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응급실을 자부심으로 지키던 의료진이 사법리스크로 현장을 떠나고, 이는 다시 사법리스크 확대로 이어져 이탈을 가속하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실효성 있는 사법리스크 완화와 응급의료체계 정상화 정책이 시급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응급의료도 수십 년 전 수준으로 회귀하거나 폐과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8일 류정민 서울아산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 교수는 국회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 주최 '벼랑 끝 응급의료, 그들은 왜 탈출하는가' 정책토론회 발제를 통해 이 같은 진단을 내놨다.
류 교수는 최근 '응급실 뺑뺑이' 언론 보도는 물론 대구 전공의 피의자 수사, 대동맥박리를 놓친 전공의에 대한 징역형 판결 등으로 응급의학과 사법리스크가 부각되며 전공의 이탈과 수급 난항이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만성적 저수가로 인한 인력 부족을 자부심으로 극복하고 있었으나, 사법리스크 부각으로 자부심을 상실한 의료진이 현장을 떠나고 전공의 지원은 줄었다는 설명이다.
이는 다시 사법리스크 확대로 이어진다. 인력 부족 심화는 의료진 부담과 업무 잠재적 위험을 높이기 때문. 이에 더해 최근에는 낙수의사나 업무개시명령, 사회적 불신 등이 더해지며 자부심 상실도 가속시켰다.
류 교수는 "사법리스크 완화와 자부심을 빨리 되돌려주지 않으면 응급의료는 얼마 안 가서 멸종할 것"이라며 "지금 정책들은 자부심이나 전문성 인정과는 거꾸로 갔다. 제일 중요한 건 사법리스크 완화"라고 말했다.
정상화 대책으로는 과밀화 해소를 위한 경증환자 분산과 권역별 배후 진료 의료기관 지정, 권역별 응급의료기관 네트워크 재구축 등 단계별 응급의료 시스템 정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류 교수는 "경증환자 이용제한을 위해 정계에서 결단을 내려주셔야 한다"며 "정치적 불이익을 당할 수 있겠지만 고갈되는 건강보험 재정과 의료 시스템을 위해, 후세 자손들을 위해 누군가는 결단을 내려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 政 "과밀화 해소 위한 경증환자 이용제한, 논의 필요"
보건복지부에서도 과밀화 해소를 위한 가장 강력한 대책으로는 경증환자 응급실 이용제한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혜은 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은 응급실 미수용, 소위 뺑뺑이로 불린 사태 대책으로 이송체계, 전달체계, 과밀화 해소 등 세 가지 대책으로 나눠 추진 중이라는 방침을 설명했다.
먼저 이송체계는 병원 전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 'Pre-KTAS'를 비롯해 응급실 수용곤란지침 논의, 컨트롤타워로서 광역응급의료상황실 개소, 지자체 지원·협의체계 추진 등을 추진 중이다.
전달체계 개선과 관련해서는 권역응급의료센터-지역응급의료센터-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이어지는 체계를 기능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최종치료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보상도 연계해 논의할 예정이다.
과밀화 해소는 먼저 근본적 대책인 국민 인식 개선을 최우선 추진한다. 대국민 홍보를 비롯해 증상을 입력하면 어떤 병원으로 가야할지 제시하는 '셀프 트리아제' 앱 등을 통해서다.
다만 이는 장기적 대책으로, 경증환자 이용을 제한할 수 있는 방안도 학회, 협회 등과 논의해봐야 할 것이란 의지도 내비쳤다.
이와 관련해 의료계에선 법으로 경증환자 병원 선택을 제재하는 방식, 경제적으로 응급의료관리료를 2~3배까지 올리는 방식 등이 제안됐다. 응급의료관리료 인상의 경우 경증환자 진료 결과 퇴원 가능한 실제 경증이라면 현행 6만원인 응급의료관리료를 2~3배 정도 더 받는 방식이다.
단 정부는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얘기해볼만하다면서도 홍보와 유예 기간을 충분히 두고 추진돼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했다.
정혜은 응급의료과장은 "경증환자 이용제한 부분은 홍보나 유예기간을 충분히 두고 추진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일본엔 벌금 제도도 있는데, 그런 부분도 사회적 공론화로 얘기해볼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본인부담 상한제가 있고 실손보험도 있어 함께 논의돼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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