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증 아토피 환자 위해 교체투여 급여 설정돼야

중증아토피연합회 박조은 대표

메디파나 기자2024-07-22 05:50

아토피피부염(이하 아토피)은 유전과 환경, 면역체계의 이상 등 여러 요인의 복합적 작용으로 발병하는 만성적인 염증성 피부 질환이자 대표적인 면역계 난치성 피부 질환이다. 

흔하게 볼 수 있는 가벼운 피부 질환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경증에서 중증까지 환자마다 증상 차이가 크다. 증상이 심한 중증 환자의 경우 극심한 가려움증, 습진성 피부 병변, 피부 건조증 등으로 인한 수면 부족, 피부 손상과 통증 등에 시달려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렵다. 이런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불안, 우울 등 정신적 고통도 동반된다.
 
그간 여러 치료법이 있었지만 중등증 이상으로 증상이 심한 환자들에게는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염증을 유발하는 원인 물질 자체를 차단하는 표적 치료제들이 나오면서 아토피를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필자 역시 오랜 기간 아토피로 고생하다 신약으로 소중한 일상을 되찾게 됐다.

다행히 다양한 기전의 여러 신약들이 개발되면서 현재는 보험급여와 산정특례가 적용되어 중증 아토피 환자가 약값의 10%만 내고도 쓸 수 있게 됐다. 아토피는 증상이 천차만별여서 환자마다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약을 다를 수 있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보험이 되는 약이 다섯 개나 되어도 처음 쓴 약이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있는 경우 약을 바꿀 수가 없어 그림의 떡이다. 정부가 약을 바꿔 쓸 경우 보험과 산정특례를 적용해주지 않아 고가 약제로 교체할 경우 연간 최대 1700만원 상당의 약값을 환자가 모두 감당해야 한다. 여러 중증 아토피 치료 신약들에 보험과 산정특례가 적용되지만 실제 환자가 쓸 수 있는 약은 한 개뿐인 셈이다.
 
심평원은 약제 교체 시 보험급여를 해 주지 않는 이유로 교체에 대한 근거 데이터 부족을 들고 있다. 하지만, 아토피처럼 보험이 적용되는 약제들을 부작용 등으로 바꿔쓸 때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해외 아토피 환자단체들과의 미팅에서 이런 문제를 얘기해 보니 정부가 교체를 막고 있는 경우는 세계 어디에도 없었다. 필자가 연대하고 있는 국내 여러 면역 관련 질환들 가운데 같은 피부 질환인 건선의 경우에도 경구용 신약이 최근 보험되면서 기존 생물학적 제제들과의 교체 투여에도 바로 보험이 적용된다. 

유독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의 치료에만 요구되는 차별적인 잣대와 정부의 일관되지 않은 원칙 적용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막고 있는 현실을 우리 환자들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약제를 변경해 치료를 지속하는 것에 보험을 적용해 주지 않는 현실은 비단 질환간의 형평성만의 문제만은 아니다. 중증아토피연합회에서 과거 요구했던 중증 아토피 치료 신약의 보험과 산정특례 적용 과정을 경험해 봤지만, 치료제 보험 여부가 근거란 잣대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중증 아토피 치료 신약들은 가격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에 보험과 산정특례로 환자 부담이 10%로 줄어드는 첫 치료제는 가장 비싼 약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 등으로 바꿔야할 경우 전액 환자가 약값을 내야하니 비싼 약은 엄두가 나지 않고 치료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치료제를 바꿀 수 없다고 치료를 중단하면 산정특례 혜택이 종료되기 때문에, 효과 없이 계속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제적 부담은 비단 환자 개인만의 고민만은 아닐 것이다. 건강보험에서 90% 약값을 부담하는 첫 치료제로 더 비싼 약을 택하고 효과 없는 경우도 계속 쓰게 되는 아이러니는 고스란히 정부 재정 부담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중아연 대표로 수많은 환자들의 온갖 가슴 아픈 애환을 접했다. 가려움에 시달리며 밤새도록 온 가족이 잠을 자지 못하고, 온몸의 병변에서 진물이 흘러 옷을 갈아입으려면 통증을 참아가며 피부에서 떼어 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환자들의 고통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치료제는 써 보지 않고는 내게 어떤 효과나 부작용이 있을지 알 수 없다. 부푼 기대를 안고 치료제를 썼지만 정작 효과가 없거나 외려 부작용으로 더 큰 절망에 빠진 환자들에게도 아토피를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해야 한다. 보험이 되는 여러 치료제들을 지척에 두고도 써볼 수 없게 막아놓은 현실은 환자들에게 너무나 가혹하다. 

환자들이 자신에게 효과적인 치료를 찾아 평범한 일상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그간 불합리하게 막아두었던 신약 간 교체 투여의 길을 열어 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루 빨리 보험을 적용해 주길 바란다.

|기고| 중증아토피연합회 박조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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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작성시간 : 2024-07-22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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