사가 'CAR-T 기술의 국내외 개발 현황 및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앱티스는 3세대 링커(Linker)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으로 동아쏘시오그룹이 인수했다. 동아 측은 항체를 생산하는 ST젠바이오, 페이로드(Payload)를 만들 수 있는 ST팜과 더불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앱티스를 비롯한 동아그룹 기업들은 클라우딘18.2(CLDN18.2)를 표적으로 삼아 위암 적응증으로 개발한 ADC에 대해 전임상을 진행 중이며, 올해 안에 IND를 제출해 2025년 임상1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한 대표는 "온콜로지(Oncology) 시장은 지금 가장 많은 성장이 이뤄지고 있지만, 합성신약과 바이오신약으로는 한계점이 있다는 의견들에 따라 글로벌 빅파마들은 신규 모달리티로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ADC는 글로벌 시장에서 딜(Deal) 건수가 현재 4~5번째정도지만, 딜 규모 면에서는 1위로 다른 모달리티에 비해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의약품에 대한 딜은 일반적으로 임상 1상에서 유효성이 확인되는 경우나 전임상 단계에서 일어나는데, ADC의 경우는 발견(Discovery)단계에서부터 상당히 많은 거래가 이뤄진다.
한 대표는 "ADC 개발을 위해 기업들은 링커, 페이로드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과 협업을 많이 진행한다"면서 "ADC 각 요소에 대한 모든 기술을 갖추고 있는 기업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기업들과 호흡을 맞추면 상당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간 협업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앱티스는 링커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빅파마 론자(Lonza)와 계약을 맺어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 대표는 앱티스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다른 기업과의 협업을 고대하고 있다면서,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 당부하기도 했다.
김건수 대표이사는 "CAR-T 치료제는 면역세포를 도와 간접적으로 암을 제거하는 면역항암제와 달리, 환자의 몸에서 면역세포를 꺼내 유전자 조작 후 다시 몸에 넣어 면역세포가 직접 암세포를 제거하는 방식의 치료제"라면서 "효과가 굉장히 직접적이고, 짧은 시간 안에 나타날 수 있다는 차이를 가진다. 임상을 통해 빠르면 한 달, 늦어도 3개월이면 암이 전부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CAR-T 치료제가 풀어야 하는 과제는 여전히 많이 남아있는 상태다. 혈액암 치료가 30%에 해당하는 환자에게만 유효하고, 남은 70% 혈액암 환자들은 재발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치료에 사용한 환자의 면역세포 활성도가 좋지 않아 암세포를 충분히 제거하지 못했거나, 돌연변이 등의 사례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난다.
치료제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고형암에서는 아직 임상에서 유효한 결과를 보여준 사례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다.
김 대표는 "고형암 CAR-T에서 가장 앞서 있는 기술을 묻곤 하는데,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이유가 모두가 다른 방향으로 뛰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결승선이 모두 다른 곳에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개인 맞춤형 치료제일수밖에 없는 CAR-T의 사업성을 향상하기 위해 여러 시도가 나타나고 있으며, 그중 적응증을 확대하는 방향으로도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신약개발의 넥스트 웨이브가 신규 모달리티에 있다는 것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엔허투가 크게 성공한 이후에 뒤늦게 한국 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ADC에 뛰어든 것처럼, CAR-T에서도 반복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다"면서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신규 모달리티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규 모달리티 분야를 리드하는 해외 및 국내기업들의 발표 이후, 각 모달리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피칭 시간이 이어졌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항체백본 기술), 피노바이오(ADC 링커), 업테라(Degrader), 네오나(면역항암제) 등 4개 기업은 피칭을 통해 연구 진행상황을 공유하며 기술력과 향후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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